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유산, 이순자·손자 3명이 공동 상속 "은닉재산 의혹 커져"

기사등록 2022/08/16 18:00:16 최종수정 2022/08/16 20:46:43

이순자 한정승인 뜻과 달리 손자 3명이 공동 상속…추징금 상속 안돼

5·18단체 "전 재산 29만 원이라던 전두환, 부정축재 의혹 키워, 사후 추징돼야"


[광주=뉴시스] 신대희 기자 = 1심에서 5·18민주화운동 역사 왜곡 판결을 받은 전두환 회고록 손해배상소송 항소심 선고기일이 예정일을 하루 앞두고 갑자기 미뤄졌다.

지난해 11월 사망한 피고 전두환 측이 애초 배우자에게만 유산을 상속키로 했다가 손자 3명에게 공동 상속하겠다고 입장을 바꿔 소송 수계인이 명확히 정리되지 않아서다.

5·18단체는 전두환 자녀 3남 1녀 중 3남의 각 아들 3명에게만 상속 의사를 밝힌 점을 두고 "전 재산이 29만 원이라고 국민을 기만한 전두환이 부정 축재한 재산이 더 많은 것 아니냐"며 군사 반란과 뇌물 범죄 추징금 완납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광주고법은 오는 17일 열 예정이었던 전두환 손해배상소송 항소심 선고기일을 다음 달 14일로 연기한다고 16일 밝혔다.

피고 전두환 측이 지난 10일 부인 이순자씨와 손자 3명이 상속인이라는 자료를 법원에 냈고, 원고 5·18단체 측이 지난 12일 손자 3명에 대한 소 취하서를 제출하면서 소 취하에 대한 피고의 동의 절차가 필요해서다.

5·18단체는 이를 두고 "전두환이 숨겨둔 재산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전두환 측이 사망 이후 소송을 이어받는 절차를 수개월 동안 미뤄 재판부 지적을 받은 점, 부인 이순자씨에게만 상속하겠다고 했다가 이씨(상속 지분 배우자 9분의 3)와 손자녀 10명 중 손자 3명(상속 지분 각 9분의 2)에게 상속 의사를 밝힌 점 등을 종합한 판단이다.

조진태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전두환 측이 소송수계 절차를 미루다가 자녀 전원 상속 포기 뒤 지난달 말 손자녀 10명 중 7명만 상속을 포기했다. 상속 관계를 미리 정리할 수 있었는데도 뒤늦게 손자 3명에게 공동 상속 의사를 밝힌 것은 은닉 재산 또는 손자 특혜, 의도적인 재판 지연 행태 의혹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 재산은 29만 원뿐이라고 했던 그는 생전에 호화 골프를 치고 군사 반란 주역들과 만찬을 가졌다. 사자명예훼손 형사재판 때에도 뻔뻔한 태도로 일관하며 관할이전 신청 등으로 재판을 고의로 지연시켰다. 광주 학살에 대한 일말의 사죄·반성도 없었던 그는 끝까지 후안무치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전두환 자녀들이 2013년 대국민 약속을 한 미납 추징금 납부 이행 노력을 하는 게 최소한의 도리"라고 꼬집었다.

박해숙 5·18민주유공자유족회장도 "국민을 기만했던 전두환이 재산을 부정 축재했을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은 이번 민사소송 수계 절차로 더 짙어졌다. 추징금은 현행법상 상속이 불가능한 만큼, 법 재개정이 필요하다. 세밀한 금융 자산 추적을 위한 제도 정비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일봉 5·18부상자회장은 "전두환은 생전에 추징금·세금 미납에 대해 "대신 내라"며 뻔뻔한 태도를 보였다. 권력 찬탈을 위한 학살과 헌정 유린, 재임 중 수천억대 비자금 조성, 추징금 완납 거부 행태, 자녀들의 맞춤형 부 축적 과정을 고려하면 교묘하고 복잡하게 재산을 숨겨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 법적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라도 사후 추징 방법에 대한 법리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종수 5·18공로자회장도 "상속 절차를 지연시킨 것은 의도를 떠나 비정상적인 상속·증여 의혹을 키웠다고 본다. 뇌물로 인한 거액의 추징금을 의도적으로 납부하지 않을 경우 사후 추징할 수 있는 법과 5·18 가해자 부정 축재 환수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한편 5·18단체는 이번 회고록 민사소송이 역사 왜곡에 대한 책임을 묻는 재판인 만큼, 변론 과정에 부인 이씨와 자녀의 상속 지분에 대해서만 손해배상 청구를 유지한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전씨의 군사 반란과 뇌물 범죄 추징금 2205억원 중 집행이 이뤄진 건 1249억 원(57%)이며, 나머지 956억 원은 미납 상태다. 추징금은 상속 대상에 해당하지 않지만, 전씨가 내지 않은 지방세 9억 8200만 원은 상속인이 납세 의무를 승계받아 체납 세금을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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