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라디오 40% 폐쇄…대부분의 신문사 문 닫아
여성 시위 취재 나갔다가 구타 또는 억류당하기도
탈레반 집권 이후 언론에 대한 통제가 강화되면서 아프가니스탄에서는 평화적으로 진행되는 소규모 여성 시위 조차 보도하기 어려워졌다고 한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여성이 시위를 할 수 있는 권리는 없으며 이를 보도하는 것도 금지된다.
현지 언론 톨로뉴스의 와히다 하산 기자(28)는 최근 스카프 주름에 휴대전화를 숨기고 시위 장소인 카불의 교차로를 찾았다.
그곳에서는 12명의 여성이 플래카드를 들고 구호를 외쳤다. 이들 시위자는 탈레반을 향해 여중생들의 등교와 여성들의 복직을 허용해 줄 것을 촉구했다.
탈레반 보안 요원들이 시위 현장으로 달려왔고 시위 장면을 휴대폰으로 촬영하던 하산 기자는 신속하게 자신의 영상을 업로드하고 안전하게 현장을 빠져나갔다. 그의 옆에서 취재하던 라디오 방송 기자는 잠시 억류됐다.
하산은 "여성들의 시위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겪는 위협과 통제를 알고 있다"며 "카메라나 휴대폰을 압류당하는 것에서부터 구타를 당하거나 구금되는 것까지 다양한 탄압을 받고 있다. 두렵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일을 할 뿐"이라고 말했다.
언론 자유를 지지하는 비영리 단체 '나이'에 따르면 현재 아프가니스탄의 방송, 라디오의 약 40%가 폐쇄됐으며 대부분의 신문사들은 문을 닫았다.
탈레반 집권 이후 수천 명의 언론인들이 해외로 도피했으며 광고 수입이 급감하고 해외의 지원이 끊기면서 많은 기자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탈레반 최고 지도자인 하이바툴라 아쿤드자다는 기자들이 탈레반 통치 하에 일을 할 수 있다면서도 단서를 달았다.
탈레반은 아프가니스탄을 집권한 이후 국호를 '아프가니스탄 이슬람 에미리트'로 바꿨다.
지난해까지 아프가니스탄의 언론은 권위주의 정권이 들어선 이란, 중국, 우즈베키스탄보다 훨씬 더 많은 자유를 누렸다. 그러나 아프가니스탄은 더 이상 민주적인 국가가 아니며 언론은 자기 검열 뿐만 아니라 새로운 통치자들이 부과하는 규제에 적응해야 한다.
나이 대표인 자리프 카리미는 "과거 우리는 자유를 확보한 독립 언론이 있었다"며 "그러나 현재 아프가나스탄 언론에게는 많은 제한과 검염만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탈레반 지도부에 대한 비판은 방송 화면이나 언론 지면에서 사라졌으며 탈레반 저항 운동도 제한적인 범위에서 내보낼 수 있다.
탈레반은 지난 3월 아프가니스탄 방송이 BBC와 미국의소리(VOA) 등 해외 언론에서 제작한 콘텐츠를 방영하는 것을 금지했다.
탈레반의 위협에도 대표적인 매체인 톨로뉴스는 취재 인력을 늘려 아프가니스탄 외에 영국과 터키에 지국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톨로뉴스의 모회사 모비 그룹의 사드 모세니 최고경영자(CEO)는 "방송을 계속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그들(탈레반)이 우리를 통제하려고 한다면 우리는 떠날 것이다. 우리는 정부의 고무도장이 되길 바라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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