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北어민 귀순의사·북송 이유 증거찾기 '총력전'

기사등록 2022/07/24 07:00:00 최종수정 2022/07/24 07:13:51

권영세·하태경 반박에 '탈북 브로커' 수면 아래로

"탈북자 2~3명 '브로커' 증언…여러 가능성 논의"

"살인 자백 진술한 듯…살인 부정자료는 안 나와"

귀순 의사·북송 정당성 논란…TF, 현장 검증 계획

합동신문자료·자필의향서 등 원천자료 공개 기대

[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 = 지난 12일 통일부가 북한 어민 강제북송 관련 판문점 송환 사진 공개했다. 통일부는 통상 판문점에서 북한주민 송환시 기록 차원에서 사진을 촬영해 왔다. 이와 관련 오늘 국회 요구자료로 2019년 11월 발생한 북한어민 강제북송 당시 판문점을 통한 송환 사진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사진=통일부 제공) 2022.07.1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정성원 기자 = 여권은 2019년 11월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과 관련해 북송된 어민 2명의 귀순 의사 여부와 북송에 정당성이 있었는지를 집중 추궁할 '증거 찾기'에 총력전을 펴는 모양새다. 여권 일각에서 제시됐던 '탈북 브로커'였다는 주장에 설득력이 떨어지면서다.

여권은 우선 이번 주 판문점을 찾아 북송 현장을 검증하며 사건 관련 SI(특수정보) 등 자료 공개를 촉구할 계획이다. 여기에 국가인권위원회를 비롯해 국제 인권 단체에서도 인권 침해 여부를 살필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주 여론을 달궜던 강제 북송 어민 2명의 '탈북 브로커'설은 통일부와 여권 내부에서 반박이 나오면서 '일부 탈북자들의 주장'으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국가안보문란 실태조사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인 한기호 의원은 지난 20일 "김책시에서 다섯 가구 주민 16명이 오징어잡이 배로 탈북하려고 했고, 탈북 브로커인 어민이 인솔해 승선하기로 했으나 16명이 보위부에 체포됐다. 오징어잡이 배에 있던 2명은 체포 직전 남하했다"는 비공식 증언을 전했다.

한 의원이 전한 증언에 따르면 다른 1명이 탈북하려던 16명을 김책항에 정박한 오징어잡이 배로 데려오려고 했으나 보위부에 발각됐다. '16명을 살해했다'는 주장은 북한이 탈북 브로커 2명을 북송하기 위해 거짓말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민의 살인 개연성이 크다는 반박이 잇따라 나오면서 '탈북 브로커' 증언은 힘을 잃고 있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지난 22일 SBS 8뉴스 인터뷰에서 "합동 조사에서 두 사람 진술이 일치해 구체적인 부분에서는 차이가 있다지만 살인은 인정했다고 하니 (살인의) 개연성은 크다고 본다"며 "살인 여부는 수사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사건에 대해 보고받았다는 하태경 의원도 같은 날 CBS라디오에서 "일부 탈북자들이 이런 주장을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우리 당 입장인 것처럼 나갔다"며 탈북 브로커 증언이 여권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한기호 국민의힘 국가안보문란 실태조사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이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가안보문란 실태조사 TF 3차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7.20. photo@newsis.com
탈북 브로커설 진위 논란에 TF에 활동 중인 한 위원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탈북자 2~3명에게서 브로커 증언이 나온 것으로 들었다"며 "이와 비슷하거나 더 자세한 증언·증거가 나와야 사실로 굳혀질 수 있을 것이다. 아직 이 증언을 비롯해 여러 가능성을 논의 테이블에 올려둔 상태"라고 전했다.

문재인 정부가 밝힌 대로 어민 2명이 '16명을 살해한 흉악범'이라는 의혹은 여전히 가시지 않으면서 살인 여부는 여전히 쟁점으로 남을 전망이다.

TF 위원인 태영호 의원은 지난 22일 CBS라디오에서 "조사 과정을 통해 밝혀져야 하지만 살인을 자백했다는 근거가 있고, 현 정부 공안당국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더라도 살인 자체를 부정하는 자료는 아직 나오지 않아 현시점에서 살인한 것으로 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TF는 살인이 있었다는 전제하에 어민이 귀순 의사를 분명히 표시했는지와 북송이 정당했는지를 살핀다는 방침이다.

우선 귀순 의사에 대해 문재인 정부 인사들은 진정성이 없었다고 주장하는 반면, 여당은 이들이 작성한 보호신청서에 '남한에 살고 싶다'는 문구를 작성했다고 반박했다.

TF는 또 우리나라 당국이 "15명을 죽이고 도망간다더라"라는 북한의 교신 내용을 감청한 뒤 선박을 나포하기도 전에 살인자가 탈북하고 있다는 선입견을 가졌다고 봤다. 그러면서 당국이 미리 '북송' 결론을 정한 뒤 합동신문에서 살해 자백을 받으려 했다는 정황이 보인다고 의심했다.

문재인 정부의 이중잣대도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태영호 의원실이 통일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통일부는 문재인 정부는 살인 혐의를 받는 2019년 탈북자 1명의 국내 거주를 허가했다. 이 1명을 포함해 2003년부터 총 6명이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북한이탈주민법)에 따른 '비보호 대상자'로 국내에 정착했다.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국민의힘 한기호(오른쪽부터), 태영호, 지성호 의원이 지난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탈북민 강제 북송 진실규명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7.22. photo@newsis.com
이런 가운데 TF는 오는 29일 강제 북송 사건이 발생한 판문점을 찾아 현장검증을 진행한다. 어민을 흉악범으로 단정하고 일사천리로 북송 작전을 펼쳤는지를 검증하겠다는 계획이다.

TF 한 위원은 판문점 접근 권한이 없는 경찰특공대가 북송에 동원된 점, 북송에 관여해야 할 유엔사령부가 지켜보기만 했던 점도 눈여겨볼 지점이라고 귀띔했다. 사건 당시 자유의집에 경찰특공대가 머물러 있었고, 유엔사 인사로 추측되는 이가 사건 영상을 촬영한 점을 참고해 전방위적으로 살펴본다는 계획이다.

특히 유엔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북송한 첫 사례로 밝혀졌고, 국가인권위원회를 비롯해 국제 앰네스티 등 국제 인권단체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있어 현장검증에 많은 관심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TF는 현장검증만으로는 사건의 진실을 명명백백 파악하기 어려운 만큼 사건 당시 감청 정보와 선박 사진 등 '원천 자료'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TF는 당시 합동신문 자료, 자필 귀순의향서, 20매 분량의 이력서, 국정원이 검찰에 고발한 고발장 등의 원천 자료 공개를 주장했다.

TF는 여기에 더해 앞으로 상임위원회가 가동되면서 더 많은 자료가 공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TF 한 위원은 "이들이 살인했는지를 비롯해 북송 정당성이 더 많은 증언과 증거들, 국가기관에서 내놓는 정보들, 검찰 조사 결과 등이 더 모이고 이를 종합하는 과정에서 뚜렷한 지점이 발견된다면 사건의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ungsw@newsis.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