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클럽' 토트넘, 13일·16일 두 차례 방한 경기
과거 호나우지뉴의 바르셀로나, 무리뉴의 첼시 등 한국 찾아
'원조 국민클럽' 박지성의 맨유, 두 차례 방한으로 화제
2019년 여름 유벤투스 방한 때 '호날두 노쇼' 논란
◆'국민 클럽' 토트넘, '손흥민의 나라'에 뜬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선수단이 한국시간으로 10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다. 2022~2023시즌을 앞두고 한국에서 프리시즌 투어에 나선 토트넘은 13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팀 K리그’와 붙는다. K리그1 12개 구단에서 각 2명씩 리그를 대표해 모이는 ‘팀 K리그’는 지난 시즌 우승팀 전북 현대 김상식 감독이 지휘봉을 잡는다. 또 16일 오후 8시에는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세비야(스페인)와 친선경기를 이어간다.
팬 서비스를 위한 시간도 마련됐다. 11일(서울월드컵경기장 보조경기장)과 15일(목동종합운동장)에서 두 차례 오픈 트레이닝을 실시한다. TV로만 지켜봤던 토트넘의 손흥민과 동료인 해리 케인 등 슈퍼스타들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다.
축구 슈퍼스타들의 방한 경기는 1970년대부터 시작됐다. 포르투갈의 에우제비우, 브라질의 펠레 등이 소속팀인 벤피카와 산투스의 유니폼을 입고 한국 땅을 밟았다. 하지만 당시엔 프로축구가 출범하기 전이라 한국 대표팀과 붙어 지금의 프리시즌 방한 경기와는 성격이 조금 달랐다. 1995년 보카 주니어스에서 뛰던 디에고 마라도나도 한국 대표팀과 경기했다.
한여름 프리시즌 기간 유럽 클럽들이 K리그 구단과 본격적으로 친선경기를 갖기 시작한 건 2000년대 들어서다. 한일월드컵의 성공으로 한국 축구가 전 세계에 알려졌고, 2004년 ‘외계인’ 호나우지뉴가 뛰던 FC바르셀로나(스페인)가 한국을 찾아 화제가 됐다. 결과도 놀라웠는데, 당시 수원 삼성이 우르모브의 결승골로 바르셀로나를 1-0으로 꺾는 이변을 연출했다.
◆'원조 국민클럽' 박지성의 맨유
‘원조 국민클럽’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는 박지성이 뛸 당시 2007년과 2009년 두 차례 한국 투어에 나섰다. 2007년 7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맨유와 FC서울의 경기엔 6만여 관중이 운집했고, 무려 4골이 터졌다. 맨유의 압승이었는데,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1골 2도움으로 맨유의 4골 중 3골을 책임졌다. 또 웨인 루니와 박지성의 절친인 파트리스 에브라도 골 맛을 봤다. 다만, 무릎 부상을 입었던 박지성이 뛰지 못한 건 옥에 티였다.
◆프리시즌 월드컵을 꿈꿨던 피스컵
2012년 수원에서 열렸던 대회를 마지막으로 사라진 피스컵도 한여름을 해외 유명 구단들을 볼 수 있는 기회였다. 선문평화축구재단이 주최한 피스컵은 2003년 7월 1회 대회를 시작으로 2012년 5회 대회까지 명맥을 이어갔다. 대회 참가 팀은 통일교의 주도 아래 결정됐는데, 이 때문에 당시 통일교에 의해 운영되던 K리그 구단 성남 일화 천마는 자동으로 출전권을 얻었다. 우승 상금도 프리시즌 대회로는 거액인 200만 달러(약 25억원)였다.
2005년 2회 대회엔 토트넘으로 유니폼을 갈아입는 이영표가 다시 한번 피스컵으로 한국을 찾았다. 이영표의 영입 전 국내 팬들에겐 다소 낯선 클럽이었던 토트넘은 피스컵에서 당당히 우승컵을 차지했다. 2007년 3회 대회에선 EPL 소속이던 볼턴 원더러스가 처음 등장했다. 이후 이청용의 소속팀으로 잘 알려졌던 볼턴은 이때만 해도 국내 팬들에겐 낯선 해외 클럽이었다. 당시 우승팀은 올림피크 리옹(프랑스)이었는데, 이때 신예였던 카림 벤제마(레알 마드리드)가 피스컵을 뛰었었다.
2009년 대회 개최지를 스페인 안달루시아로 옮겼던 피스컵은 2011년 통일교 내부 사정으로 개최를 미뤘다가 2012년 여름 수원에서 마지막 5회 대회를 끝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5회 대회엔 무려 3명의 한국 선수가 해외 구단 유니폼을 입고 참여했는데, 선덜랜드의 지동원과 흐로닝언의 석현준 그리고 함부르크의 손흥민이 피스컵을 뛰었다. 훗날 세계적인 수비수가 된 버질 판 다이크도 당시 흐로닝언 소속으로 피스컵에 참여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축제였던 프리시즌 해외 구단들의 방한 경기에 잡음이 들리기 시작한 건 2010년 두 번째로 한국을 찾았던 바르셀로나부터다. 호나우지뉴에서 리오넬 메시로 에이스가 바뀐 바르셀로나는 당대 최고의 전성기를 달리고 있었다. 펩 과르디올라 현 맨체스터 시티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던 바르셀로나는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팬층을 자랑했다.
하지만 바르셀로나와 K리그 올스타 간 친선경기는 메시의 출전 여부를 놓고 시작부터 마찰을 빚었다. 일부 주축 선수들이 대거 방한에서 제외된 데 이어 과르디올라 감독이 경기 전 기자회견에서 메시를 출전시키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커졌다.
2019년 7월 유벤투스의 방한은 바르셀로나 때보다 더 큰 논란을 불러왔다. 세계적인 축구 스타 호날두의 12년 만의 방한 경기로 관심을 모았으나, 국내 팬들의 열망에도 끝내 그라운드에 나서지 않아 큰 실망만 남겼다. 애초 유벤투스 친선 경기 계약 조건에 '호날두가 45분 이상 뛴다'라는 내용을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호날두는 경기가 끝날 때까지 벤치를 지켰다.
호날두는 경기뿐만 아니라 경기 전 예정됐던 팬 미팅과 사인회 행사 등에도 컨디션 조절 등을 이유로 불참해 팬들의 원망을 샀다. 경기 날도 유벤투스 선수단 버스가 교통 체증 등을 이유로 킥오프 시간을 4분 넘긴 오후 8시 4분에서야 도착했다. 결국 경기장을 가득 메운 6만여 팬들의 기대는 분노로 바뀌었고, 일부 관중들은 '호날두 노쇼'를 두고 주최사를 형사 고소했다. 그리고 법원은 주최사를 상대로 제기된 민사소송에서 대부분 관중의 손을 들어줬다.
손흥민의 토트넘은 과거 방한 논란에서 자유로울까. 팬들이 원하는 건 손흥민, 케인 등 스타들의 출전 여부다. 또 일부 오픈 트레이닝 등이 예고됐는데, 여기서 얼마나 진심 어린 팬 서비스를 보여줄지도 관건이다.
주최 측인 쿠팡플레이를 담당한 홍보대행사에선 손흥민을 비롯한 주축 선수들의 의무 출전 시간에 대해 정확한 답변을 주지 않고 있다. 토트넘이 한국에 들어오는 10일이 돼야 방한 경기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주최 측도 지난 유벤투스 방한 경기와 같은 논란이 반복되지 않도록 확실한 장치를 마련했을 가능성이 크다. 또 손흥민의 고국에서 치르는 친선경기임을 고려할 때 핵심 선수들을 대거 제외하는 등의 선수단 운영은 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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