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방역' 뚜껑…"근거 빈약·각자도생" 의견
정치방역 비판했으나 "다르지 않다" 평가
유행 시나리오 일부 틀려 "30만명도 가능"
검사·치료비 유료…생활비 축소에 "방임"
방역조치, 기한 없이 확진자 수 따라 강화
문재인 정부의 방역 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다 국민들에게 방역 책임과 부담을 떠넘기고 있다는 비판이 주로 제기됐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13일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BA.5 변이가 급격히 늘고 있는데 제동을 걸고 유행 규모를 줄일 만한 조치가 없었다고 본다"면서 "기대가 큰 만큼 실망감도 크다. 각자도생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역시 "기존과 크게 달라진 게 없고 새로운 방역이라기보다는 백신에 의존한 방역이라는 점이 아쉽다"고 밝혔다.
정부와 방역 당국은 자체 분석과 민간전문가 의뢰를 통해 8~9월께 하루 최대 20만7000명 규모의 유행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봤다.
김 교수는 "지난 2~4월 오미크론 대유행 전에도 정부는 하루 최대 3만명을 언급한 바 있는데 실제 정점은 62만명대였다"며 "7월 말, 8월 초 국내외 여행이 늘어나면 20만명보다 더 늘어 하루 30만명대까지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이미 방역 당국이 제시한 시나리오가 일부 틀렸다는 지적도 나왔다. 질병청은 이날 전파율에 따라 유행 시기와 규모를 예측하는 3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그 중 전파율이 가장 낮은 시나리오에 따르면 7월 말 하루 평균 2만3300명, 8월 말 7만800명, 9월 말 15만5800명의 확진자가 나올 수 있다고 봤다. 그러나 13일 기준 1주간 하루 평균 확진자 수는 국내발생 사례만 2만3879명으로, 이미 7월 말 확진자 '2만3300명' 예측을 뛰어넘은 상태다.
정부가 재유행 등에 대비할 근거로 추진 중이던 대규모 항체양성률 조사 결과도 유행이 한창인 9월 초에나 나올 예정이다. 당초 방역 당국은 2분기 1만명 규모의 항체양성률 조사를 하고 이를 근거로 숨은 감염자 수를 예측하고 재유행에 대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이날 거리두기를 재개하는 대신 의료체계로 대응하고, 국민참여형 자율방역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을 두고도 "방치에 가깝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유행이 다시 확산하는 상황에서 유증상자의 검사비와 치료비가 일부 유료로 전환된데다 확진자의 생활비 및 유급휴가 지원비가 축소된 점도 '부담 떠넘기기'라는 지적이다. 지난 11일부터 확진자 생활지원비는 중위소득 50% 이하에만 1인당 10만원이 지급되며, 유급휴가비는 30인 이하 기업에만 지원되고 있다.
천 교수 역시 "확진자가 줄어드는 시점에 생활비 지원을 감소하는 대책이 나왔어야 하는데 시기가 아쉬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임숙영 중앙방역대책본부 상황총괄단장은 "한정된 재원으로 지속 가능하게 재정지원을 하기 위해서는 개편이 불가피한 점이 있었다는 점을 양해해 달라"며 "치료비 부담이 큰 중증환자에 대해서는 입원치료비를 계속 지원하는 방향으로 결정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재유행 대응방안은 문재인 정부 당시 2주마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결정했던 한계를 탈피했다는 평가는 나왔다.
정부는 당초 확진자 격리의무 해제 여부를 4주마다 평가해 결정하겠다고 밝혔으나, 재유행이 공식화되자 안정되기 전까지 격리의무를 유지하기로 했다.
정부와 방역 당국은 하루 확진자가 10만명, 20만명을 넘을 때마다 병상을 가동하고, 요양병원 등 감염취약시설 종사자·임소자 선제검사를 강화하는 등의 조치를 추가 시행키로 했다. 아울러 치명률이 올라가면 고령자와 고령자 가족의 모임을 축소하도록 권고하는 방식으로 거리두기도 일부 도입할 방침이다.
천 교수는 "2주에 한 번 결정을 하는 것이 국민들의 피로감만 증폭시킨다"며 "어떤 상태에 이르렀을 때 결정을 하는 방식이 기간을 정하는 것보다 낫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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