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 경기도 상대 권한쟁의심판 청구
경기도, 남양주시에 '자치사무 자료' 요구
사실상 '포괄적·사전적 감사'라는 점 지적
[서울=뉴시스] 김재환 기자 = 경기도가 감사대상 발견을 위해 남양주시의 자치사무에 관한 자료제출을 요구한 행위는 지방자치권을 침해한 것이라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31일 오후 남양주시가 경기도를 상대로 낸 권한쟁의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5대4 의견으로 인용 결정했다.
경기도는 지난해 4월1일 남양주시를 상대로 종합감사 실시계획을 통보했다. 산하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 등 공공재정 허위·과다 청구에 따른 부정이익 환수, 예산낭비 요인 제거 등이 목적이었다.
감사를 위해 경기도는 남양주시의 인사·민원·세입 등 25개 분야와 관련한 구체적인 업무처리 내역과 자치사무 목록 등을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남양주시는 지자체 행정감사 규정에 따라 자료를 특정해달라고 했고, 경기도는 재차 자료를 요청했다.
그러자 경기도는 남양주시가 감사를 방해한 것으로 보고 특정복무감사를 시행하는 한편, 감사를 방해한 직원들에 대해 징계처분을 요구했다. 남양주시는 징계에 관여한 경기도 감사담당 직원을 검찰에 고발했으며, 징계요구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도 접수했다.
남양주시는 자신들의 자치사무에 대한 경기도의 종합감사는 지방자치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남양주시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당시 경기도는 남양주시에 인사·민원·문화·회계·세입·사회복지·지역경제·재난안전 등 24개 분야의 266개 항목에 관한 약 4년치 세부 자료를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면서 경기도는 옛 지방자치법 171조 1항을 자료제출 요구의 법적 근거로 들었다. 해당 법 조항은 시·도지사가 지자체의 자치사무에 관해 보고받거나 서류 등을 감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그런데 해당 법 조항에 따른 보고수령권은 감사와는 차이가 있다는 게 헌재 판단이다. 일반적인 감독의 차원에서 산하 지차제의 자료를 보고받는 것이지 감사 목적으로 자료를 요구해선 안 된다는 취지다.
헌재는 경기도가 근거로 든 옛 행정감사규정 7조 2항 3호를 적용했을 때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봤다. 해당 규정은 시·도지사가 지자체의 자치사무에 대해 사전조사를 할 수 있는 권한을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헌재는 2009년 지자체의 자치사무에서 감사대상을 발견하기 위한 포괄적·사전적 감사는 지방자치법상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바 있다. 지자체 자치사무의 경우 감사원이 감사를 할 수 있어 중복되며, 정부의 지자체 자치사무에 대한 감사는 특정한 법령 위반이 있는 경우로 제한돼야 한다는 취지였다.
이 사건의 경우 광역자치단체와 지자체의 관계이긴 하지만, 경기도가 사실상 포괄적·사전적 감사를 했다는 점에서 비슷하다고 했다.
헌재는 "자치사무는 지자체가 주민 복리를 위해 법령의 범위 안에서 자기 책임 아래 결정할 수 있는 사무"라며 "지자체의 자치권 보장을 위해 자치사무에 대한 감사는 제한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유남석·이석태·이은애·김기영 재판관은 "(경기도의) 자료제출 요구는 남양주시의 자치사무 중 일부에 관한 현황보고에 그친다"면서 "(부당한 것으로 보면) 감독기관의 감사권이 무력화돼 자치사무의 합법성 보장에 공백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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