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튀' 론스타에 3천억 배상?…1년 뒤 혈세 투입 가능성

기사등록 2022/08/31 17:51:44 최종수정 2022/08/31 18:10:20

정부, 취소 신청으로 최소 1년 이상 지연 예상

10년간 이자 185억…지연 이자도 크지 않을 듯

ICSID 절차 내에서 소송 끝까지 다퉈볼 만해

추경호 경제부총리 "정부 나름 대응체계 있어"

[서울=뉴시스] 2008년 1월11일 당시 론스타 존 그레이켄 회장이 유회원 론스타 코리아 대표의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 공판이 끝난 뒤 기자들에게 에워싸인 채 재판장을 떠나고 있다. 뉴시스DB.
[서울=뉴시스] 김성진 기자 = 우리 정부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에 약 3000억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중재판정부 판정의 취소·집행정지 신청 등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혈세 투입이 당분간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31일 법무부에 따르면 ICSID의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 중재판정부는 이날 오전 9시께(한국시간) 우리 정부가 론스타에 2억1650만달러를 배상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2012년 론스타와의 중재 절차가 개시된 후 약 10년 만이다.

정부가 론스타에 지급해야 할 배상금은 1달러당 1350원 기준으로 약 2922억7500만원이다. 여기에 2011년 12월3일부터 완제일까지 한 달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에 따른 이자 185억원까지 합하면 3000억~3100억원에 달한다.

다만 이번 판정에 따라 우리 정부는 원칙적으로는 배상금과 이자를 국고로 배상해야 하지만, 법무부가 취소 및 집행정지 신청을 검토하기로 한 만큼 당장 지급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소수의견이 우리 정부 의견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만 봐도 절차 내에서 끝까지 다퉈볼 만하다"며 "피 같은 세금이 단 한 푼도 유출되지 않아야 한다는 각오로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ICSID 협약 52조1항에 따라 명백한 권한 초과 행사, 중재판정의 이유 누락, 절차 규칙의 심각한 위반 등에 해당하면 중재판정 후 120일 이내에 ICSID 사무총장에게 판정 취소를 신청할 수 있다.

정부가 취소를 신청하면 별도의 취소위원회가 구성돼 사안을 판단하게 되며, 취소가 결정될 때까지 판정 집행도 유예된다. 취소위원회 판단에만 최소 1년 이상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1년 12월3일부터 완제일까지 10년 이상 누적한 이자가 185억원 정도에 불과한 만큼, 1년 지연에 따른 이자도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추가 소송 비용과 지연 이자 비용까지 고려해도 법무부 장관의 발언대로 절차 내에서 끝까지 다퉈볼 만하다는 게 정부 안팎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정부가 최종적으로 론스타 측에 배상을 해야 할 경우, 관련 재원은 예비비나 법무부 관련 예산 등으로 충당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과거 국회 안팎에서는 론스타 소송으로 조 단위 배상이 전망되면서 추가경정예산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수천억원 대에 그치면서 추경까지는 불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5일 2023년도 예산안 브리핑에서 배상금 관련 질문에 "정부 나름의 대응체계가 있어서 어느 쪽의 결과가 나오든 적절한 대응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론스타는 지난 2012년 하나금융지주에 외환은행을 매각하면서 무려 4조원이라는 막대한 차익을 남기고 떠나면서 이른바 '먹튀'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그러나 론스타는 오히려 우리 금융 당국이 외국자본 '먹튀' 여론을 의식해 매각 승인을 부당하게 지연한 탓에 손해를 입었다며 우리 정부를 상대로 국제소송을 벌였다.

중재판정부는 이번에 론스타가 우리 정부를 상대로 낸 6조원대 손해배상 청구 중 4.6%만 인정했다. 우리 정부의 승인 지연이 공정·공평대우의무 위반이라고 판단했지만, 나머지 론스타 측의 주장은 모두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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