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찍는 사람 뽑냐"…순경 필기 '역대급 난이도'에 수험생 '분통'

기사등록 2022/09/12 09:00:00 최종수정 2022/09/12 18:02:08

필기시험 이의제기 300배 폭증

구체적 사례 놓고 해석 요하거나

이론적 학설 묻는 문항 많아져

"1분당 1개씩 풀어야" 불만 폭주

[서울=뉴시스]2022년도 2차 순경 공채 필기시험 형사법 과목 문항. (자료=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위용성 기자 = 최근 치러진 경찰의 순경 공개채용 필기시험이 '역대급 난이도'라며 수험생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기존 시험과 유형이 크게 바뀐 탓인데, 체감 난이도가 상승해 수험생들이 주어진 시간 내에 도저히 풀 수 없는 시험이었다는 비판이 높다. 특히 오랫동안 시험 준비에 매달려왔던 수험생들은 "잘 찍는 사람을 경찰관으로 뽑는 거냐"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1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치러진 2022년 2차 경찰공무원(순경) 필기시험과 관련해 총 913건의 이의제기가 접수됐다. 올해 1차 공채 시험 당시 3건에 불과했던 이의제기 건수가 300배 폭증한 것이다.

시험이 끝난 후 수험생들은 지문이 길어 풀이 시간이 오래 걸리는 사례형 문항이 다수 등장했고, 특히 난이도가 높다고 여겨지는 개수형 문항도 늘어났다고 평가했다. 또한 헌법, 형사법, 경찰학 등 총 100문제에 주어진 시간은 100분이라 1분에 1문제꼴로 풀어야했다고 한다.

실제로 시험 문항을 보면 '현행범인 체포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과 같이 기초적 개념과 판례에 대한 숙지를 요구하던 과거와 달리, 이번 시험에선 구체적인 사건 사례를 주고 해석하는 능력을 요구하는 문항이 다수 출제됐다.

[서울=뉴시스]2022년도 2차 순경 공채 필기시험 형사법 과목 문항. (자료=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재판매 및 DB 금지


이에 수험생들이 모인 온라인 카페 등에서는 볼멘소리가 터져나왔다. 영어와 한국사 등 일부 과목이 빠지면서 억지로 변별력을 높이려 무리했다는 비판도 많다.

한 수험생은 "변호사를 뽑겠다는 건지, 아니면 (잘 찍는) 무속인을 뽑겠다는 건지"라고 했다. 다른 수험생은 "간부후보생 시험보다 난이도가 더 높은 것 같다. 변별력은 주더라도 문항을 정제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했다. 한 변호사는 "순경 시험이 아니라 실제 형사사건 실무 능력 평가시험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예측가능성이 있어야 하는 대규모 국가 공무원 채용시험에서 이 정도 수준의 유형 변화는 사실상 '난이도 조절 실패'로 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전 기출문제와 이번 시험문제를 직접 비교해 본 한 변호사는 "확립된 대법원의 입장을 묻는 질문보다는 이론적인 학설이나 견해대립에 따른 결론을 묻는 문제가 다수 포함되는 등 기존과 전혀 다른 유형의 시험으로 보인다"며 "이런 문제를 1분당 하나씩 풀어야 하는 기존 수험생들 입장에선 정말 '잘 찍는 사람을 뽑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올 법 하다"고 말했다.

변호사·경찰 출신인 한 형사법 유명강사는 시험 직후 경찰청에 "사례형 4문제에, 변호사시험 스타일에, 개수형 10개, 조합형 4개, 특별형법 20지문(10문제). 이게 과연 경찰순경 하는데 필요한 덕목이냐"라는 내용의 항의전화를 했다고 자신의 온라인 카페를 통해 밝히기도 했다.

'대체 출제위원이 누군지 명단을 밝히라'는 분노 섞인 주장도 나오고 있다. 경찰청은 '경찰공무원 임용령' 등 규정에 따라 관련 분야 대학교수 등 전문가를 출제위원으로 선발한다. 객관성 유지를 위해 다른 국가직 시험과 마찬가지로 명단은 비공개다.

순경으로 입직한 한 현직 경찰관은 "어차피 상대평가인지라 얼마나 꼼꼼한 부분까지 세세하게 공부했는지가 당락을 가르지 않겠느냐"면서도 "실무와 별 관계가 없는, 문제를 위한 문제를 냈다면 다른 이야기"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순경 공채 시험 경쟁률은 남자 17.9대 1, 여자 33.8대 1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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