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출 증가…`영끌' 대신 실수요는 여전

기사등록 2022/08/02 07:00:00 최종수정 2022/08/02 09:19:04

가계대출 7개월째 감소에도 전세대출 늘어

'영끌' 대신 실수요 중심 전환 추세

금리 상승에 이자 부담 커져


[서울=뉴시스]이주혜 기자 = 고금리 시대를 맞아 가계대출 잔액 감소세가 7개월째 지속하고 있으나 실수요 중심의 대출은 여전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하반기에도 금리 상승이 예고돼 실수요자들의 이자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2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올해 들어 7개월간 감소세를 지속해 11조6163억원이 줄었다.

지난달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697조4367억원으로 전월보다 2조2155억원 감소했다.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자산시장이 침체하면서 새로 대출을 실행하기보다는 기존 대출을 갚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주거 관련 실수요 대출은 전체 가계대출 감소에도 증가세다.

전세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133조4007억원으로 전월 대비 4946억원 늘었다. 전세대출 잔액은 6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집단대출 잔액도 증가했다. 전월보다 5256억원 증가한 160조4676억원으로 5개월 연속 늘어났다.

지난해에는 저금리 기조 속에 대출로 투자에 나선 '영끌족'이 가계대출 증가세를 견인했다면 최근에는 '영끌' 대신 실수요 중심의 전세대출, 집단대출로 전환하는 분위기다. 전세대출, 집단대출 등은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에 비해 금리 영향을 덜 받는 경향이 있다.

주담대, 신용대출은 부동산 시장이 침체하고 주가가 내림세를 보이면서 감소했다. 주담대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506조6804억원으로 전월보다 910억원 줄었다. 신용대출 잔액은 128조8256억원으로 전월보다 1조8533억원이 감소,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까지 8개월 연속 줄었다.

이에 은행들은 실수요 대출 위주로 하반기 가계대출 전략을 세우고 있다. 정상혁 신한은행 부행장(CFO)은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하반기 가계대출은 전세자금 대출이나 중도금대출 등을 전략상품으로 성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변수는 남아있다. 전세대출 금리가 오르면서 이자 부담이 커지고 있어서다. 최근 전세자금대출 금리는 6%에 육박한다. 전날 기준 5대 은행의 전세대출 금리는 3.84~5.765%로 나타났다. 이에 전세 대신 월세로 전환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전세대출의 지표금리인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급등하면서 금리는 더 오를 전망이다. 6월 기준 신규 취급액 코픽스는 2.38%로 전월 대비 0.40%포인트 올랐다. 지난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하면서 이달 발표될 7월 코픽스도 급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2년 전에 2% 중반대 금리로 전세대출을 받은 이들이 이제는 4%대가 넘는 금리에 대출을 받아야 한다"며 "임대차법 시행 2년을 맞으면서 전세대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은행들이 기대했으나 이자 비용이 증가하면서 전세대출 일부를 갚거나 월세로 전환하는 등 다양한 선택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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