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라자팍사 대통령 '사임 예정' 믿을수있나

기사등록 2022/07/10 22:08:13 최종수정 2022/07/11 08:30:43
[AP/뉴시스] 9일 스리랑카에서 대통령하야 요구 시위대가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 관저에 난입해 관저 수영장에서 마음껏 헤엄을 치고 있다. 이들은 서랍을 뒤지고 화장실을 사용하면서 셀피를 찍었다.
[서울=뉴시스] 김재영 기자 = 스리랑카에서 9일 수백 명의 시위대가 수도 콜롬보 해변가의 대통령 호화 관저를 급습해 난장판을 만든 뒤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이 13일(수) 사임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통령 사임 예정은 국회의장이 발표한 것이며 대통령 본인은 관저 난입 하루가 지난 10일 오후까지 행방이 묘연하다. 과연 고타바야 라자팍사가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는 것이 확실하다고 할 수 없다.

의회 야당 세력은 충분한 의원을 규합해 야파 아베이와슬레 의장을 임시 대통령으로 한 새 정부 출범을 자신하고 있으나 새 정부가 생긴다고 해서 스리랑카 상황이 좋아질 것 같지는 않다.

근본 문제가 국가에 돈에 없는 것이기 때문에 인도에 이어 러시아, 카타르 그리고 세계통화기금(IMF) 및 세계은행(WB)이 얼마만큼 돈을 빌려주느냐가 관건인 것이다. 새 정부가 들어섰다고 해서 이들이 돌연 지갑을 열 가능성은 적다.

대통령이, 그리고 라닐 위크레메싱게 총리가 관저와 저택이 불탄 뒤 사임한다고 해서 돈없는 스리랑카 처지가 금방 달라지지는 않는다. 특이한 점은 스리랑카 군대가 다른 권위주의 국가들처럼 시위대를 마구잡이로 탄압하지 않고 있는 사실이다. 반정부 시위로 수십 수백 명이 죽는 그런 상황은 피한 것이다.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은 2009년 국방장관으로 북부 타밀족 반군과의 최후 전투에서 승리를 거둬 26년 간의 내전을 종식시켜 스리랑카 다수민족인 싱할리족의 영웅이 되었다. 그러나 최후 전투서 4만 명이 전사하고 수많은 인권 유린이 저질러진 것으로 의심된다.

즉 고타바야는 군대와 가까운데 올 4월부터 시작된 시위 후 군부 동향은 의외로 차분하다. 고타바야가 국방장관으로 내전승리 영웅이 되었을 때 대통령은 그의 실형인 마힌다 라자팍사였다.

마힌다 라자팍사는 2014년까지 9년 통치하며 가문의 형제와 조카들에게 국회의장, 재무장관 직 등을 나눠주다 3연임을 위해 헌법을 개정하고 2015년 출마했으나 뜻밖에 패하고 말았다.

마힌다 밑에서 보건장관을 지낸 시리세나 대통령 정부는 라자팍사 가문의 비리 숙정을 입에 올렸지만 힘이 부쳐 2018년 말에 마힌다 라자팍사를 의회 상의없이 총리에 임명했다. 당시 총리가 위크레메싱게로 야당 세력의 중심이었다. 의회의 반대로 마힌다는 임시 총리만 3개월을 하다 그만두었다.

그러나 2019년 대통령선거에서 스리랑카 2200만 국민들은 고타바야 라자팍사를 압도적인 표로 당선시켰다. 고타바야는 형인 마힌다를 국무총리에 임명했고 총선에서도 제일당이 되었다.

그로부터 3년이 못 돼 올 초 국고 부족으로 510억 달러의 대외채무 상환유예를 통보해야 했고 석유는 물론 밀과 설탕을 외국서 사올 돈이 없어 국민 시위가 터졌다. 시위대는 4월 마힌다 저택에 쳐들어가 불을 질렀으나 마힌다는 이미 해군 부대로 도망친 뒤였다. 마힌다는 사임을 발표했고 고타바야는 위크레메싱게를 총리로 임명했다. 위크레로서는 6번 째 총리직이었다.

4월에 종적을 감춘 마힌다에 이어 전날 시위대 난입 때 관저에 없었던 고타바야가 어디에 있는지 사임을 발표한 국회의장과 사임하기로 한 총리도 밝히지 않고 있다. 이들이 과연 라자팍사 형제가 있는 곳을 알고 있는지도 의문이 들기도 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kj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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