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촬영 증거불충분 무혐의 공무원…法 "징계는 정당"

기사등록 2022/08/07 12:40:10 최종수정 2022/08/07 13:29:41

휴대전화 초기화후 혐의 부인…무혐의 처분

소속 기관 "품위유지의무 위반…감봉 1개월"

"무혐의 처분받아 징계사유 없어" 소송 제기

법원 "여성 신체 불법촬영한 사실은 인정돼"

[서울=뉴시스] 서울가정법원·서울행정법원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박현준 기자 = 지하철에서 여성 신체를 동의 없이 촬영한 혐의로 수사를 받다 무혐의 처분을 받은 공무원에 1심 법원이 징계처분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유환우)는 A씨가 소속 기관장을 상대로 "감봉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지난 5월13일 원고 패소 판결했다.

공무원인 A씨는 지난 2020년 5월께 지하철 전동차 내에서 무음 카메라 어플리케이션(어플)이 설치된 휴대전화를 이용해 동의 없이 승객들을 찍다 피해 여성의 신고로 적발됐다.

A씨는 같은 해 6월 경찰 조사가 예정돼 있었으나 아무 연락 없이 출석하지 않았고, 휴대전화를 초기화 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이후 불법 촬영사실을 부인하면서 휴대전화를 임의 제출했다고 한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지하철에서 여성의 신체를 동의 없이 촬영한 사실은 있다면서도 성적인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A씨가 휴대전화를 이용해 피해자의 동의 없이 촬영한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피해자의 신체 부위가 과도하게 노출된 상태가 아니었고, 특정 신체 부위를 부각해 촬영하진 않았다며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했다.

그러나 A씨가 소속된 기관 인사위원회는 무혐의 결론에도 "지하철 전동차 내에서 동의 없이 촬영한 것을 비롯해 지난 2020년 초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여성들의 신체를 동의 없이 촬영한 행위는 품위유지의무 위반에 해당한다"며 감봉 1개월 처분을 내렸다.

A씨는 검찰이 혐의없음을 처분한 점 등 징계사유가 없고, 징계 감경 사유가 있는데도 인사위원회가 이를 배제한 것은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재판과정에서 승객들의 전체적인 모습을 풍경 사진으로 촬영했을 뿐 특정 여성을 대상으로 촬영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있는 전동차에 탑승하는 승객들은 자신의 모습이 촬영되는 것에 묵시적으로 동의했다고 볼 수 있다는 논리도 폈다.

하지만 법원은 소속 기관이 A씨에게 내린 감봉 1개월의 징계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여러 차례에 걸쳐 여성들의 신체를 동의 없이 촬영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이런 행위는 공무원으로서의 품위를 손상하는 것으로서 품위유지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A씨가 풍경 사진으로 촬영한 것에 불과하다면 경찰이 A씨에게 출석을 요구한 다음 날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것, 디지털포렌식 결과를 제시하자 여러 여성을 동의 없이 촬영한 사실은 인정한 것 등이 합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다"고 했다.

아울러 "공무원으로서 높은 수준의 도덕성과 윤리 의식, 품위유지의무 등이 요구된다"며 "수사기관으로부터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다는 사정만으로 A씨의 비위 정도가 가볍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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