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등록상 주소지 지자체 이달 초 건보료 장기체납으로 방문조사
세 모녀 소재지 파악 안 돼 더 이상 후속조치 없어
전입신고 하지 않으면서 실거주한 지자체도 거주사실 파악 못해
[수원=뉴시스] 박종대 기자 = 22일 오후 4시께 경기 수원시 권선구 한 연립주택.
뉴시스 취재진 등이 전날 숨진 채 발견된 세 모녀가 살던 집 현관문 앞에 다가가자 심한 악취가 코끝을 찔렀다.
현관문 앞에는 현장 보존을 위해 경찰이 붙여놓은 노란색 폴리스라인 테이프가 보였다. 전날 경찰과 소방당국이 공동 대응을 위해 강제로 문을 따고 들어가면서 현관문 보조키가 파손된 흔적도 눈에 띄었다.
60대 어머니와 40대 두 딸 등 세 모녀가 이 집에서 발견된 것은 전날 오후 2시 50분께 이 건물 관계인이 “세입자가 사는 집에서 악취가 심하게 난다”는 내용의 신고를 접수하면서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강제로 문을 열고 들어가 집 안에서 숨져 있던 세 모녀를 찾았다. 현장에서 발견된 유서에는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내용 등이 담겨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근 주민들은 이곳에서 살던 세 모녀를 알지 못 했다고 한다. 주민 A씨는 “요즘 지어진 아파트처럼 온라인이나 SNS를 통해 커뮤니티가 형성돼 있는 것도 아니고 옆집에 누가 사는지 모른다”며 “하지만 요 며칠새 숨진 모녀가 살았다던 집 근처를 지날 때마다 유독 악취가 심하게 나긴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은 집 안에서 발견된 시신 상태가 부패 정도가 심해 정확한 인적 사항을 특정하기 어려워 전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고, 이날 부검을 통해 숨진 이들이 세 모녀와 동일인인 점을 확인했다.
다만 경찰은 외부 침입흔적이 없어 범죄혐의점이 없는 것으로 미뤄 세 모녀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하고 유족에게 시신을 인계할 예정이다.
경찰은 세 모녀의 정확한 사망 추정시기 및 사망 경위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숨진 세 모녀의 실거주지는 시신이 발견된 수원시 권선동 연립주택이었다. 하지만 주민등록상 거주지는 2004년부터 화성시에 등록돼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대목에서 아쉬운 점은 세 모녀가 언제 극단적 선택을 했는지 정확한 시점은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이들이 주민등록을 둔 화성시 기배동 행정복지센터가 이달 주민등록상 주소지를 방문해 한 차례 현장조사를 했다는 점이다.
관할 지자체인 화성시는 지난 7월 관계기관으로부터 세 모녀에 대한 건강보험료 장기체납자명단을 건네받고 이들이 주민등록을 해놓은 집을 찾아갔다. 세 모녀는 16개월째 건강보험료 20여만 원이 납부되지 않고 체납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동 행정복지센터가 현장조사를 나간 결과 세 모녀는 지인의 집에 주민등록만 해놓은 채 따로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에 동 주민센터는 이들을 ‘비대상’으로 전환하고, 다른 유관기관에 통보하는 등 후속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
시 관계자는 “매뉴얼에 연락이 닿지 않거나 소재가 확인되지 않는 건보료 체납자를 대상으로 어떻게 후속조치를 취하라는 내용의 매뉴얼이 마련돼 있진 않다”며 “따로 복지 수급자로 신청을 한 적도 없어 지급된 비용도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행정 공백 속에서 숨진 세 모녀는 시신으로 발견된 연립주택에 이사를 왔지만, 수원시 역시 이들이 전입신고를 하지 않아 사망한 채로 발견되기 전까지 기초생활수급자 등 복지혜택을 전혀 받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시는 이러한 사정으로 숨진 세 모녀 이외에 다른 가족이 희귀성 질환을 앓다가 숨진 정도의 내용만 파악하고 있다.
수원시 관계자는 “별도로 전입신고를 하지 않아 숨진 세 모녀에 대해 타 시·군에서 파악할 수 있는 행정에 관한 정보가 극히 제한돼 있어 구체적인 내용까진 알 수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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