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수순?..."국민투표 결과 주목"

기사등록 2022/07/21 17:04:58 최종수정 2022/07/21 17:12:57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박미선 기자 = '대형마트 의무휴업'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10년간 찬반 논쟁이 치열한 사안으로, 정권 교체 후 '소비자 관점'에서 이를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고, 결국 국민투표에 부쳐졌다.

대형마트·SSM(기업형 슈퍼마켓) 영업제한 조치는 대형마트와 전통시장 소상공인 등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을 거쳐 시행됐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소비자 의사는 제외됐다. 그 만큼 이번 국민 투표는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을 직접 이용하는 소비자 의견을 반영한다는 취지에서 의미가 있다.

21일 대통령실은 윤석열 정부의 소통창구 ‘국민제안’ 접수된 1만2000여 건의 민원, 제안, 청원 가운데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를 포함해 정책화가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10개를 선정해 투표에 부쳤다. 이날부터 열흘간 진행하는 온라인 투표를 통해 상위 3개 우수제안을 확정하고 상위 제안은 국정에 적극 반영할 방침이다.

투표 첫날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제안은 현재 가장 많은 ‘좋아요’를 얻고 있다. 오후 3시15분 기준 유일하게 5000건 넘는 동의를 받았다.

◆2012년 시행된 대형마트 의무휴업...실효성은? "글쎄"
대형마트·SSM 영업 규제는 2010년 시작됐다. 당시 전통시장 인근에 대규모 점포의 신규 출점을 제한하는 ‘등록제한’이 시행됐고, 2012년 의무휴업일 지정과 특정 시간 영업을 금지하는 ‘영업제한’까지 확대돼 대형마트는 '밤 12시 이후 영업금지'와 '한 달 2회 의무 휴업'을 지키고 있다.

이번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가 상위 제안으로 선정되면 '영업제한' 시행 당시 배제됐던 소비자 의견을 적극 반영한다는 측면에서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정책 시행 당시 대형마트, 전통시장 소상공인 등 이해 관계자의 의견 수렴은 있었지만, 소비자 의견은 배제됐다.

이 때문에 의무휴업 시행 1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의무휴업으로 불편함을 호소하는 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또 휴업 날짜를 문의하는 글도 매주 게시돼 대형마트 문을 닫으면 인근 전통시장으로 수요가 몰릴 것으로 기대했지만 이 역시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 대형마트·SSM에 대한 규제가 시행된 이후 전통시장 매출의 유의미한 변화는 없었다. 지난해 12월 소상공인진흥공단이 발표한 2020년 전통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전통시장 매출은 전년 대비 2조7000억원 감소한 25억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통시장 위협하는 대형마트?..."유통시장 패권은 온라인"
유통 채널의 중심축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가며 '전통시장을 위협하는 대형마트'라는 이슈 자체도 흐릿해졌다. 오히려 '오프라인 유통채널을 위협하는 온라인' 이슈가 새롭게 등장했다. 그 만큼 새로운 유통환경 변화에 따라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이 상생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통계청에 따르면 영업제한이 시작된 2012년부터 대형마트의 매출은 10년 연속 역성장하고 있다. 반면 온라인 유통시장 매출은 갈수록 성장세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지난해 주요유통업체 매출동향에 따르면 대형마트, SSM의 매출은 전년 대비 각각 2.3%, 9.1% 하락했지만, 온라인의 경우 15.7% 성장했다. 특히 SSM 매출이 큰 폭으로 감소했는데 이는 비식품군과 식품군의 구매 채널이 온라인으로 빠르게 이동한 영향이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유통환경의 변화로 사람들을 어떻게 집 밖으로 끌어내느냐의 문제가 더 중요해졌다"며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이 어떻게 상생할 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규모 점포가 전통시장 상권을 침해하는 게 아닌, 오히려 상권 활성화를 가져와 상생하는 모범 사례도 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지역 전통시장 상인들이 지자체에 의무휴업 폐지를 요구하기도 했다.

노브랜드 상생스토어 1호점인 당진전통시장점은 입점 1년 만에 전통시장 주차장 이용건수가 2배 이상 증가할 정도로 전통시장 모객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 결과 상인회는 지난해 지자체에 상생스토어의 한 달 2번 의무휴업을 제한해달라는 공문을 보냈고, 시는 1년간 시범 기간을 거쳐 해당 상생스토어의 의무휴업을 무기한 해제했다.

◆의무휴업 없어지면 대형마트 실적 개선 기대...폐지까지 시간 걸려
업계에서는 벌써부터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이후 업계의 실적 성장을 내다본다.

NH투자증권·KB증권·교보증권 등은 의무휴업을 폐지하면 이마트, 롯데마트의 연간 매출이 각각 9600억원, 3800~3840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영업이익도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각각 연간 1440억원~2000억원, 500억원 안팎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가 현실화하려면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일단 국민투표에서 상위 3개 제안에 선정된다고 해도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위한 여야 합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규제 완화에 반대하는 단체들의 반발도 고려할 대목이다. 소상공인들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방관하는 행위"라고 비판하고 있다.

한 소상공인 단체 관계자는 "대형마트 의무 휴업 폐지로 640만 소상공인이 입을 피해를 생각하면 이 또한 사회적 비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전통시장이 자생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는 게 정부의 역할인데 그 역할을 저버리고 있다"며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는 규제 혁신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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