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기준 전분기 증가폭 68.4조
지난 2020년 2분기 다음으로 최고
전년 동기 대비론 역대 최대 증가
제조업 증가폭 축소·서비스업 확대
"상업용 부동산 투자 증가세 지속"
[서울=뉴시스] 박은비 기자 = 올해 2분기 우리나라 기업과 자영업자가 대출 받은 규모가 1700조원을 넘어섰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도·소매업, 숙박·음식점업 등 업황이 다소 개선됐지만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국제 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자금 수요가 증가해 빚으로 버티는 기업 등이 늘어난 영향이다.
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2분기 예금취급기관 산업별 대출금'에 따르면 2분기 말 예금취급기관의 제조업, 서비스업, 건설업 등 산업별대출금 잔액은 1713조1000억원으로 전분기 말 대비 68조4000억원(4.2%) 증가했다. 전분기 증가폭(63조9000억원)에 비해 확대된 수치로 역대 최대였던 2020년 2분기(69조1000억원) 이후 가장 큰 폭이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234조6000억원(15.9%) 증가해 역대 최고 증가폭을 기록했다.
박창현 한은 경제통계국 금융통계팀장은 "대출 취급 노력 강화 등으로 전분기 대비 증가폭이 확대됐다"며 "제조업 증가폭이 전분기 대비 축소된 반면 서비스업은 확대됐고, 서비스업은 금융·보험업을 중심으로 대출 증가폭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용도별로는 국제 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건비 등 사업 운영에 쓰는 운전자금이 전분기 대비 44조원(4.5%) 늘어난 1016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2020년 2분기(52조1000억원) 다음으로 증가폭이 컸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145조5000억원 늘면서 전분기(123조3000억원)보다 오름폭이 확대됐다.
시설자금은 전분기 대비 24조4000억원(3.6%) 늘어난 696조7000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도 역대 최고 증가폭으로 89조2000억원(14.7%) 늘었다.
산업별로 보면 서비스업 대출잔액은 1121조6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48조1000억원(4.5%) 늘었다. 금융·보험업을 중심으로 대출 증가폭이 확대돼서다. 부동산업에서는 상업용 부동산 투자 등 증가세가 여전했다.
박 팀장은 "서비스업 중 시설자금이 늘어난 건 부동산업에서 상업용 부동산 투자 관련 부분이 증가세를 지속한 영향으로 보고 있다"며 "잘 알다시피 주택 관련 대출 규제가 강화된 영향도 있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대면 서비스 업종 중심으로 업황 개선 기대가 있었던 게 상업용 부동산 투자를 늘린, 증가세가 이어진 요인이 아니었나 싶다"고 말했다.
반면 지난 4월18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에 힘입어 도·소매업(11조8000억→11조7000억원), 숙박·음식점업(2조5000억→2조3000억원) 등은 업황이 다소 개선되면서 오름폭이 각각 축소됐다.
제조업 대출은 전분기 대비 10조9000원(2.5%) 늘어난 439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분기 증가폭(13조2000억원)보다는 줄었고, 전년 동기 대비로는 34조6000억원(8.5%) 늘었다. 환율·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원재로 수입 업종인 식료품·음료 등을 중심으로 대출 증가세가 이어졌지만, 반기말 재무비율 관리를 위해 일부 대출이 상환되면서 전분기 증가폭이 축소된 것이다.
취급기관별로는 비은행예금취급기관 대출이 더 빠르게 늘었다. 예금은행의 경우 전분기 대비 36조2000억원(3.21%) 늘어난 1204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상호저축은행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은 전분기 대비 32조2000억원(6.8%) 뛴 508조2000억원으로 전분기(35조8000억원) 다음으로 높은 오름폭을 기록했다.
박 팀장은 "대출 공급 측면에 있어서 예금은행과 비은행예금취급기관 모두 기업대출 취급을 확대했는데, 가계대출 규제 영향"이라며 "수요 측면에서는 조달 여건이 이전보다 악화됐고 이런 요인들이 영향을 미치면서 기업들이 금융기관 대출을 통한 자금 조달을 늘린 게 아닌가 싶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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