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코엑스에서 VIP 개막 북새통…화려한 그림 '눈호강'
38억 조지콘도·조엘 메슬러 등 수십억대 작품도 팔려나가
1층 '키아프 서울'은 작년과 달리 한산…행사는 5일까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프리즈 서울'의 완승이다.
2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 3층 '프리즈 서울'은 대박이 터졌다. 소문난 잔치는 VIP 티켓 받고 온 사람도 머쓱하게 인산인해(人山人海)를 이뤘다. 입장 시작인 오후 2시 전 입장을 위한 줄이 200m 이상 이어지고 전시장 안은 사람들이 멸치떼 처럼 쓸려다녔다. VIP들은 서로 "미술 VIP가 이렇게 많았냐"며 놀라는 눈치다.
반면 동시에 문을 연 1층 '키아프 서울'은 한산했다. 마치 코로나 사태속 열리는 행사처럼 사람들의 거리두기가 제대로 이뤄졌다. 작품 판매 부스 보다 먹거리를 파는 '경복궁 카페'에 사람들이 더 북적였다.
큰손들이 모인 VIP 개막 첫날 '프리즈 서울'은 백만 달러가 넘는 작품이 팔려나가는 등 완판 행진이 이어졌다. 지난해 흥행 열기로 뜨거웠던 '키아프 서울'은 쾌적한 분위기속 숨고르기 장세 분위기다.
먼저 프리즈 서울을 관람한 컬렉터들은 "화려하고 유명한 그림 보느랴 정신이 하나도 없지만 눈호강을 제대로 했다"면서 "프리즈와 키아프의 수준 차이가 너무 난다"고 입을 모았다. 한 50대 여성 국내 큰손 컬렉터는 "동시 참여한 국내 갤러리들이 프리즈와 키아프에 선보인 그림도 '급'이 달라 보인다"고 했다. 경매사에서 나온 한 VIP는 "해외아트페어가 들어와 세계 유명 작가 작품을 판매하는 것을 보면서 이제 한국미술시장의 파워를 느낀다"고 했다.
◆'프리즈 서울' 대박...수십억짜리 작품도 판매 매출 행진
VIP만 입장하는 첫날임에도 불구하고 넘쳐나는 사람들로 그림이 취할 정도였다. 특히 600억 원으로 알려진 피카소의 ‘술이 달린 붉은 베레모를 쓴 여자’(1937년)는 수십명이 몰려들어 휴대폰 세례를 퍼부어 눈이 돌아갈 정도로 유명세를 치뤘다. 피카소가 있는 아쿼벨라 갤러리는 몬드리안, 프랜시스 베이컨, 데미안 허스트 등 세계 유명 작가 명작이 한자리에 전시되어 최고의 사진 스폿으로 발디딜틈이 없었다.
아트페어장은 그야말로 미술관급 동시대 현대미술 잔치였다. 세계 최고 화랑들로 무장한 '프리즈 서울'은 체급이 달랐다. 가고시안, 페이스 아우저앤워스, 리만 머핀, 페로탕 등 전 세계 21개국 110여개 갤러리로 애니시 커푸어, 무라카미 다카시, 루이스 보네,게오르그 바젤리츠, 루돌프 스팅겔, 쩡판즈 등 유명 작가 명작들이 대거 쏟아졌다.
팝아티스트 로이 리히텐슈타인이 1980년대부터 제작한 그림과 청동 조각들을 한데 모은 뉴욕 카스텔리갤러리, 에곤 실레 드로잉 등 작품 40점을 공개한 런던 리처드 내기 갤러리, 데이비드 호크의 회화를 대거 전시한 런던 애널리주다파인아트 부스도 작품을 보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회화뿐만 아니라 설치 작품도 발길을 모았다. 두 남자가 아기 옷을 입은 남자를 양쪽에서 잡아당기며(우루사 피셔의 ‘Chalk & Cheese’)움직이는 작품과, 에스더 쉬퍼 갤러리에 있는 사이먼 후지와라의 ‘Who’s only whoman’은 로봇으로 만든 원숭이가 움직이며 얘기하는 작품으로 동영상을 촬영하는 부스로 인기를 끌었다.
중세·르네상스 시대의 채식필사본을 대거 선보인 프랑스 파리에서 온 레정뤼미뉘르(Les Enluminures)도 주목 받았다. 화려한 세밀화가 13점이나 삽입된 15세기 말의 시도서(時禱書), 플랑드르 르네상스 화가 시몬 베닝(Simon Bening·1483~1561)이 그린 16세기의 세밀화로 미술관 부스처럼 꾸며 고미술품의 경험을 넓히게 했다.
큰손 VIP들이 몰려든 만큼 갤러리들의 첫날 매출도 이어졌다. 전시장에는 100만달러(약 13억5000만원) 이상 고가의 작품들이 즐비했다. 전시가 개막하기도 전에 판매 예약된 작품들로, 대기를 걸어야 할 정도였다. 이미 작품을 판매하고 들어왔다는 갤러리들이 대부분이었다.
스위스 갤러리 하우저앤워스에서 선보인 조지 콘도의 붉은 색 '추상화'가 약 280만달러(약 38억원)에 팔리는 등 이 갤러리는 첫날 15점을 완판했다. 또 협업 국제 아트 벤처인 LGDR은 환희와 기쁨, 희망의 감정을 유쾌하게 담은 조엘 메슬러(Joel Mesler)의 'Joy' 등 9점을 솔드아웃 시켰다. 국제갤러리는 박서보, 하종현, 제니 홀저의 수억 원대 작품을 판매했다고 알렸다.
페이스 갤러리는 독일 작가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추상화(Abstraktes Bild)’는 전시장에 걸리기도 전에 예약된 작품이라고 했다. 리히터의 1987년작 추상화는 2020년 소더비 홍콩 경매에서 2억1460만달러(약 2900억원)에 낙찰되며 신기록을 쓴 바 있다.
해외에서 온 화랑주들은 "한국 컬렉터의 열정에 놀랐다”는 반응이다. 하우저앤워스갤러리 일레인 콱, 아시아 지역 총괄 파트너는 "프리즈 서울 기대가 매우 높았는데 한국의 활기찬 예술 현장에서 저의 기대치는 일치했다"며 "이번 아트페어는 역동적이고 고도로 정보화되어 서울의 아트페어 판도를 바꾸는 행사"라고 호평했다.
이날 기자들과 만난 프리즈 사이먼 폭스 최고경영자(CEO)는 “프리즈 서울은 올해 처음 열었는데도 본고장인 영국 런던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프리즈 아트페어가 됐다”며 놀라움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수익 규모 면에서 미국 뉴욕과 로스앤젤레스(LA)를 제칠 것”이라고 했다. 이번 프리즈 서울에 참여한 갤러리는 총 110여 개로, LA(100여 개) 뉴욕(60여 개)보다 많다.
◆'키아프 서울' 한산...프리즈와 공동개최 "이럴줄 알았다"
'프리즈 서울'이 북새통인 반면 코엑스 1층에 자리한 키아프 서울은 한산함속에 차분하게 열렸다. 17개국 164개 갤러리가 참여한 키아프는 크게 자리를 차지한 '경복궁 카페'만 사람들이 북적였다.
올해로 21주년을 맞은 키아프는 프리즈와 공동개최로 '아시아 최대 아트페어'로 부상하겠다는 야심이지만, 이번 행사로 보면 '빛좋은 개살구'로 전락한 모습이다.
개막전 미술시장에서 프리즈와 공동 개최는 '황소개구리에 먹히는 꼴'이라는 우려가 현실이 될 조짐이다.
프리즈와 키아프의 작품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차이가 컸다. 몇몇 화랑주들은 기간만 맞춘 공동개최이지 진정한 협업이 아니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같은 행사 기간에 해외 빅 리그를 옆집에 들인 꼴로 관람객에 브랜드 비교를 제대로 하게 만들었다는 입장이다. 출입구도 달라 시너지 효과를 내는 새로운 형식의 붐업이 아닌 국내외 큰손들의 관심이 프리즈에만 쏠리는 역효과를 낳았다는 지적이다.
행사 개막전 일부 미술시장 전문가들은 "지옥 문은 화랑협회가 스스로 열었다"고 했는데 그 말을 증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화랑협회가 개최하는 '키아프'는 지난해 5일간 650억 원 매출로 역대급 흥행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 매출액은 올해 프리즈 서울에 나온 피카소 작품 한 점 가격이다. '프리즈 서울'의 출품 작품 단가가 다르기 때문에 수천억 매출을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배경이다.
키아프 서울은 코엑스 A, B홀과 그랜드볼룸에서, 프리즈 서울은 코엑스 3층 C, D홀에서 5일까지 열린다. '총성없는 미술전쟁', 아직 3일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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