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사자 몸에 돼지 심장 이식…3일간 기능 유지
심장기능·이식방법·바이러스예방이 연구 핵심
3월에는 이식받은 남성 60일 만에 사망하기도
연구팀 "장기부족 문제 심각해…새 희망될 것"
[서울=뉴시스]문채현 인턴 기자 = 미국 뉴욕대 연구팀은 뇌사자 2명에게 유전자 변형 돼지 심장을 이식해 심장이 3일 간 기능을 유지했다고 발표했다.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미국 뉴욕대 랭곤 병원 과학자들은 지난 6일 최근 뇌사 판정을 받았던 로런스 켈리(72)와 알바 카푸아노(62)에게 돼지 심장을 이식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이종(異種)간의 장기 이식 임상 실험에 대해 돼지 심장이 어떻게 기능하는지와 새로운 이식 방식을 테스트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오랫동안 고민하고 있는 분야인 돼지 바이러스 감염 예방도 중요하게 고려됐다.
실험 대상이 된 두 사람은 심장마비로 입원 후 뇌사 판정을 받고 인공호흡기에 의지해 연명하고 있었다. 미국에선 기계에 의해 심장과 폐가 활동을 유지할 수 있다 하더라도 뇌의 기능을 되돌릴 수 없는 경우 뇌사로 판정한다.
이들의 가족은 과학 연구 발전을 위해 두 사람의 신체 기증에 동의했다.
뉴욕대 연구진은 이번 실험 과정에서 심장을 이식 받은 연구 대상이나 의료진들이 돼지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도록 하는 새로 고안된 방법을 사용했다.
이번 심장 이식 수술을 이끈 나달 모자이미 박사는 "사람 신체에 이식된 돼지 심장은 즉각적인 거부 반응을 일으키지 않았고 3일의 연구 기간동안 사람의 몸 안에서 그 기능을 유지했다"고 전했다.
3일 뒤 심장이 기능을 멈춘 경과나 바이러스 검출 여부와 같은 연구 자료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돼지 심장 바이러스는 인간 이식자와 그 주변인, 의료진까지 지역 사회에 심각한 신종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종간의 장기 이식 분야에서 바이러스는 가장 큰 위험 중 하나로 간주된다.
지난 3월 메릴랜드 대학 메디컬 센터에서 돼지 심장 이식 수술을 받은 시한부 남성 데이비드 베넷(57)이 수술 60일 만에 사망하면서 이 문제는 더욱 크게 불거졌다.
베넷은 이식 초반에는 거부 반응이 없었으나 수술 20일 후 몸에서 돼지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이후 바이러스 수치가 급증하며 심한 염증과 함께 그는 중태에 빠졌고 결국 사망했다.
당시 수술을 집행했던 박사는 "돼지 바이러스가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FDA 또한 지난달 이틀간 열린 이종 이식에 대한 공공자문위원회 회의에서 사람들에게도 전염되는 동물 질병 예방을 최우선 의제로 삼았다.
해당 분야 관계자는 "FDA가 돼지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하는 실험을 허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종 간 장기 이식은 인간 장기 부족 상황이 이어지며 지속해서 추진되고 있다.
관련 비영리단체 UNOS에 따르면 미국에서만 10만 명 이상이 장기 이식 대기 명단에 올라 있다. 매년 6000명 이상이 대기 중에 사망한다.
모자이미 박사는 "이종 이식에 대한 윤리적·안전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특별 감독 위원회가 연구를 검토·승인했다"며 "관련 연구 장비들은 미래의 이종 이식 연구에만 사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기술이 전 세계 수많은 환자에게 적용될 수 있다면 장기 부족 문제를 해결할 새로운 희망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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