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단 '스트레인지 뷰티' 연출
벨기에 리에주 극장과 공동제작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로 실험
국립극단과 벨기에 리에주 극장이 공동제작한 '스트레인지 뷰티'는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한 실험적인 작품이다. 100분간의 전위적인 공연에서 예술가들은 즉흥적인 몸의 감각으로 이 질문에 다가간다.
연극 '휴먼 푸가', 창극 '나무, 물고기, 달' 등을 작업했던 배요섭 연출가가 연출을 맡았다. 지난 7일 서울 용산구 국립극단에서 만난 그는 "아름다움을 경험하는 것이 무엇인지 질문하면서 이를 나눌 수 있는 방법으로 이 공연이 역할을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아름다운 장면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하지만 아름다움은 만지거나 보이는 게 아니라, 어떤 걸 경험했을 때의 상태가 아닐까 생각해요. 그 순간에 예술가들이 어떻게 존재하고 있는 지에 집중하죠. 공연은 (아름다움의)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 순간들로 엮어져 있어요."
일례로 '핑거댄스' 장면에선 손가락에 물감을 묻히고, 무대 중앙의 12면체 구조물에서 몸을 접촉하며 춤을 춘다. 서로 몸을 맞대고 온몸이 캔버스가 되어 그림을 그린다. 마지막엔 바닥에 깔린 금박 종이로 모양을 만든다. 이 약속을 바탕으로 나머지는 퍼포머들의 자유다.
배 연출을 포함해 안무가, 사운드 아티스트, 비주얼 아티스트, 배우, 영상감독 등 각 분야에서 활동해온 7명의 예술가가 공동 창작했다. 유럽, 아프리카, 남미 등 다양한 대륙 출신으로, 무대엔 6명이 오른다. 판 디자인·연출을 맡은 배 연출은 전통적인 연출의 역할을 벗어나 예술가들에게 고민거리와 탐구거리를 제시하는 개념적 의미의 '판'을 설계하는 역할을 했다.
"처음에 아름다움은 낯선 곳에서부터 출현한다는 아이디어가 있었어요. 벨기에 사람들에게 가장 낯선 게 뭘까 했을 때 한국의 땅 끝에 있는 미황사라는 절이 아닐까 생각했죠. 하지만 (해외 예술가들이) 한국에 올 수 없어 벨기에 티베트 사원에서 비슷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했어요. 그것조차 그들에겐 새로움이었죠."
"사실 아직도 질문하고 있는 중이에요. 그동안 연극이라는 틀 안에 내가 갇혀있지 않았나 고민했는데, 이번에 구애받지 않고 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예술가들에게 자유를 주고 저도 한 발짝 뒤로 물러나 작업했죠. 기존에 해왔던 연극 작업과는 다른 방식으로 관객들을 만나게 됐죠."
오는 18일까지 국립극단 소극장 판에서 공연하는 작품은 지난달 10~11일 벨기에 SPA 페스티벌 야외무대에서 첫선을 보였다. 오는 12월엔 벨기에 리에주 극장 무대에 오른다.
그는 "(벨기에 페스티벌에서) 처음 관객을 만나는 순간이라 두렵고, 떨렸다. 첫 공연 후 반응이 갈렸지만, 생각보다 잘 받아주는 관객들도 있었다. 두 번째 공연에선 웃고 즐기는 사람도 있었고 반응이 또 달랐다. 한국도 관객 반응이 그날그날 달라서 일희일비하고 있다"고 웃었다.
"편견 없이 이 공간 안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경험해보자는 마음으로 와주세요. 의미를 찾으려는 순간, 길을 잃게 될 거예요. 해석하지 말고 그 속에 머무르며 느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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