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새 총리 후보 다양…최초의 흑인 또는 황인종 총리 가능할까

기사등록 2022/07/13 16:20:14 최종수정 2022/07/13 18:00:43

3번째 여성 총리 가능성도…둘 다 이뤄질 수도

후보 다양성과 달리 정치적 견해는 대처리즘 영향서 못 벗어나

[런던=AP/뉴시스]영국 보수당 의원이자 전 재무장관인 리시 수낙이 12일 런던에서 보수당 지도부 선거운동을 시작하고 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후임으로 보수당 경선에 나설 후보들이 12일(현지시간) 8명으로 압축된 가운데 수낙이 선두를 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2.7.13
[런던=AP/뉴시스]유세진 기자 = 물러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보리스 존슨 총리와 마찬가지로 지금까지 영국의 총리들은 대부분 부유한 백인 남성들이었다. 하지만 새 총리가 될 그의 후임자는 다를 가능성이 크다.

12일 최종 확정된 8명의 후보는 남성과 여성이 각각 4명으로 동수이고, 출신지도 영국뿐 아니라 이라크, 인도, 파키스탄, 나이지리아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번에는 영국 최초로 흑인 또는 황인종 총리가 탄생하거나 3번째 여성 총리가 탄생할 수 있으며, 둘 다 이뤄질 수도 있다.

보수당 의원들의 1차 투표가 13일(현지시간0 시작되는 가운데 동아프리카에서 영국으로 건너온 인도 부모의 아들인 리시 수낙 전 재무장관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다. 경쟁자들 가운데 케미 바데노치는 부모가 나이지리아인이고, 나딤 자하위는 바그다드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영국에 왔으며, 수엘라 블래버먼은 인도 부모가 케냐와 모리셔스에서 영국으로 이주했다.

페니 모던트와 리즈 트러스도 후보에 이름을 올린 가운데 백인 남성은 톰 투겐다트와 제러미 헌트 2명뿐이다.

"보수당이 나를 오늘날의 나로 만들었다"고 말하는 자하위는 11살 때 영어도 하지 못하면서 영국에 왔다고 회상했다.
 
이처럼 다양한 후보들은 현대 영국 사회의 모습을 반영하는 것이지만 승자는 그렇지 않은 유권자들에 의해 선택될 것이다. 또 총리가 될 차기 당수는 부유하고 나이많은 백인 남성이 대부분인 약 18만명의 보수당원들에 의해 선출된다.

후보들의 다양성은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가 2005년 "창백하고 남성적이며 오래 된" 보수당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더 다양한 인재들을 영입하기 위한 노력이 성공했음을 보여준다.

평등 문제를 연구하는 싱크탱크 '브리티시 퓨처'의 선더 카트왈라 소장은 "보수당 최고 지도부는 매우 다양하다. 이는 거대하고 빠른 변화이며, 인종적 다양성은 서구 민주주의의 어떤 정당에서도 어떤 리더십 분야에서도 볼 수 없었던 수준"이라고 말했다.

전반적인 다양성 면에서 보수당은 중도좌파 노동당에 뒤처져 있었지만 지금은 변화가 일어났다. 노동당은 1965년 영국 최초의 인종관계법을 통과시키면서 오랫동안 여성 권리의 옹호자일 뿐만 아니라 소수민족 유권자들의 자연스러운 본거지로 여겨져 왔다. 노동당 의원의 절반은 여성이고 20%는 백인이 아닌 배경 출신이다. 보수당 의원은 여성이 24%, 소수민족 출신은 6%에 그치고 있다.

그러나 보수당 내 소수민족 출신은 더 높이, 더 빠르게 상승했다. 수나크, 자하위, 자비드는 모두 존슨 총리 내각에서 고위직을 역임했다. 영국의 여성 총리인 마거릿 대처와 테레사 메이 모두 보수당원이었고 노동당은 여성 지도자가 없었다. 소수민족 출신의 유일한 영국 총리는 세파르디 유대계 출신의 19세기 지도자 벤자민 디즈레일리뿐이지만 그도 보수당원이었다.

후보자들의 다양성과 달리 후보들이 주장하는 견해는 다양하지 못하다. 다양한 배경에도 불구하고 후보들은 모두 '철의 여인'으로 불렸던 대처 전 총리에게서 영감을 받아 작은 국가와 자유시장주의를 내세우고 있다. 런던 퀸메리 대학의 팀 베일 정치학 교수는 "이번 경선이 대처주의의 다른 변종들 사이의 경쟁"이라고 말했다. 이는 후보들의 다양성에도 불구, 이들이 구애해야 할 보수당 유권자들이 인종적, 경제적, 이념적으로 훨씬 덜 다양하기 때문이다.

영국의 사회적 태도를 연구하는 카트왈라는 보수당 유권자들이 성별이나 민족성보다는 "정치와 이슈를 통해 지도자들을 볼 것"이라며 "영국은 지난 몇 세대 동안 더 관대하고 인종적으로 편견이 덜한 나라가 됐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dbtpwls@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