팹리스, 파운드리, 소재·장비 등 각국 특화 분야 협력 예정
삼성전자 "세계 공급망 이익되는 방법 찾아야, 중국 놓치긴 어렵다"
[서울=뉴시스]동효정 기자 = 중국을 견제하고 반도체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공급망 협력체 '칩4(Chip4)' 예비회담이 9월 중에 개최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정부 기조에 맞춰 칩4 협력을 통한 실익을 노린다는 방침이다.
22일 정부 안팎에선 9월 열릴 예비회담에서 칩4의 세부적인 의제와 협의체 참여 수준을 조율한 후 공식 참여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이 들린다.
윤석열 대통령도 최근 뉴욕타임스(NYT) 인터뷰를 통해 "칩4 예비 회담에 참석할 것이고 모두에게 필요하고 합당한 일"이라고 밝힌 바 있다.
칩4에는 주요 반도체 제조국인 미국과 한국·일본·대만이 참여한다. 해당 4개국은 글로벌 반도체 생산의 80%를 차지하며 팹리스와 파운드리, 소재·장비 등 각각 특화된 분야에서 협력하는 게 골자다.
칩4 예비회의의 구체적인 장소와 시점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한국 정부는 이달 초 박진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회담 이후 칩4 예비회의 참석을 공식화한 상태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중국에서 대규모 메모리 공장을 운영하는 만큼 칩4 방향과 의제에 대해 주목한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반도체 수출국이며 최대 해외 생산기지다.
지난해 한국 반도체 수출액 1280억달러 중 대(對)중국 수출은 502억달러로 39%를 차지했다. 홍콩을 포함하면 60%에 달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전체 매출에서 중국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30%를 넘는다.
업계에선 국내 메모리 반도체의 지배적 위치와 기술력을 감안할 때 중국이 실제 보복에 나설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 하지만 만에 하나 국내 기업들을 위한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연원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경제안보팀장은 "중국내 우리 기업의 경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미국의 과도한 대중제재에 대해 오히려 칩4를 통해 적극 협의해 수위 조절에 나서야 한다"며 "칩4와 같은 논의체를 적절히 활용하면 우리 반도체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기업들도 정부 입장에 맞춘 칩4 협조를 통해 실익을 추구할 방침이다.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칩4와 관련해 "정부와 기업이 해야 할 일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며 "전체 IT에 공급하는 비중이 40%가 넘고 주요 고객들이 많은 중국 시장을 놓치긴 어렵기 때문에 중국 이해를 구하는 것을 바탕으로 미국과 함께 하면 좋겠다는 우려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경 사장은 "미국이 자국 이익을 위해 (칩4 동맹 주도 등) 여러 일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삼성전자도 우리 이익을 위해 일하는 것이고 서로 이익이 상충하는 경우도 있지만 잘 조율해 미국과 협조적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 삼성전자는 중국 시장을 놓치기 어렵고 중요 고객사들도 많은 만큼 미·중 갈등 속에서도 서로 윈윈하는 솔루션을 찾기 위해 노력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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