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죽지세 알뜰폰…2년여 동안 이통사 가입자 야금야금 뺏어와
저렴한 요금제로 승부…잇단 금융권 진출로 혜택 다양해져
접근성은 이통사가 더 유리…멤버십·결합할인 등으로 차별화
[서울=뉴시스] 심지혜 기자 = #프로그래머 A씨는 아이폰으로 알뜰폰에 가입했다. 와이파이 사용이 많아 LTE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 데다 이통사에서는 평소 사용 패턴에 맞는 요금제가 없어 알뜰폰을 선택했다. 제공량이 같을 경우 알뜰폰이 훨씬 저렴한 요금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도 알뜰폰을 찜한 이유다.
# 최근 결혼한 B씨는 남편과 이통사 요금제로 인터넷까지 묶어 결합 할인을 받고 있다. 25%요금할인에 결합으로 초고속인터넷서비스 할인까지 되니 특별히 다른 이통사로의 이동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 이뿐 아니라 멤버십 혜택으로 매달 피자, 커피 등을 구매할 때 받는 할인도 쏠쏠하다.
알뜰폰의 성장세가 심상치 않다. 2년여 동안 번호이동에서 나홀로 가입자 순증을 이어갔다. 반대로 보면 계속해서 이통3사 가입자를 뺏어온 것이다. 이는 알뜰폰이 요금제를 다양화하면서 인지도를 높여온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실속형 요금제를 선택하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도 한몫 했다.
반면 시장을 지키려는 이통사는 집토끼 지키기 전략으로 맞서고 있다. 멤버십 혜택에 결합할인 등 다양한 서비스로 가입자 이탈을 최소화하고 있다.
◆ 이통사, 갤Z4 역대급 예판에도 알뜰폰 번이 순증 굳건
11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지난 8월 번호이동 건수는 총 38만2352건으로 전월대비 4.4% 증가했다.
지난달은 삼성전자의 새 폴더블폰 갤럭시Z폴드4·플립4가 출시된 때다. 이통3사와 삼성전자는 역대급 규모의 사전판매 기록을 세웠다.
이 가운데 알뜰폰은 이통사에게 가입자를 뺏기기는커녕 오히려 전월보다 더 많은 가입자를 데려왔다.
알뜰폰은 이통3사로부터 6만4268건을 뺏어왔다. 알뜰폰끼리의 번호이동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이통3사에서 알뜰폰으로 이동한 회선 수는 9만1731건이다. 반면 알뜰폰에서 이통3사로 이동한 회선은 2만7463건에 불과하다.
특히 지난달 전체 번호이동 수치는 갤럭시Z4 전작 갤럭시Z3 시리즈가 출시된 전년 동월보다 24%가량 감소했는데, 알뜰폰의 순증 규모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당시 알뜰폰은 6만7665건 순증했다.
알뜰폰의 가입자 순증은 지난 2020년 6월부터 계속됐다. 이는 실제 이통3사 가입자 수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무선통신서비스 가입자 통계의 ‘이동전화 용도별 회선수’에서 태블릿, 웨어러블, 사물인터넷(IoT) 등의 회선을 제외한 휴대폰 회선만 놓고 보면 이통3사는 올해 계속 감소한 반면 알뜰폰은 늘었다. 전체 휴대폰 회선 수도 꾸준히 증가했는데 이통3사가 아닌 알뜰폰이 이를 견인한 셈이다.
상황이 이렇자 이통사는 사업 성장의 잠재적 위험 요소 중 하나로 알뜰폰을 지목하기까지 했다. 특히 중장기적으로 핵심 고객이 될 젊은층의 이탈이 가속화 된다는 점에 주목했다. 최근의 알뜰폰 성장이 자급제 단말과 저렴한 요금제 조합으로 실용성을 중시하는 MZ세대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 저렴한 요금제로 통신비 인하…금융 상품 혜택까지
알뜰폰의 강점은 이통사 대비 요금제가 저렴하다는 데 있다. 일례로 SK텔레콤에서 데이터 4GB에 음성·문자가 무제한인 요금제는 월 5만원이다. 여기에 25% 요금할인을 적용하면 월 3만7460원으로 요금이 낮아지지만 알뜰폰의 적수는 못 된다.
알뜰폰 세븐모바일에서는 데이터 1만450원에 4GB에 음성 2000분·문자 2000건을 제공한다. 음성·문자가 무제한이 아니라는 차이는 있지만, 음성의 경우 33시간 가량을 통화할 수 있어 다량의 통화가 필요하지 않다면 부족하지 않은 수준으로 보인다.
특히 금융권의 진출은 알뜰폰의 입지를 더 높였다. 앞서 이통3사 자회사가 저렴한 요금제를 다양하게 선보이면서 인지도를 높였다면 금융권은 알뜰폰에 없던 새로운 혜택을 제공했다.
첫 주자는 KB국민은행이 설립한 리브엠이다. 리브엠은 도매대가(원가) 이하의 요금제를 선보이면서 빠르게 가입자를 흡수했다. KB국민은행을 이용하는 이들에게는 추가 혜택도 제공했다. 이를 바탕으로 리브엠은 출범 2년여 만에 가입자 30만명을 확보했고, 최근 들어서는 이통사까지 위협할 정도로 존재감을 키웠다. 이통사 유통망이 나서 리브엠을 견제할 정도다.
이에 더해 금융 플랫폼 토스가 10년 업력의 알뜰폰 머천드코리아를 인수, 올 하반기 시장 진입을 예고했다. 리브엠은 KB국민은행이 직접 운영하면서 시행착오를 거쳤다면 토스는 오랜 기간 시장 경험을 충분히 갖춘 머천드코리아를 통해 진출하는 만큼 업계에서는 토스가 빠른 속도로 시장을 잠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또한 토스의 금융 상품 가입자가 계속해서 늘어나는 가운데 알뜰폰과 시너지가 날 경우 기존 사업자와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영향력이 더 커질 것이란 시각도 있다.
알뜰폰은 저렴한 요금제 이외에 멤버십이나 결합 등 추가 혜택이 부족했다. 잇단 금융권의 진출은 이동통신 시장에 없던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해 소비자 혜택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 싼 요금이 다는 아니지…멤버십·결합으로 차별화
이통사 요금이 상대적으로 비싼 것은 자명하다. 공시지원금이나 25%요금할인을 받는다 해도 알뜰폰을 이용하는 게 훨씬 저렴하다.
그럼에도 이통사는 알뜰폰보다 경쟁력이 있다. 전국에 갖춘 유통망으로 접근성을 높였고 탄탄한 고객센터를 통해 알뜰폰보다 신뢰를 얻고 있다. 쉽게 스마트폰을 구입하고 요금제에 가입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고객 불편에 대해 빠르게 응대할 수 있다.
알뜰폰에 없는 부가 혜택을 다양하게 제공하고 있다는 점 또한 이통사의 강점이다. 대표적인 혜택이 멤버십이다. 이통3사는 멤버십으로 영화·외식·커피숍 등에서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이에 더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음원스트리밍서비스에 대한 할인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최근에는 구독 서비스를 론칭하면서 혜택의 종류를 넓혔다.
또 다른 차별점은 결합 할인이다. 댁 내 필수 인프라인 인터넷과 IPTV 등을 함께 제공하는 동시에 할인 혜택까지 준다.
최근에는 결합 혜택 범위를 넓혀 가족이 아닌 지인과도 결합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범위를 넓혔다. SK텔레콤은 최근 가족이 아니더라도 주소지가 같을 경우 결합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바꿨다. 신혼부부가 혼인 신고를 안 하는 경우, 친구끼리 함께 사는 경우 등을 고려한 조치다. 또 한 집에 살면서 결합 혜택을 받다 독립해서 주소지가 달라졌더라도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KT는 이동통신 서비스에 더해 넷플릭스, 티빙, 삼성전자 가전, 현대카드 등의 할인 혜택을 주는 결합 요금제를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LG유플러스는 가족이 아닌 지인끼리 결합했을 때에도 할인 혜택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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