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가 안보"…대학 정원도 교수 연봉도 규제 다 푼다

기사등록 2022/07/19 16:00:26

'반도체 인재양성' 방안, 尹주문 한달여 만에 윤곽

대학정원 늘려 2031년까지 인재 15만명 양성계획

예산 규모 미정…"교수 연봉 파격 상한 제시할 것"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반도체 관련 인재양성 방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공동취재사진) 2022.07.19. photo@newsis.com
[세종=뉴시스]김정현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주문한 반도체 인재양성 방안의 골격이 한달여 만에 나왔다.

지방대 고사와 같은 부작용 우려가 제기됐지만, 정부는 반도체는 곧 안보라는 문제 인식에서 산업계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불가피한 대책이라 보고 있다.

정부가 수도권 총량규제를 유지하며 학과 신·증설 규제를 풀고, 신규 재정지원사업을 띄우는 방식을 택한 것도 지방대 반발을 고려한 것으로 여겨진다.

정부가 19일 발표한 반도체 관련 인재양성 방안은 올해부터 2031년까지 10년 동안 반도체 관련 인재 15만명을 양성하도록 직업계고부터 대학원까지 규제를 풀고 재정지원사업을 추가, 확대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정부는 오는 2031년까지 10년 동안 반도체 산업에 12만7000명의 인력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반도체 제조업 및 반도체 제조용 기계 제조업 종사 인력은 17만6509명으로 추정된다. 학력별 비율로 학사가 46%로 가장 많고 고졸 25%, 석·박사 16%, 전문학사 13% 순이다.

협회는 향후 10년 동안 반도체 산업의 매출액이 연평균 6.2%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적용하면 인력 규모는 2031년 30만4000명으로 늘어나 지난해 추계치보다 12만7000여명이 부족한 것으로 전망됐다.

매년 업계 인력 수요가 연평균 5.6% 늘어나는 셈이다.

교육부는 2020년 기준으로 반도체 관련 전공자 졸업생을 4만8000여명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세라믹 ▲신소재 ▲전자 ▲재료 ▲기계 등 반도체 기업 취업 비중이 가장 높은 관련 5개 학과를 기준으로 한 규모로, 이들 전공의 반도체 업계 취업률은 평균 7.7%다.

실제 직업계고부터 대학원까지 신규 졸업자 중 반도체 산업계로 취업하는 인력은 연간 5000명 안팎으로 추정된다. 10년 동안 개선이 없을 경우 업계는 12만7000명이 필요한데 공급은 5만여명에 그치는 것이다.

특히 반도체 기술 초격차를 이끌 석·박사 취업자는 2020년 431명에 그치며, 순수하게 반도체를 전공한 석·박사 수는 같은 해 100명에 불과했다.

정부가 2027년까지 반도체 관련 학과 정원을 5700명 늘리겠다는 목표치를 내세운 것도 여기에 근거한다.

교육부가 앞서 진행한 수요조사 결과 대학들은 지금보다 학부생은 1877명(27개교), 대학원생은 665명(12개교)을 더 늘릴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정부는 목표치로 대학원생 1102명, 학부생 2000명 증원을 잡았는데 이는 대학들이 수요로 하는 인원보다 더 많다. 대학원생이 1.7배로 특히 더 많이 잡았다.

교육부 김일수 고등교육정책실장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인재는 석·박사 과정의 고급 인재라는 결론에 도달했기 때문에 증원 규모가 더 크다"고 말했다.

여기에 전문대를 졸업한 전문학사 1000명, 직업계고 졸업자 1600명을 더 늘려 중소기업을 위한 실무 인재 규모도 더 확보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목표치다.

이 같은 정원 증원을 통해 10년간 4만5000명을 양성하고, 기존에 운영하던 범부처 인재양성 관련 재정지원사업을 확대하는 한편 신규 재정지원사업을 병행해 같은 기간 총 15만명을 배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관계 부처 차관들이 19일 오후 반도체 관련 인재양성 방안 발표를 위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로 향하고 있다.(공동취재사진) 2022.07.19. photo@newsis.com
정부는 미국, 중국, 대만 등 주요 경쟁국들이 공격적인 반도체 인재양성과 유치 정책을 내놓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문재인 정부 시절 'K-반도체 전략'을 내놓았지만 현장의 인력 부족이 지속됐다고 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부터 지난달 7일 국무회의에서 교육부에 '경제부처적 사고'를 주문하면서 인재 양성 대책을 내놓으라고 지시했고, 교육부는 당시 수장 공백 상태에서 차관 주재로 특별팀을 구성해 방안을 고심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무회의에서 반도체 관련 인재양성 방안을 보고받고 "반도체는 국가안보 자산이고 우리 산업의 핵심"이라며 "관련 분야의 대학정원을 확대하고 현장 전문가들이 교육에 기여할 수 있도록 규제를 과감하게 풀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제시한 정원 증원 등 반도체 인재 양성 규모는 목표치다. 목표를 유도하기 위한 수단은 첨단분야 학과 신·증설 규제 완화와 재정지원사업 신설·확대다.

정부는 대학 '4대 요건'을 내달 초까지 완화, 사립대는 교원확보율 기준의 100%, 국립대는 70% 조건 하나만 충족하면 반도체 학과를 신·증설할 수 있도록 했다.

별도의 학과 설치와 4대 요건 등 요건 충족 없이도 기존 학과의 정원을 기업과 협업해 늘릴 수 있는 계약정원제를 도입하고, 산업계 전문가를 교수로 채용할 수 있도록 교원 자격 요건을 대학에서 정하도록 한다.

대학들이 '여건만 된다면' 바로 반도체 관련 학과를 만들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현재로는 수도권 대형 대학들이 신·증설 여력이 지방대보다 나은 게 사실이다.

대학들이 교육부에 제출한 수요조사 결과를 보면 수도권 대학은 학부생 1266명, 대학원생 350명 등 1616명을 더 늘릴 수 있다고 답했다. 비수도권 지역 대학은 학부생 611명, 대학원생 315명으로 926명이다.

수도권 총량규제 완화는 대책에서 빠졌지만, 지난 1999년부터 이뤄진 대학별 구조조정으로 총량규제 내에서 수도권 대학들은 최대 8000명을 늘릴 수 있다.

다만 교육부 장상윤 차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을 통해 "실제 증원 여부는 다시 대학하고 협의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것을 예단해서 수도권 (학부생) 1300명이 늘어난다고 답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목적형 재정지원사업도 새로 띄운다. 내년부터 '반도체 특성화대학(원) 지원 사업'을 신설하며 교수 인건비 등을 우수 대학에 직접 지원한다. 내년 6개교를 시작으로 2026년까지 20개교를 선정할 방침이다.

장 차관은 "인재 양성에 투자되는 예산액을 산정해 놓고 재정당국과 협의가 들어간 상태로, 내년도 예산은 8월 말에 확정된다"며 "오늘 발표한 방안에 부족함이 없도록 예산 지원이 당연히 뒤따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성화대학으로 지정된 대학에서 가르치는 교수들에게는 연봉의 상한선을 저희가 파격적으로 제시해 다른 분야보다 인센티브를 가지면서 몰두할 수 있도록 지원할 생각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ddobagi@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