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응 실책' 日후생노동성…조직 분할·재편할 듯

기사등록 2022/09/14 10:55:09 최종수정 2022/09/14 10:57:42

"코로나19에 농락…기능부전" 日 내에서 비판 쇄도

옛 후생성과 노동성 통합 출범한 후 '세금먹는 하마'

만성 인력부족, 과도한 업무 등으로 부처 분할 대두

【서울=뉴시스】일본 후생노동성 자료사진. (사진 출처 : NHK). 2022.09.14
[서울=뉴시스] 박준호 기자 = 코로나19 전세계 최다 감염국이라는 오명을 쓴 일본이 코로나19 대응에 있어서 실책을 한 후생노동성(厚生労働省)의 부처 조직을 쪼개는 '구조조정' 가능성이 대두됐다.

산케이신문은 14일 "코로나19에 농락당한 후생노동성을 놓고 다시 성(省)의 분할·재편안이 거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후생노동성이 감염증 대책에만 전념하도록 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대책의 일환으로 일부 업무를 다른 성으로 이관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계기로 약 3만3000명의 직원을 보유한 거대 관청에서 소관업무가 많다는 점과 직원의 과중한 노동 등 근본적인 문제점에도 다시 이목이 쏠리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감염증 대책본부에서 향후 감염병 대책을 강화하기 위해 결정한 조직개편 방안은 내각관방에 감염병 대책을 총괄하는 '내각 감염증 위기관리 총괄청'을 내년까지 신설하고, 이 총괄청 내에 백신이나 치료제의 개발·승인에 주력하는 '감염증 대책부'를 설치하는 것이 골자다. 

그간 의약생활위생국이 소관하던 수도행정 중 하수도 시설 정비와 재해 대응 업무는 국토교통성이, 수질기준 수립은 환경성이 각각 맡도록 했다. 식품위생에 관한 규격이나 기준 책정은 소비자청으로 옮겨질 것으로 알려졌다.

2년 전부터 시작된 코로나19 사태는 업무력 저하가 두드러진 후생노동성의 문제점을 다시 불거지게 만든 계기가 됐다. 만성적인 인력난이 지적되고 있는 가운데, 검역이나 의료 체제의 정비, 코로나 백신 조달이나 접종 체제 구축과 같은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업무가 후생노동서에 집중됐다. 일본 정부는 내각관방 등에 업무의 일부를 배분했지만, 그럼에도 백신의 약사 승인 등을 놓고 곳곳에서 후생노동성을 향해 "뒷북"이라는 비판이 쇄도했다고 산케이가 지적했다.

하시모토 류타로 정권의 행정개혁 일환으로 2001년에 옛 후생성과 옛 노동성이 통합해서 탄생한 후생노동성은 당시 부처 재편을 통해 연금·의료·간병이라는 사회보장과 고용이라는 국민생활에 친밀한 정책을 담당함으로써 종전 행정의 폐해를 불식하고 보다 기동적이고 효율적으로 정책 입안을 추진하려는 목적이 있었다.

그 결과, 후생노동성은 일본 국가의 일반 회계 예산의 약 3분의1에 해당하는 약 30조엔의 세출을 취급하는 거대 정부기관이 됐다. "소관업무도 폭넓고, 1명의 장관이 결재하기까지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고 후생노동성 관계자는 신문에 역효과를 지적하기도 했다.

심각한 것은 직원들의 과중 부담이다. 후생노동성은 연금보험료나 의료제도 등 여야가 첨예하게 대결하는 정책과제가 밀어붙여 필연적으로 관련 법안의 국회 심의는 다른 부처보다 두드러지게 많다.

직원들은 폭넓은 일상 업무에 더해 국회 심의 답변 작성에 분주해 새벽까지 잔업이 일상화된 적도 있다. 이 때문에 '강제노동성'이라는 오명도 쓰고 정신질환을 앓거나 이직하는 중견 간부나 젊은 직원이 적지 않았다고 산케이는 보도했다.
[도쿄=AP/뉴시스]지난 7월14일 도쿄 신주쿠 지역에서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보호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이 코로나19 보호 관련 안내판 앞을 지나고 있다. 2022.08.31.
후생노동성 개편·분할 방안은 그동안 여러 차례 정책과제로 거론돼 왔다. 2009년 사회보험청의 관리 소홀로 연금보험료의 낭비가 밝혀진 '사라진 연금' 문제가 발생했을 때에는 당시 아소 다로 정권이 의료·연금·간호를 소관하는 '사회보장성'과 고용·저출산 대책을 실시하는 '국민생활성'으로의 분할 방안을 검토했다.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부 장관을 중심으로 한 자민당의 소장파 의원들이 후생노동성 조직은 건드리지 않고 각료를 2명으로 늘리거나 3개 성으로 분할하는 개혁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지난해 가을 자민당 총재 선거 당시 출마했던 고노 타로 디지털상이, 후생노동성을 '의료'와 '노동·연금분야'로 분할하고, 연금 개혁 등 분야별로 담당상을 둔다는 구상을 피력하기도 했다. 이에 '건강 위기 관리청'의 창설을 내건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부처는 단지 나누면 된다고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이번 부분적인 조직 개편은 후생노동성의 권익을 빼앗는 것으로도 이어지지만, 성내의 저항은 적다고 산케이가 전했다.

후생노동성의 한 간부는 산케이신문에 "날마다 업무에 치이고 코로나 대응에서는 항상 뒷짐만 지고 있다는 말을 들을 뿐이다"라며 "이런 상태에서는 우리 성의 권한을 뺏는 것을 그만하라고 강하게 주장할 체력도 없다"고 토로했다.

후생노동성은 내부적으로는 구 후생계와 구 노동계로 나뉘어져, 빨리 원래대로 2개 성으로 재편하는 것이 좋다는 목소리가 내부에서 나오기도 한다. 

다만 일본 정부와 자민당으로서는 단순히 조직을 분할하는 것만으로는 문제의 해결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많다. 다음 날 아침까지 일하지 않으면 따라잡을 수 없는 비정상적인 직장 환경을 개선해 직원 1인당 업무량을 줄이지 않는 한 아무리 조직을 나눠도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민당의 한 의원은 "급격한 저출산 고령화 등 국가적 위기에 대처하려면 지금이야말로 여러 분야의 정책을 짜야 한다"며 부담 경감만을 중시한 조직 개편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산케이신문은 "국민의 목숨을 맡는 관청이 기능부전에 빠져 있는 것은 정치의 태만이기도 하다"며 "코로나19 사태의 교훈을 살려 근본적인 논의를 다시 시작할 때가 됐다"며 일본 정치권에 부처 개편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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