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배요섭 연출 "편견 없이 찰나의 아름다움 느껴봐요"

기사등록 2022/09/12 16:19:33 최종수정 2022/09/12 20:28:00

국립극단 '스트레인지 뷰티' 연출

벨기에 리에주 극장과 공동제작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로 실험

[서울=뉴시스]'스트레인지 뷰티' 공연사진. (사진=국립극단 제공) 2022.09.1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아름다움을 결과물로 보여주는 건 아니에요. 결과가 아닌 예술가 자체에 초점이 맞춰져 있죠. 그 안의 진실된 모습을 발견하는 찰나, 관객이 아름다움을 경험하는 순간이라고 생각하죠."

국립극단과 벨기에 리에주 극장이 공동제작한 '스트레인지 뷰티'는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한 실험적인 작품이다. 100분간의 전위적인 공연에서 예술가들은 즉흥적인 몸의 감각으로 이 질문에 다가간다.

연극 '휴먼 푸가', 창극 '나무, 물고기, 달' 등을 작업했던 배요섭 연출가가 연출을 맡았다. 지난 7일 서울 용산구 국립극단에서 만난 그는 "아름다움을 경험하는 것이 무엇인지 질문하면서 이를 나눌 수 있는 방법으로 이 공연이 역할을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아름다운 장면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하지만 아름다움은 만지거나 보이는 게 아니라, 어떤 걸 경험했을 때의 상태가 아닐까 생각해요. 그 순간에 예술가들이 어떻게 존재하고 있는 지에 집중하죠. 공연은 (아름다움의)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 순간들로 엮어져 있어요."
[서울=뉴시스]배요섭 연출가. (사진=국립극단 제공) 2022.09.1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일반적인 연극의 모습은 아니다. 오히려 행위예술에 가까운 형태다. 퍼포머들은 순간적으로 느끼는 아름다움에 대한 감각을 날 것 그대로 표현한다. 기본이 되는 약속 몇 가지 외에는 즉흥적이다. 그는 "계산하지 않고 그 순간에 머무는 게 즉흥"이라며 "그때 예술가의 모습이 가장 잘 드러난다. 최소한의 약속 위에 새롭게 일어나는 일에 반응하고, 그런 과정을 관객이 경험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일례로 '핑거댄스' 장면에선 손가락에 물감을 묻히고, 무대 중앙의 12면체 구조물에서 몸을 접촉하며 춤을 춘다. 서로 몸을 맞대고 온몸이 캔버스가 되어 그림을 그린다. 마지막엔 바닥에 깔린 금박 종이로 모양을 만든다. 이 약속을 바탕으로 나머지는 퍼포머들의 자유다.
[서울=뉴시스]'스트레인지 뷰티' 공연사진. (사진=국립극단 제공) 2022.09.1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손가락을 어떻게 움직일지, 어떤 색깔을 찍을지, 서로 어떻게 접촉할지 그날그날 달라요. 퍼포머들이 반응하고 파생되는 느낌이 다 다르죠. 겉으로 볼 땐 비슷할 수 있어요. 하지만 퍼포머에겐 매번 새로운 경험이고, 관객들은 그 감각을 공유할 수 있죠."

배 연출을 포함해 안무가, 사운드 아티스트, 비주얼 아티스트, 배우, 영상감독 등 각 분야에서 활동해온 7명의 예술가가 공동 창작했다. 유럽, 아프리카, 남미 등 다양한 대륙 출신으로, 무대엔 6명이 오른다. 판 디자인·연출을 맡은 배 연출은 전통적인 연출의 역할을 벗어나 예술가들에게 고민거리와 탐구거리를 제시하는 개념적 의미의 '판'을 설계하는 역할을 했다.
[서울=뉴시스]'스트레인지 뷰티' 공연사진. (사진=국립극단 제공) 2022.09.1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창작의 영감을 얻고자 2020년 8월말, 전남 해남의 미황사와 벨기에의 티베트불교 수도원에서 체험 수련도 했다. 외국 예술가들에겐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선물 같은 시간"이 됐다. 또 노자의 '도덕경', 켄 윌버의 '무경계' 등을 읽으며 토론하고 아이디어를 교류했다. 당초 2021년 공연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로 1년여가 미뤄졌고 이 기간엔 명상하며 각자 탐구의 여정을 이어갔다.

"처음에 아름다움은 낯선 곳에서부터 출현한다는 아이디어가 있었어요. 벨기에 사람들에게 가장 낯선 게 뭘까 했을 때 한국의 땅 끝에 있는 미황사라는 절이 아닐까 생각했죠. 하지만 (해외 예술가들이) 한국에 올 수 없어 벨기에 티베트 사원에서 비슷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했어요. 그것조차 그들에겐 새로움이었죠."
[서울=뉴시스]'스트레인지 뷰티' 공연사진. (사진=국립극단 제공) 2022.09.1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배 연출이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건 '내가 왜 이 연극을 계속하고 있었을까'라는 근본적 질문에서 비롯됐다. "20년 넘게 작업하면서 (연극을) 그만해야 될 거란 고민이 들 때, 내가 해왔던 동력이 뭘까 생각했어요. 늘 작업하는 과정에서 특별한 경험을 했더라고요. 그게 아름다움의 경험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다른 예술가들도 이런 경험을 하고 있을까 궁금해졌어요."

"사실 아직도 질문하고 있는 중이에요. 그동안 연극이라는 틀 안에 내가 갇혀있지 않았나 고민했는데, 이번에 구애받지 않고 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예술가들에게 자유를 주고 저도 한 발짝 뒤로 물러나 작업했죠. 기존에 해왔던 연극 작업과는 다른 방식으로 관객들을 만나게 됐죠."

오는 18일까지 국립극단 소극장 판에서 공연하는 작품은 지난달 10~11일 벨기에 SPA 페스티벌 야외무대에서 첫선을 보였다. 오는 12월엔 벨기에 리에주 극장 무대에 오른다.

그는 "(벨기에 페스티벌에서) 처음 관객을 만나는 순간이라 두렵고, 떨렸다. 첫 공연 후 반응이 갈렸지만, 생각보다 잘 받아주는 관객들도 있었다. 두 번째 공연에선 웃고 즐기는 사람도 있었고 반응이 또 달랐다. 한국도 관객 반응이 그날그날 달라서 일희일비하고 있다"고 웃었다.

"편견 없이 이 공간 안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경험해보자는 마음으로 와주세요. 의미를 찾으려는 순간, 길을 잃게 될 거예요. 해석하지 말고 그 속에 머무르며 느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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