국회 'K 반도체 대전환 방향설정과 미래전략' 세미나
엄재철 교수 "메모리 편중된 우리 취약점 보강해야"
[서울=뉴시스]이현주 기자 = 글로벌 반도체 패권경쟁을 맞아 미국은 자국이 취약한 제조시설 투자와 R&D 지원에 집중하는 반면 한국은 투자 여력이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투자 지원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국회 초당적 연구단체인 글로벌혁신연구포럼은 21일 '반도체 산업구조 선진화 연구회(반선연)와 함께 'K 반도체 대전환 방향설정과 미래전략' 세미나를 개최했다.
반도체 기술력이 국가경쟁력과 안보에 직결되면서 미국과 중국의 패권전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서명으로 발효된 '반도체 및 과학법(CHIPS & Science Act)'은 미국 내 반도체 생산 역량 강화, 글로벌 과학연구와 기술혁신 리더십 확보를 주 내용으로 담고 있다.
지난 7월 우리 정부도 2026년까지 340조원 이상의 기업 투자 유치를 위한 인프라 지원, 규제 개선 등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 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반선연 정책부회장을 맡고 있는 엄재철 영진전문대 교수는 "비메모리를 포함한 글로벌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여전히 미국 기업이 50.8%로 1위, 한국 기업은 18.4%를 공급하고 있다"며 "메모리에 편중된 우리의 취약점을 보강하기 위해 심하게 불균형적으로 위축돼 있는 팹리스, 파운드리, 소부장, 후공정 산업에서 정부의 혁신적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올해 세계 반도체시장은 전년 대비 11% 증가한 6806억 달러로 전망된다. 2020년 기준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4926억 달러로 미국이 50.8%를 점유하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한국은 18.4%로 2013년 이후 시장점유율 2위를 달리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장비 시장 점유율을 보면 2020년 기준 상위 15개 업체 중 미국, 유럽, 일본 업체가 대부분을 차지한 가운데 한국은 세메스가 13위를 기록했다. 반도체 소재 대부분은 일본과 중국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세계 1, 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있는 한국은 반도체 장비 시장의 '큰손'이다. 지난해 세계 장비시장 규모는 950억 달러로 한국이 247억 달러를 구매해 26% 정도를 차지했다.
2016년부터 6년간 미국, 일본, 유럽의 '빅5' 팹장비회사에 대한 구매액은 약 740억 달러로 파악됐다. 우리 정부가 발표한 5년간 340조원 투자 시 60%인 200조원 이상은 외국장비업체로 가고 있다는 계산이다.
미국을 필두로 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지각변동도 한국에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은 자국 반도체 산업에 5년간 총 527억 달러를 지원키로 했다. 특히 취약점으로 꼽히는 자국내 제조시설 투자와 R&D 지원에 집중돼 있다.
반면 한국의 경우 5년간 340조원 이상의 기업 투자 지원을 하기로 했지만 투자 여력이 있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두 대기업에 집중됐다는 분석이다. 엄 교수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만의 발전이 아닌 연관 산업들이 동반성장할 수 있는 환경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만의 경우 TSMC, UMC 등 파운드리 업체 외에도 미디어텍·노바텍·리얼텍 등 시스템 반도체 업체, 르웨광·신텍·중화정밀테크 등 반도체 후공정(OSAT) 기업들이 시장 점유율 최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경쟁력을 갖춘 우수 반도체 중소기업이 많은 것도 대만 경제의 강점이라는 설명이다.
중국 추격도 매섭다. 2015년 중국 회사들의 반도체 매출액은 130억 달러로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3.8%였지만 2020년에는 398억 달러로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9%를 차지, 연 성장률 30.6%를 기록했다. 이 추세라면 2024년 1160억 달러로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17%를 차지할 것이라는 계산이 가능하다.
중국은 2015년 글로벌 팹리스 시장의 10%를 차지했으나 2020년에는 16%를 차지하며 미국, 대만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정부의 지원으로 반도체 장비 부문에서 많은 신생기업들이 출현했다.
엄 교수는 "한국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쌓아온 메모리반도체 기술이 자리를 잡기까지 40~50년 동안 직간접적으로 엄청난 자원들이 투입됐다"며 "이제는 이 자산을 지렛대 삼아 우리가 취약한 반도체 공급망 사슬의 또 다른 분야를 성장시키는 것이 반도체 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두 회사는 규제개혁, 세제 지원 등으로 기업활동을 지원하고 재정지원은 우리가 취약한 장비·소재분야, 팹리스, OSAT 기업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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