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유행 정점은 20만명" 예상치 하향…휴가철 확산 '복병'

기사등록 2022/07/31 06:01:00 최종수정 2022/07/31 06:20:24

8월 중순~말 28만명→1~2주내 20만명

"휴가철 검사 감소…변이 위험 과소평가"

"숨은감염자 2~3배"…검사비 지원 확대

"경각심 다 풀려…방역수칙 단속도 필요"

[제주=뉴시스] 오영재 기자 = 지난 29일 오후 제주 함덕해수욕장에서 피서객들이 물놀이를 하고 있다. 2022.07.31. oyj4343@newsis.com
[세종=뉴시스]이연희 기자 = 방역 당국이 코로나19 재유행 정점 규모가 예상보다 작은 20만명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을 공식화했다. 당초 8월 중순~말 최대 28만명에서 20만명으로 하향 조정됐지만 정부는 당초 예측치인 하루 최대 30만명 발생 가능성에 대비해 병상 등 의료대응체계를 준비하겠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여름 휴가철 검사량이 일시적으로 줄어들 수 있고 유행이 전국적으로 확산할 우려도 높은 만큼 당분간 경각심을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31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백경란 청장은 지난 29일 오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례브리핑에서 "당초 예상보다 BA.2.75(켄타우로스) 변이의 영향이 크지 않고 최근 증가세도 다소 둔화됐다"며 "예상보다 낮은 20만명 수준의 정점이 조기에 형성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루 전 전문가 초청 설명회에 참석한 정재훈 가천대 예방의학과 교수도 "이번 주 유행의 증가 속도가 많이 감소했다"면서 "유행 속도가 감소하고 있다는 것은 1~2주 내에 정점에 도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정점 도달 시기가 조금 빨라지고 유행의 규모가 감소할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예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검사를 받지 않는 숨은 감염자를 많이 걸러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확진자는 20만명에 그치더라도 실제 감염자 규모는 그 2배에 달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BA.5 변이는 전파력이 빨라 가족 전체가 감염되는 경우가 많은데 증상이 비슷해 고위험군만 확진되는 환자들 사례를 많이 보고 있다"면서 "현재 하루 최대 10만명 규모라고 해도 실질적인 감염자는 20만~30만명일 것이고,휴가철이 지나면 8월 하순에 확진자가 전국에 퍼져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식적으로는 최대 20만명의 확진자가 보고될 수 있지만 비공식적으로는 2배에 달할 것이고 방역 당국도 이 사실을 인지하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휴가철이라 유증상자 대비 검사량이 일시적으로 줄어들 수 있고, 변이 BA.5와 BA.2.75의 전파력과 재감염 위험이 다소 과소평가된 측면도 있다"면서 "실제 확산세가 감소한 것인지는 1~2주 정도 더 기다려본 후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백경란 청장은 숨은 감염자 우려에 대해 "(검사로) 놓치는 감염자는 무증상 또는 경증환자가 많을 것이고, 증상이 더 심하거나 치료가 필요하신 환자는 그럴 경우가 적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지난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보건소에 설치된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 검사를 받기 위해 줄 서 있다. 2022.07.31. jhope@newsis.com
60세 이하 무증상자의 검사비가 비싸 숨은 감염자들이 늘어난다는 비판이 이어지자 정부는 확진자와 접촉한 무증상자에 대해서도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RAT) 비용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다음달 2일부터 무증상자 중 역학적 연관성이 입증되는 경우 동네 병·의원에서 진찰비 5000원을 내면 검사는 무료로 받을 수 있다. 기존에는 확진자와 접촉했더라도 무증상자는 3만~7만원의 검사비를 내야 했다.
 
고위험군에 대한 감염고리를 끊기 위해 역학조사 등 방역을 강화하는 조치가 여전히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감염자가 늘어나면 그만큼 위중증, 사망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통상 1~2주 뒤 위중증 환자가, 2~4주 뒤 사망자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중순 오미크론 유행 정점 이후 2주 뒤인 3월 말에는 위중증 환자가 최대 1300명대로 늘었으며, 사망자 수는 3월 하순 하루 469명까지 치솟은 바 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여름철을 맞아 대규모 공연이나 축제 등이 많은데 방역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등 경각심이 다 풀렸다"면서 "정부가 적극적인 방역수칙 단속에 나서지 않기 때문에 우려가 크다. 감염자가 늘면 결국 미접종자 등 위중증으로 이어지는 국민들이 피해를 보게 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방역 당국은 지난 4월 먹는 치료제가 도입된 만큼 오미크론 유행 때와 같이 하루 400명대의 사망자가 나오지는 않을 거라고 보고 있다.

정기석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장은 지난 29일 브리핑에서 "독감의 치명률은 0.03%인데 오미크론 6차 유행 치명률은 0.06%"라며 "4차 접종을 하면 고위험군 치명률이 절반으로 줄어들고 치료제를 쓰면 또 50%를 줄일 수 있다. 0.06%의 치명률이 0.05% 혹은 더 밑으로 떨어져서 독감과 유사한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백신과 치료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dyhle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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