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사에서 첫 번째 중점 과제로 꼽아
주요 과제에 '플랫폼 자율규제 방안' 마련
대기업집단 제도 등 규제 개혁 추진에 속도
사무처장·상임위원 등 인사·조직 개편 주목
[세종=뉴시스] 이승재 기자 = "엄정한 법 집행과 경쟁 주창을 통해 시장 혁신 경쟁을 촉진하겠다."
한기정 신임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16일 취임사에서 네 가지 중점 과제를 제시하면서 이를 첫 번째로 꼽았다. 나머지 과제는 합리적인 대기업집단 제도 운영, 중소기업·소비자 권익 향상, 시장과 정부의 두터운 신뢰 등이다.
시장을 선점한 독과점 사업자에 대한 감시를 강조하기도 했다. 자신의 지위를 유지·강화하기 위해 경쟁 사업자의 시장 진입과 사업 활동을 방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간 '뜨거운 감자'인 플랫폼 업계 독과점 문제에 대해서도 단호하게 법을 집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던 만큼 이와 관련된 행보에 이목이 쏠린다.
17일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오는 21일 예정된 전원회의에 한 위원장이 곧바로 참석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는 공정위 최고 의결기구로 9명의 위원이 모여 공정거래법 위반 기업에 대한 제재 여부와 처벌 수위 등을 정하게 된다.
다음 주 돌아오는 회의에서는 폭스바겐그룹·BMW·다임러 등 독일 자동차 제조사들의 배출가스 저감 기술 관련 혐의와 관련된 논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통상 전원회의는 매주 수요일마다 열리기 때문에 한 위원장의 첫 회의는 오는 28일 또는 다음 달 5일에 잡힐 수도 있다. 하지만 국회 국정감사 일정과 겹치기 때문에 이보다 뒤로 밀릴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크다.
공정위 관계자는 "현재 예정된 전원회의 관련 자료는 다른 위원들이 이미 다 검토한 상태"라며 "신임 공정위원장도 사건을 이해하기 위한 최소한의 물리적 시간은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학자 출신인 한 위원장은 그간 '엄정한 법 집행'을 꾸준히 강조해왔다.
특히, 지난 취임사에서는 디지털 경제 분야를 지목하면서 새로운 불공정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주요 과제로는 온라인 플랫폼 업계와 입점업체 간의 갈등 문제 등을 거론했다.
이와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 위원장은 플랫폼 업계에 대한 새로운 규제안을 마련해야 한다.
당초 이전 정부에서는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을 제정해 관련 규제를 법으로 못 박아두려 했지만, 새 정부에서는 이를 민간에 맡기기로 했다.
현재 공정위는 '플랫폼 자율규제 방안'을 만들기 위한 민간 협의기구를 구성해 관련 논의를 진행 중이다. 얼마 전에는 네이버, 카카오, 쿠팡, 배달의민족 등 국내 대표 플랫폼 기업과 입점업체, 민간 전문가 등과 첫 회의를 개최된 바 있다.
당시 회의에서는 플랫폼 수수료·광고비, 입점계약 관행 개선 및 표준계약서 마련, 실태 조사 내실화 등 거래 환경 개선과 관련된 내용이 주로 거론됐다.
이와 관련해 한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서면질의 답변서에서 "플랫폼과 입점업체 소비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 간 갈등에는 자율규제가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플랫폼 분야의 모든 문제들, 특히 시장의 독과점과 같은 구조적인 문제까지 모두 자율규제에만 의존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앞서 공정위는 공정거래 조사에서 기업의 입장이 더 많이 반영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아울러 위원회 심의 이전 단계부터 공식적인 의견 제출 기회를 확대하는 등 기업의 방어권을 강화하기로 했다.
대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 정책도 예고돼있다. 주요 과제에는 대규모 내부 거래 등에 대한 공시 주기 조정과 기업 인수합병(M&A) 심사제도 개편 등이 꼽힌다.
한국계 외국인을 대기업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할 수 있는 기준 마련도 한 후보자가 안고 가야할 과제 가운데 하나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달 발표한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에 외국인 총수 지정 요건을 담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 외교부 등 관계부처가 미국과의 통상 마찰 가능성 등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면서 이 계획은 무산된 바 있다.
이외에 넉 달 가까이 수장 없이 표류한 공정위를 정비하기 위한 인사와 조직 개편도 이뤄져야 한다. 이전 정부에서 '재벌 개혁'에 앞장서 왔던 공정위의 정책 기조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내실 다지기도 필요한 상황이다.
먼저 공정위 핵심 보직인 사무처장, 상임위원 등 1급 인사가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후 국장·과장급 등 후속 인사도 줄줄이 이어지게 된다.
또한 얼마 전 기업집단국 산하의 지주회사과를 폐지하기로 했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조직 정비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인원 감축 대상에서 제외된 5명의 인원으로 지주회사팀을 운영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한 후보자는 취임사에서 "공정위는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활동하는 대기업, 중소기업, 소비자 등 모든 경제주체를 대상으로 시장 질서를 바로 세우고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다른 어느 부처보다 어렵고 무거운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실하게 일해 성과를 내는 사람은 그에 합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모두가 공감하는 인사의 원칙을 세우고, 효율적 조직 운영에도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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