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서울교통공사, 2년 전 가스총 회수하고 호루라기 지급

기사등록 2022/09/16 10:03:30 최종수정 2022/09/16 10:07:25

2020년 '고객서비스본부 역직원용 가스분사기 폐기계획'

역무실마다 배치됐던 가스총 528정 회수해 대부분 폐기

"수수료 및 소모품비 지출…과잉 방어 및 소송 발생 우려"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서울교통공사 20대 여성 역무원이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에서 지난 14일 전 동료 역무원에 의해 살해됐다. 2022.09.15.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전재훈 기자 =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에서 발생한 역무원 피살 사건 이후 역무원 안전 조치가 미흡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서울교통공사가 2년 전 역무실마다 배치됐던 가스총(가스분사기)을 회수하고 그 대신 호루라기를 지급한 사실이 드러났다.

16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교통공사는 2020년 7월 발표한 '고객서비스본부 역직원용 가스분사기 폐기계획'에 따라 2020년 11월 총 528정의 가스총 중 511정을 폐기했다. 나머지 10정은 예비 보관하고, 7정은 이관 조치했다.

기존에는 각 지하철역마다 1~2대의 가스총이 배치돼 있었으나, 폐기 결정이 나면서 역당 2개씩 전자식 호루라기로 대체됐다.

공사 측은 매년 약 2300만원에 달하는 관리 비용, 과잉 방어 문제 야기, 낮은 장비 사용 빈도, 허가증 관리의 어려움 등을 가스총의 문제점으로 판단했다.

당시 공사 측은 "사용 빈도가 극히 낮고, 폭행으로부터의 직원 보호라는 기대 효과도 미미하며, 불필요한 행정 및 예산 낭비를 초래하는바, 2020년 1분기, 2분기 사업장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의결에 따라 역직원용 가스분사기를 폐기한다"며 "직원 보호를 위해 위급 상황 시 손쉽게 사용 가능한 호신용 장비(전자식 호루라기)를 지급하기로 했다"고 공지했다.

최근 역무원 살인 사건을 지켜본 역무원들 사이에서는 가스총 회수 조치가 적절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공사 직원 A씨는 "2년 전에는 순찰 할 때 가스총을 항상 갖고 다녔는데, 회수하고 호루라기를 줄 때부터 안전에 관심 없다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 B씨도 "흉기 소지자를 제압하러 가는데 호루라기가 무슨 소용인가"라고 토로했다.

공사 관계자는 "가스총은 사용 횟수가 적고 효율적이지 못하다고 판단해 비상시 주의를 끌 수 있는 호루라기를 지급했다"면서도 "추후 직원 안전을 위한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공사 측은 전날 사내 공지를 통해서도 "사건 수습에 최선을 다함과 동시에 직원 여러분들을 보호하는 방안을 최대한 강구하겠다"고 전했다.

하지만 같은 날 오후 공사 측은 긴급 공지를 통해 "신당역 여직원 사망사고 관련 국무총리 지시사항으로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수립 아이디어가 필요하다"며 직원들에게 대책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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