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전기·가스 요금 2300원 이상 오른다…한풀 꺾인 물가에 악재

기사등록 2022/09/04 12:00:00 최종수정 2022/09/04 12:11:43

10월 전기료 ㎾h당 4.9원 인상…4인 가정 1504원↑

가스요금 최소 MJ당 0.4원 올라…800원 이상 부담

전기+가스 최소 2300원 인상…물가 당국도 '비상'

산업장관 "국민에게 가는 충격 최대한 완화해야"

[서울=뉴시스]서울시내 주택가에 설치된 전기, 가스계량기의 모습. 2022.07.01. (뉴시스DB)
[서울=뉴시스] 김성진 기자 =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3개월 만에 6%대에서 5%대로 내려갔지만, 다음 달 전기·가스 요금이 일제히 오를 전망이어서 국민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통계청이 지난 2일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8.6으로 1년 전보다 5.7% 상승했다. 7월 물가상승률 6.3%보다는 0.6%포인트 줄었다.

품목별로 보면 유가 하락 영향으로 기름값 증가세는 주춤해졌지만, 지난달 전기·가스·수도 요금 항목은 전기료(18.2%), 도시가스(18.4%)의 상승으로 전년 대비 15.7%나 올랐다. 역대 최대 상승 폭을 기록한 지난 7월과 같은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4월과 7월에 이어 다음 달 또다시 전기·가스요금 동시 인상이 계획돼 있어 물가 당국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4일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한국전력(한전)은 10월 전력량요금(기준연료비)을 킬로와트시(㎾h) 당 4.9원 인상할 예정이다. 이는 지난해 말 정부가 연료비 상승을 고려해 올해 4월, 10월 기준연료비를 ㎾h당 4.9원씩 인상하기로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기준연료비가 4.9원 오르게 되면 4인 가구 전기요금 부담은 월 평균 전력 사용량(307㎾h)을 기준으로 한 달에 약 1504원(부가세 및 전력기반기금 제외) 정도 오르게 된다.

전기요금 인상은 올해만 벌써 두 차례 이뤄졌다. 정부는 지난 4월 기준연료비, 기후환경요금을 각각 ㎾h당 4.9원, 2.0원씩 올리고, 7월 전기요금에 적용되는 연료비 조정단가를 ㎾h당 5원 올린 바 있다.

10월 기준연료비가 계획대로 인상되면 4인 가구(월 평균 전력 사용량 307㎾h 기준)의 전기요금은 인상 전인 지난 3월에 비해 약 5158원이 오르는 셈이다.

여기에 한전이 올해 상반기에만 14조3000억원 규모의 적자가 발생했고 연간 30조원의 적자까지 전망되면서, 기준연료비보다 큰 폭의 인상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세종=뉴시스] 전남 나주시 빛가람동 한국전력공사. (사진=뉴시스 DB).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민수용(주택용·일반용) 가스요금도 함께 오른다. 기재부와 산업부는 오는 10월 도시가스 요금을 올리기로 하고 세부 인상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가스요금은 기준연료비와 정산단가 등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해 말 기재부와 산업부는 정산단가를 올해 5월 메가줄(MJ·가스 사용 열량 단위)당 1.23원 올리는 데 이어 7월 1.9원, 10월 2.3원으로 인상하는 내용의 '민수용 원료비 정산단가 조정안'을 의결한 바 있다.

조정안에 따라 10월 정산단가가 MJ당 1.9원에서 2.3원으로 0.4원 오를 경우, 가구당(월 평균 사용량 2000MJ 기준) 약 800원의 요금 부담이 예상된다. 여기에 정산단가 인상 외에 기준연료비 인상도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져 추가 인상분이 발생할 수 있다.

가스요금 추가 인상 논의는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의 급등에 따른 한국가스공사의 대규모 미수금 때문이다. 가스공사의 미수금은 원가보다 싸게 가스를 공급해 회수하지 못한 일종의 손실금이다.

신영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가스공사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민수용 원료비 미수금 누적 규모는 6월 기준 5조1087억원으로, 지난해 말(1조7656억원)보다 3배 늘어났다.

가스공사 입장에서는 하반기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추가로 오를 경우 미수금이 더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정산단가 외에 기준연료비를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가스공사는 지난 7월 민수용 도시가스 요금을 MJ당 1.11원 올릴 당시에도 정산단가(0.67원)에 기준원료비 인상분(0.44원)을 더해서 인상을 추진한 바 있다.

[서울=뉴시스] 2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8.62(2020=100)로 1년 전보다 5.7% 상승했다. 전월 상승률(6.3%)보다는 0.6%포인트 축소됐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정부는 한전의 대규모 적자, 가스공사의 미수금 등을 이유로 요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고(高)물가 상황에서 민생 경제가 위기를 맞고 있는 만큼 인상 여부를 두고 진퇴양난에 빠진 모습이다.

이달 물가 상승률이 잠시 주춤했지만 석유수출기구(OPEC) 등의 석유 감산 가능성, 국제 원자재 가격 변동성 확대, 추석 성수기 수요 증가 등 불안 요인이 곳곳에 남아 있어 인상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지난달 2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전기·가스 요금 인상에 대해 "국민들에게 가는 충격을 최대한 완화하는 방향으로 긴 시간을 두고 해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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