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규백 전준위원장 사퇴, 친명계, 당권주자 반발 잇따라
우상호 "논의 과정의 하나…의견 수렴해 합리적 결정할 것"
"6일 당무위서 논의" 밝혀…비대위 회의도 소집됐다 취소
전준위원장 안규백, 우상호와의 만남 가능성 열어둬 '관심'
[서울=뉴시스] 임종명 정진형 이창환 홍연우 기자 =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전당대회 룰 관련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친이재명계 등 반발이 이어지고 있어 이번 내홍이 어떻게 봉합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이번 갈등 양상은 전당대회준비위원회가 발표한 전대 룰을 비상대책위원회가 일부 고친 것에서 비롯됐다. 전준위는 당초 중앙위원회 투표로만 이뤄지던 당대표·최고위원 예비경선(컷오프)에 일반 국민 여론조사 30%를 반영하도록 했으나, 비대위는 도로 중앙위 투표 100%로 컷오프를 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최고위원 선거에서도 지역 대표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는 이유로 ▲수도권 ▲영남권 ▲충청권(강원-충청) ▲호남권(호남-제주) 등 4개 권역으로 나눠 현행 1인 2표인 최고위원 투표 중 한 표는 해당 권역에 출마한 후보에게 행사하는 규정을 신설했다.
그러자 안규백 전준위원장의 사퇴 선언과 친이재명(친명)계 인사들의 반발, 이미 당권도전 출사표를 던진 일부 의원의 반발 등이 잇따랐다.
안규백 전준위원장은 사퇴 의사를 밝히며 "당의 방향을 설정하는 데에 있어서 최대한 국민의 의견을 듣고자 당대표 및 최고위원 경선에 국민 여론조사의 반영비율을 신설·확대(예비경선 30% 신설, 본경선 10→25% 확대)했다. 그러나 비대위는 대표적인 개혁안 중 하나인 예비경선 선거인단 구성에 국민 의견을 반영한 안을 폐기했다. 그 과정에서 전준위와 사전교감은 전혀 없었다"고 지적했다.
친명계는 이러한 전대 룰이 사실상 비이재명(비명)계 최고위원 후보들에게 유리한 구도를 만든다며 반발했다.
여론조사 반영을 제외하면 당내 세력을 잘 조직화한 후보들이 유리해지기 때문에 세력에서 밀리는 친명계 후보들에게 불리하다는 논리다.
여론조사 결과 이재명 의원 다음으로 높은 지지율을 얻고 있는 97세대 후보 중 한 명인 박용진 의원도 "전준위의 숙의 과정 조차 깡그리 묵살하고 소심한 변화마저 허용하지 않는 것이 혁신이냐"며 "본 경선에서 민심을 반영하면서 예비경선에서 반영하지 않는 것은 그저 기존 룰대로 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준위원이자 친명계로 불리는 김병욱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을 통해 "(여론조사 반영 백지화는) 기존의 상층 중심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권역별 투표제는 노선과 가치에 따른 투표가 아닌 지역투표를 강제하는 발상"이라고 했다.
안민석 의원도 "최고위원 선거에서 권리당원이 2표를 행사하면서 1표는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으나 나머지 1표는 자신이 속한 권역에 출마한 후보에게 의무적으로 행사하라니, 이런 해괴한 투표 방식은 무슨 근거로 나온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우상호 비대위원장은 광주 일정 중 이러한 당내 반발 내용을 접한 뒤 "전준위 결정 내용에 대해서는 깊이 있게 토론했다"며 안규백 의원 등 전준위 관계자들이 밝힌 '사전교감이 없었다'는 발언에 대해 반박했다.
우 비대위원장은 "지난 3일 비공개 회의를 진행했다. 거기에 안규백, 조승래가 참석해 충분히 많은 대화를 나눴다. 그 때 이견이 노출됐고, 충분히 토의했다. 비대위가 전준위를 무시했다고 말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문제가 된 국민여론 배제와 권역별 투표제에 대한 해명도 했다.
그는 "컷오프 과정에서 중앙 위주로 하는 게 좋겠다고 결론을 내린 이유는 후보가 10명이 넘는 경우 여론조사 컷오프가 어떤 변별력을 갖고, 일반 국민들이 어떻게 판단할 수 있겠냐는 우려 때문이었다"며 "여러 관례로 보더라도 후보자가 다수인 경우 여론조사를 컷오프 기준으로 하면 변별력을 확보하는게 어렵지 않나"라고 밝혔다.
또 "최고위원 선거 권역별 투표제는 지난 수년간 호남·충청·영남 출신 의원들이 최고위원으로 지도부에 입성하지 못했기 때문에 결정한 것이다. 계속 수도권 정당으로 전락하고 있는데, 다음 총선을 앞두고 전국적 여론을 청취해야 할 지도부에 호남·충청·영남 출신 의원들이 진입하지 못하면 심각한 상황이 초래되지 않겠냐는 우려에서 결정한 것"이라고 했다.
우 비대위원장은 "저희 당 절차가 전준위, 비대위, 당무위 의결을 거치게 돼 있다. 한 가지 이야기할 것은 전당대회나 대선, 경선 룰에 관한 대립은 계속 있어 왔다. 논의 과정의 하나로 보고 원만하게 당 의견을 수렴해 합리적으로 결정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안규백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 의원 회관에서 진행한 행사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 비대위원장의 '소통' 발언에 대해 반박했다.
안 의원은 "지난 3일 비대위와 저, 조승래 의원이 만나서 여러가지 전준위 협의와 토론을 한 건 맞다. 하지만 그 내용이 이렇게까지 변형된 것은 아니었다"며 "당이 대선, 지방선거에서 패배한 뒤 변화와 쇄신 메시지를 줘야 하는데, 그 메시지를 주려면 현행 선거인단 구성 분포와 비율로는 한계가 있는 것 아니냐, 국민 참여 비율을 확대하자, 했던 것인데 비대위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이라고 했다.
우 비대위원장은 오는 6일 당무위에서 이 안건에 대해 깊이 논의해보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날 오후 8시 비대위 긴급회의가 소집됐다는 소식도 돌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취소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비대위 관계자에 따르면 긴급회의 개최의 취지는 전대 룰이 당무위에 부쳐지기 전에 모든 것을 열어놓고 방법을 논의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회의 취소로 인해 갈등 봉합을 위한 노력이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다만 안규백 의원은 논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우 비대위원장과 만날 예정인가'란 취재진의 질문에 "당연히 기회되면 만나야 한다. 그런데 아직 그런 통보를 받지는 못했다"고 답했다.
안 의원은 "연락이 오면 당연히 만나서 당 현안에 대해 논의해야 하지 않겠나. 권력싸움이나 뭘 주고 받고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당이 국민 앞에 새로운 이미지를 보여주고, 쇄신할 수 있을지 밤을 새서라도 만나야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계기에 우리가 왜 대선에서 패하면서 쇄신 방향을 국민들한테 주지 못하게 됐나, 민심과 당심의 괴리가 왜 생겨났는가 등을 통해 시스템 변화를 꾀해야 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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