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사람]후지이 시게오 한국엡손 대표 "엔터테인먼트 분야, 한국이 글로벌 시장 리드"

기사등록 2022/07/20 08:02:00

"디지털미디어아트 시장 확대…고광량 프로젝터로 공략"

"엡손의 강점 '경량화' 기술 통한 제품 혁신 이어갈 것"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후지이 시게오 한국엡손 대표가 1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스위스 그랜드호텔에서 뉴시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2.07.19. scchoo@newsis.com
[서울=뉴시스]동효정 기자 = "일본이나 한국, 양국 모두 소비자가 선호하는 제품의 성능이나 디자인은 비슷하지만 엔터테인먼트 활용 산업 분야는 한국이 위라고 생각합니다."

후지이 시게오 한국엡손 대표는 지난 19일 뉴시스와 만나 "제주도의 '빛의 벙커'를 시작으로 디지털미디어아트 뮤지엄 등 관련 콘텐츠가 세계로 뻗어나가며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면서 "한국 대표로 부임한 지 2년이 조금 넘었는데 이전에는 K-콘텐츠의 힘을 인식하지 못했다가 부임 이후 깨달았다"고 말했다.

후지이 시게오 대표는 "지난 몇 년간 디지털 미디어아트 시장의 엄청난 성장세를 확인하는 시기였다"면서 "프로젝터로 자칫 평범할 수 있는 예술 작품에 활력을 불어넣고, 다양한 요소를 첨가해 더 깊이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실제 디지털미디어아트 등 새로운 장르의 시장을 중심으로 올해 국내 미술 시장이 사상 최초로 1조원을 넘길 전망이다. 문화체육관관부 산하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운영하는 한국미술시장정보시스템(K-ARTMARKET)은 2022년 상반기 한국 미술 시장의 규모를 약 5639억원으로 추산했다.

엡손은 이 같은 프로젝터가 사용되는 디지털 미디어아트 시장이 더욱 확대할 것으로 판단하고, 다양한 고광량 프로젝터 라인업으로 시장 확대에 나섰다. 엡손은 고광량 3LCD 프로젝터 EB-PU2220B 외 2종(EB-PU2216B, EB-PU2213B)을 선보였다.

이번 신제품도 미디어 파사드, 공연장, 대형 강당 등 공간별 특성에 맞춰 개발했다. 밝기·선명도·선명함을 유지하며 스크린에 영상을 투사하는 엡손의 3LCD 원천기술을 통해 시중 제품보다 가장 선명한 색감을 구현하고 명암 대비도 높였다.

특히 이번 신제품은 3LCD 기존 제품 대비 60%가량 가벼워진 24.4kg으로 초소형화에 성공했다. 타사 동급 모델과 비교해 제품 사이즈 역시 55%가량 작다.

후지이 시게오 대표는 "고광량 제품은 근거리, 원거리 관계없이 대화면을 투사해야 하기 때문에 퀄리티는 유지하면서 본체 크기를 줄이는 것이 쉽지 않다"면서 "엡손은 제품의 원천 기술 특허를 보유하고 있고 제조·판매·서비스까지 가능한 기업이라 초소형 제품 구현에 성공했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후지이 시게오 한국엡손 대표가 1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스위스 그랜드호텔에서 뉴시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2.07.19. scchoo@newsis.com

프로젝터뿐 아니라 제품의 소형화·경량화는 공간 활용도 확대와 단순한 편의성뿐 아니라 사회와 환경까지 고려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일환이다.

엡손은 일본 나가노현의 작은 마을에서 시작해 제품의 설계부터 제조·운송·사용·재활용에 이르기까지 사회 환경을 고려하는 기업으로 유명하다.

그는 "제품의 소형화는 설치 등의 측면에서도 좋지만 제품 생산 과정에 필요한 부품이나 에너지를 덜 사용해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것도 고려했다"면서 "올해 엡손이 창립 80주년을 맞았는데 이는 회사 창립때부터 환경·사회·지역 공헌에 대해 생각해 온 결과"라고 밝혔다.

실제 엡손은 전 세계 거점에서 이미 RE100을 달성했으며 한국에서도 내년 6월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RE100이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량의 100%를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만으로 조달하는 국제적 프로젝트다.

엡손은 영국과 미국 포틀랜드, 필리핀 해외 제조 공장과 유럽 판매 회사, 일본 내 모든 사업장은 이미 RE100 기준을 달성했다.

후지이 시게오 대표는 "입사 초기 '지구를 친구로'라는 경영 이념이 도대체 무엇일까 생각했는데 이제는 모든 기업들이 추구하는 경영 철학 중 하나가 됐다"면서 "모두가 알고 있지만 실현하기 어려운 부분인데 엡손은 공장에 태양열 판넬을 까는 등 RE100 달성을 위해 선제적으로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한국엡손은 나아가 종이 재생 장치인 페이퍼랩을 소형화해 내년에 한국에도 본격 출시해 신시장 개척에 나설 계획이다.

페이퍼랩은 폐지를 새 종이로 만들어 인쇄하는 리사이클링 제지 기계다. 프린터 회사인 엡손이 세계적인 시류 '페이퍼리스(종이가 없는 환경)'에 맞춰 대응하기 위해 고심한 결과물이다.

엡손의 '드라이 섬유 기술'을 적용해 물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종이를 분해하고 이를 다시 새로운 종이로 제조한다. 페이퍼랩은 이미 일본의 은행과 보험사, 건설사, 공공기관 등에서 사용하고 있다.

후지이 시게오 대표는 "페이퍼랩은 종이 재생을 통해 지속 가능 경영에 힘을 보태는 동시에 기존 문서 파쇄가 가능하기 때문에 문서 보안 문제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제품"이라며 "현재 제품의 크기가 커서 소형화를 통해 일반 사무실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후지이 시게오 한국엡손 대표가 1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스위스 그랜드호텔에서 뉴시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2.07.19. scchoo@newsis.com


색상이나 촉감의 차이로 인한 재생 종이의 단점도 없앴다.

후지이 시게오 대표는 "페이퍼랩은 종이에 원하는 색을 착색시킬 수 있다"면서 "본래의 문서에 색상이 지나치게 많다면 색깔이 약간 변색되거나 착색이 될 수도 있지만 색을 물들여 기존 새 종이처럼 구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미 일본 사업소에서는 업무에 사용하고 있는데 재생 종이로 인한 위화감이 느껴지거나 새 종이와 달라 구별이 가능한 수준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엡손은 페이퍼랩과 함께 코로나19 이후 급격하게 변화하는 시장에 맞춰 '성소정(고효율, 초소형, 초정밀)' 경영 철학을 통한 사업 역시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후지이 시게오 대표는 "코로나19 이후 공유오피스, 자택 등 근무환경이 다양해지며 어디서나 사무실 같은 환경을 구현하는 것이 중요해졌다"면서 "엡손은 한정된 크기 안에서 혁신을 실현하기 위해 '성소정'을 설계의 기본방침으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후지이 시게오 대표는 "엡손은 세계 최초 쿼츠 손목 시계를 구현하며 이후 모든 전자 부품을 '소형화'하는 기술 DNA를 갖고 있다"며 "이러한 엡손의 기술을 활용해 사회 공헌과 환경 보호를 할 수 있는 방향을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PC뿐만 아니라 모든 주변기기를 소형으로 만들어 집에서 프로젝터를 통한 고화질 대화면으로 영화를 즐기고 책·서류·사진을 스캐너로 디지털화해 저장하는 생활을 구현해 언제 어디서나 편리한 생활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것이 엡손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vivid@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