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명 신청자 중 21명 취업…28명은 탈락
정규직 계약, 학교 지원금에 구단 고민
탈락자들, 실업팀 계약-대학 진학 선택지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여자 프로배구 신인 드래프트를 신청한 고3 학생 중 절반 이상이 프로팀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이들은 향후 실업배구단이나 대학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거나 아예 새로운 진로를 택해야 한다.
지난 5일 열린 2022~2023시즌 한국배구연맹(KOVO) 여자 신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16개 고교에서 온 신청자 49명 중 21명이 7개 구단으로부터 선택을 받았다.
몽골에서 온 배구 소녀 체웬랍당 어르헝이 전체 1순위로 페퍼저축은행에 지명됐다. 흥국생명은 임혜림(세화여고), 페퍼저축은행이 이민서(선명여고), KGC인삼공사는 박은지(일신여상), IBK기업은행 김윤우(강릉여고), GS칼텍스는 윤결(강릉여고), 한국도로공사는 임주은(제천여고)을 1라운드에서 지명했다. 지난 시즌 우승팀 현대건설은 2라운드 1순위로 김사랑(한봄고)을 택했다.
2라운드부터는 선수를 뽑지 않는 구단이 나왔고 3라운드와 4라운드에서는 대부분의 구단이 선수를 택하지 않았다.
이는 구단 예산 때문이다. 올해 '2022~2023 신인 선수 기본 연봉 및 학교 지원금 기준'에 따르면 1라운드 지명 선수에게 구단이 지급해야 할 연봉은 4500만~5500만원이다. 2라운드는 3500만~4500만원, 3라운드는 3000만~3500만원, 4라운드 이하는 3000만원, 수련 선수는 2400만원이다.
선수단 규모와 예산은 물론 선수에게 지급해야 할 연봉이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각 구단이 무작정 선수를 뽑을 수는 없다. 이 때문에 각 구단은 팀에 꼭 필요한 자원 중심으로만 선발하게 된다.
드래프트에서 선수를 뽑을 때 지급해야 하는 학교 지원금 역시 구단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현행 규정상 구단은 1라운드 지명 선수가 다녔던 초중고교에 계약 연봉의 200%를 학교 지원금 명목으로 지급해야 한다. 이 지원금은 해당 선수가 다녔던 학교에 '고교 60%, 중학교 20%, 초등학교 10%, 대표팀 지원 10%' 비율로 분배된다.
2라운드 지명은 연봉의 150%, 3라운드 지명의 경우 선수 연봉의 100%가 학교 지원금으로 책정된다. 이 때문에 구단들은 2~3라운드 지명을 꺼리게 되는 측면이 있다. 그러다보니 2~3라운드가 되면 구단들이 선수를 뽑지 않겠다고 밝히게 되고 이에 드래프트 행사 사회자가 구단들에 선수들을 뽑아 달라고 읍소하는 일까지 벌어진다. 행사장에 모여앉아 선택을 기다리는 선수들 역시 마음을 졸일 수밖에 없다.
결국 이번 드래프트에서는 고3 학생 49명 중 21명(42.8%)만 취업에 성공했다. 2010년 90.47%에 달했던 취업률은 점차 떨어져 2020년 33.33%까지 하락했다가 지난해와 올해 40%대를 기록했다.
드래프트 탈락자 28명은 드래프트 행사 종료 후 서로를 안아주며 격려했다. 일부 학생들은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향후 이들의 행보는 어떻게 될까.
이들 중 일부는 실업 배구단에서 뛸 수 있다. 수원시청, 양산시청, 대구시청, 포항시체육회 등 실업 배구팀과 계약을 통해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 실력이 뛰어날 경우 프로팀에 버금가는 수준의 연봉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주요 실업팀은 엔트리가 거의 차 있는 상태라 이 역시 뚫기가 쉽지 않다. 각 팀당 1명 정도만 여유가 있는 상황으로 진입 장벽이 높은 편이다.
대학에 진학해 선수 생활을 할 수도 있다. 경일대, 목포과학대, 단국대, 우석대, 호남대에 진학해 KUSF 대학배구 U-리그 여자부에 출전해 기량을 갈고닦을 수 있다.
아예 진로를 바꾸는 경우 역시 있다. 공부를 해서 체육 교사 등 다른 직업을 찾는 것이다. 2018년 드래프트 3라운드에서 IBK기업은행에 지명됐던 이윤주는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여자 배구 전설 장윤희의 딸인 이윤주는 이후 실업팀 수원시청에서 뛴 뒤 미 일리노이 주립대로 유학을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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