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뉴시스] 강진구 기자 = "마치 파도 같은 흙탕물이 도로로 넘쳐 손 쓸 틈 조차 없이 몸만 빠져 나가기 바빴어요. 차량은 이리저리 물결치듯 흘려갔고 성난 물길로 도로인지 구조물인지 몰라 우선 높은 곳으로 도망치기 급급했어요.. 최근 20여년 만에 처음 보는 하천 범람이었습니다."
경북 포항시 남구 오천읍 주민 A(67)씨는 지난 5일 밤부터 6일 오전까지 내습한 제11호 태풍 '힌남노'로 인한 집중호우에 따른 피해 참상을 보고 이 같이 몸서리 치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포항지역은 지난 5일부터 6일 오전까지 제11호 태풍 '힌남노'로 인한 집중 호우로 현재 '물과의 전쟁 중'이다.
항구도시 특성상 바다와 인접한 저지대가 많아 이번 집중호우로 이들 지역의 피해가 유독 심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날 포항지역 최대 순간풍속도 초속 38.3m를 기록했다.
포항 지역의 대표적 저지대이자 상습 침수지역인 죽도시장과 양학시장, 두호시장, 장성시장도 침수됐다. 이날 오전 10시 기준 1760개 점포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대송면 칠성천 인근 주민 B(75·여)씨는 "이날 오전 2시께 '칠성천이 범람한다'는 안내 방송이 나와 대송면사무소로 대피했다"며 "도로를 타고 넘친 물이 집안으로 흘러 들어와 가구와 살림살이를 휩쓸고 나가 마치 집안이 생활 쓰레기 하치장을 방불케 했다"고 당시 긴박했던 순간을 회상했다.
죽도시장 상인 D(56)씨는 "태풍이 마치 군사작전을 펼치듯 순식간에 스쳐 지나가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며 "이날 오후 3시 현재까지 침수 지역이 여전히 물이 빠지지 않고 있어 추석을 앞둔 죽도시장은 현재 개점 휴업사태"라고 말했다
포항시는 도심 주요 거점이 이날 오후 3시 현재까지 침수 상태로 주민 간, 지역 간 이동이 당분간 현실적으로 어려워 직·간접적인 피해는 갈수록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의 제11호 태풍 힌남노 기습 강타에 따른 피해 지역과 주민들에 대한 특별재난지역 선포와 지원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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