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야생너구리 이렇게 많았어?…"귀여워" 만지면 큰일

기사등록 2022/07/30 11:01:00

서울에서 5년간 야생너구리 320마리 구조

지난해 구조 야생동물 중 5.4%…3번째로 많아

"시민 대상 별도 안내 필요…공존방법 찾아야"

[성남=뉴시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도심에서 발견된 야생 너구리. (사진=뉴시스DB)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하종민 기자 = 서울시 야생 너구리 관련 구조·신고가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인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도심에도 자연생태공원이 조성되면서 야생 너구리의 활동반경이 넓어졌다는 분석이다.

다만 야생 너구리 출현으로 인한 사건·사고도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애완동물을 비롯해 최근에는 사람을 직접 공격하는 사고도 발생했다.

◆ 5년간 야생 너구리 320마리 구조…세 번째로 많은 구조

30일 서울시야생동물센터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서울에서 구조된 야생 너구리는 총 320마리다.

2017년(5~12월)에는 35마리의 야생 너구리가 구조됐고 2018~2020년에는 각각 72마리, 63마리, 69마리가 구조됐다. 지난해에는 총 81마리의 야생 너구리가 구조되며 점차 신고·발견 건수가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지난해 서울시야생동물센터를 통해 구조된 전체 야생동물 숫자(1491마리)와 비교하면 너구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5.4%(81마리)로, 조류를 제외한 포유류·파충류·양서류 중 가장 많았다. 조류를 포함할 경우 비둘기(집비둘기·멧비둘기) 32.9%(491마리), 까치 11.3%(168마리)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다.

2017년에는 전체 구조 야생동물(293마리) 중 너구리의 비중은 11.9%(35마리)로 두 번째로 높았다. 2018년에는 769마리 중 9.4%(72마리), 2019년에는 1054마리 중 6.0%(63마리), 2020년 1166마리 중 5.9%(69마리)로 모두 상위권에 위치했다.

서울시야생동물센터는 부상당하거나 질병으로 고통받는 야생동물을 구조·치료하고, 다시 자연으로 방생하기 위해 지난 2017년 서울대학교 수의과학대학에 설치됐다.

서울시야생동물센터 관계자는 "해당 통계는 각 자치구를 통해 접수된 야생동물 관련 신고와 더불어, 수의사들이 기록한 진료기록, 직접 신고된 기록 등을 취합한 것"이라며 "실제 신고 후 구조하지 못한 야생동물 등을 포함할 경우 더욱 많은 야생너구리가 서울에서 활동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늘어나는 야생 너구리 사건·사고…시민 공격사례도

서울에서 야생 너구리 구조·신고가 늘어나는 것은 서식지가 줄어서다. 많은 개체 수에 비해 살 곳이 모자라다 보니 사람들이 사는 곳 근처까지 내려와 먹이를 구한다는 것이다.

또 도시 내 생태녹지공원을 적극적으로 조성하면서 야생 너구리들이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연성찬 서울시야생동물센터 센터장은 "야생 너구리 개체 수가 갑자기 증가한 것 같지는 않다. 생태녹지공원을 늘리면서 너구리들이 자연스럽게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야생 너구리의 활동반경이 넓어지면서, 이로 인한 사건·사고가 점차 빈번해지고 있다.

서울 송파구에 따르면 지난 17일 송파구 장지공원에서 50대 여성이 야생 너구리의 습격을 받았다. 해당 여성은 너구리를 오소리나 고양이로 착각해 만지려다가 공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6월에는 도봉구에서 야생 너구리가 애완견을 공격하는 사고도 발생했다. 도봉구에서는 지난 6월 야생 너구리가 애완견을 공격했다는 신고가 2건이나 접수됐다. 우이천을 끼고 있는 강북구에서는 같은 달 야생너구리의 애완견 공격 신고가 4건이나 접수됐다.
[서울=뉴시스] 야생에서 구조된 너구리를 치료한 후 방사하는 모습. (사진=뉴시스DB) photo@newsis.com
◆야생 너구리 대책은?…"유해동물 아니라 관리 안 해"

서울시에서는 현재로선 야생 너구리에 대한 대책 및 가이드라인은 없다는 입장이다.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관리할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시 관계자는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되지 않아 별도로 관리하지 않는다. 정확한 개체 수 등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송파구에서 발생한 대시민 피해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시민 피해도 자치구에서 보고가 올라오지 않아 알 수 없다"고만 답했다.

각 자치구에서는 자체적인 가이드라인 마련에 나섰다. 서울시의 지침이 없지만, 시민들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만큼 자체적인 대안을 마련해 야생 너구리와 공존할 방법을 찾겠다는 입장이다.

도봉구에서는 야생 너구리의 서식지와 산책로를 분리할 수 있는 펜스를 설치하고 있다. 또 지역에서 동물보호를 위해 길고양이들에게 무료로 먹이를 나눠주는 '캣맘'들에게도 먹이주기 자제를 요청하고 있다.

도봉구 관계자는 "주민들이 산책로 이용 시 야생 너구리를 식별할 수 있도록 산책로의 가로등 조도도 조절하고 있다"며 "구청 자체적인 대안을 마련해 시행 중"이라고 말했다.

강북구에서도 야생 너구리 주의 안내문, 현수막 등을 통해 사건·사고에 대비하고 있다. 강북구 관계자는 "야생 너구리는 유해 야생동물이 아니기 때문에 법률상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그래도 애완견 사고 민원이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라 야생 너구리들이 자주 출몰하는 지역에는 안내표지판과 현수막을 설치해 시민들의 피해가 확산되지 않도록 조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성찬 센터장도 "기본적으로 너구리는 사람을 피한다. 야생 너구리를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할 필요는 없다"며 "다만 새끼들을 낳아 기르는 3~7월에는 예민해지기 때문에, 시민들을 대상으로 별도 안내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해동물로 지정되지 않았지만, 시민들을 상대로 하는 가이드라인 정도는 수립할 시기가 됐다. 여러 자치구에서 야생 너구리와 관련한 자문을 많이 구한다. 고양이 먹이 주기를 자제하거나 펜스를 세우는 등의 대책, 육아 시기에는 주의하기 등의 자문을 제공한 적이 있다"며 "자연적으로 너구리와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대시민 피해가 발생한 이후에야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받겠다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대시민 피해가 발생한 만큼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받고, 대응매뉴얼을 작성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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