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6개월 만에 벤투호 복귀…선발보다 후반 조커로 활용될 듯
벤투 감독은 13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9월 A매치에 나설 선수 명단 26명을 발표하면서 이강인을 미드필더에 뽑았다.
이강인이 대표팀에 오른 건 지난해 3월 일본과의 친선경기(0-3 패) 이후 처음이다.
벤투 감독이 18개월 만에 이강인을 다시 부른 건 이번 시즌 스페인 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에서 보여준 활약 때문이다.
이강인은 정규리그 5경기에서 최근 4경기 연속 공격포인트(1골 3도움)를 기록했다. 지난 11일엔 강호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시즌 3호 도움을 추가했다.
포르투갈 신성 주앙 펠리스(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리그 도움 공동 1위다.
달라진 건 도움뿐만이 아니다. 이전보다 빨라진 스피드에 수비 가담 능력까지 향상됐다.
벤투 감독은 이번 9월 A매치에 이강인을 호출한 이유에 대해서 원론적인 답변만 했다.
마요르카에서의 활약에도 대표팀에서 자신이 원하는 역할을 수행할지 여부에 대해선 여전히 물음표가 따르는 듯했다.
벤투 감독은 "소속팀 마요르카에서 활용법을 지켜봤다. 대표팀에서 활용법은 고민하고 있다"면서 "공격적으로 기술과 판단이 뛰어난 선수지만, 수비는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벤투 감독은 상대에 따라 포메이션에 변화를 주지만, 기본적으로 4-2-3-1 혹은 4-3-3 전술을 기본 뼈대로 한다.
최전방에 황의조(올림피아코스)를 중심으로 좌우에 손흥민(토트넘)과 황희찬(울버햄튼)이 서는 게 벤투호의 플랜A다.
지난 6월 국내에서 치른 A매치 4연전에선 유럽파 '작은' 정우영(프라이부르크)이 처진 공격수 자리에 포진해 가능성은 보이기도 했다.
당시 손흥민을 최전방에 세운 '손톱'과 정우영을 중앙에 배치한 '센트럴우영'은 본선에서 강팀을 상대로 가동해볼 만한 옵션이란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이처럼 이강인이 스페인 무대에서 공격 포인트를 꾸준히 쌓아도 벤투호에서 기존 경쟁 구도를 뚫긴 쉽지 않아 보인다.
벤투호와 달리 마요르카는 5명의 수비수를 둔 5-3-2 포메이션을 주로 사용하는데, 이강인은 베다트 무리키와 투톱인 동시에 공격형 미드필더로 뛴다.
프리롤에 가까운 역할로 전방에서 많은 공간을 부여받는다.
그나마 긍정적인 건 이강인이 마요르카에서 수비할 때(상대 볼 소유시) 측면으로 이동해, 이전보다 사이드 포지션에 익숙해졌다는 점이다.
한준희 축구 해설위원은 "이강인이 주전이 아닐 확률이 높다. 기존 4-3-3 포메이션에서 공격 2선의 한 자리로 교체 투입되거나, 득점이 필요한 절박한 상황에서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벤투호가 6월 A매치 4연전에서 다양한 포메이션을 실험했는데, 작은 정우영이 섰던 위치에서 상대 체력이 떨어진 후반 25분 이후 투입되는 게 현재로선 가장 이상적인 활용 방안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벤투 감독은 이번 소집에도 전술적인 이유로 올 시즌 K리그1에서 득점 공동 4위에 올라 있는 이승우(수원FC)를 뽑지 않았다.
공격 포인트 등 수치가 아무리 좋아도 자신의 전술과 맞지 않으면 외면한다. 이강인도 이 경계를 무너트려야 카타르월드컵으로 가는 티켓을 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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