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원 무산' 폭발한 노동계…"최저임금 투쟁" 선전포고

기사등록 2022/06/30 20:01:00 최종수정 2022/06/30 20:04:44

민주노총, 내달 2일 내년 최저임금 등 규탄 대규모 집회

고물가 속 1만원 이상 요구했지만 9620원…크게 못미쳐

"임금인상 아닌 실질임금 삭감…노동자 분노 보여줄 것"

하반기 투쟁도 줄줄이…"엄정 대응" 노정관계 경색 우려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지난 28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앞에서 2023년 적용 최저임금 인상 및 최저임금 개악저지 양대노총 결의대회를 열고 최저임금 인상을 촉구하고 있다. 2022.06.28. ppkjm@newsis.com
[서울=뉴시스] 강지은 기자 =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적용되는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5.0% 오른 시간당 9620원으로 결정되면서 노동계 반발이 거세다.

치솟는 물가 속에서 최소 1만원 이상을 주장했지만 무산된 노동계는 대정부 투쟁을 통해 노동자들의 분노를 보여주겠다고 예고하고 있어 노정관계 험로가 예상된다.

30일 노동계에 따르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다음달 2일 서울 도심에서 조합원 약 6만명이 모이는 가운데, 새 정부의 반노동 정책을 규탄하는 7·2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번 대회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민주노총이 총연맹 차원에서 처음으로 주도하는 대규모 집회다. 박근혜 정부 퇴진을 촉구하고 나선 2016년 민중총궐기 이후 최대 규모이기도 하다.

민주노총은 특히 이 자리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강도 높게 비판할 계획이다.

앞서 최저임금 심의·의결 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는 전날 밤 제8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9620원으로 의결했다. 이는 올해 최저임금(9160원)보다 460원(5.0%) 인상된 것이다.

그러나 9620원(5.0%)은 노동계가 요구해온 최저임금 수준에는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노동계는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으로 1만890원을 제시한 바 있다. 인상률로는 18.9%다. 최근의 고물가 속에서 노동자와 그 가족의 생계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1만원 이상의 대폭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게 노동계 주장이었다.

물론 이후 최저임금 심의 과정에서 1차 수정안 1만340원(12.9%)→2차 수정안 1만90원(10.1%)→3차 수정안 1만80원(10.0%)으로 최저임금 수준을 조정하기는 했지만, 노동계는 1만원선을 계속 사수했다.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놓고 노사 위원들의 막판 줄다리기가 이어진 29일 밤 근로자 위원인 민주노총 박희은 부위원장이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최저임금 단일안(9620원)을 받아 들일 수 없다며 퇴장한 뒤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2.06.29. ppkjm@newsis.com
결국 3차 수정안을 끝으로 경영계(9330원)와 더 이상 접점을 찾지 못하자 '캐스팅보트'를 쥔 공익위원들은 심의촉진구간(9410~9860원) 내에서 9620원을 공익위원 단일안으로 제시했고, 노동계는 즉각 반발했다.

특히 근로자위원인 민주노총 소속 4명은 표결을 거부하고 회의장에서 집단 퇴장했다.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안은 실질적으로 물가 인상률에도 못 미치는 그런 안"이라며 "결국 임금 인상이 아니라 동결을 넘어 실질 임금이 삭감되는 수준"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머지 근로자위원인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소속 5명의 경우 표결에 참여하기는 했지만 강한 유감을 표했다.

근로자위원 간사인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표결 직후 "올해 엄청난 물가 상승률로 불평등과 양극화가 더욱 심해질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낮은 인상률은 저임금 노동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노동계는 이번 최저임금 결정을 시작으로 강력한 대정부 투쟁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민주노총은 성명을 내고 "내년에 적용될 최저임금은 결정됐지만 민주노총의 최저임금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며 "최저임금 본래의 목적과 취지를 반영하고 이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개선 투쟁은 이제 시작"이라고 선언했다.

최임위는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기구지만 노동계가 정부를 상대로 투쟁을 예고한 것은 공익위원들이 사실상 정부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박준식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이 30일 새벽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장에서 2023년도 적용 최저임금 심의를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9620원으로 결정됐다. 2022.06.30. ppkjm@newsis.com
윤석열 대통령이 힘을 실은 '업종별 차등적용' 문제는 표결을 통해 일단 내년엔 적용하지 않기로 결론이 났지만, 공익위원들이 연구용역을 제안하면서 새 정부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와 관련 상대적으로 온화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한국노총도 "업종별 차등적용 조항을 삭제시키는 등 국회를 통한 대정부 제도개선 투쟁에 임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노총은 올해 운동 방향을 협상보다 투쟁에 무게를 두는 것으로 수정했다.

최저임금을 기폭제로 주52시간제 유연화와 중대재해처벌법 완화 등 새 정부의 노동정책을 규탄하는 노동계의 목소리는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민주노총은 "7·2 전국노동자대회에서 이번 최저임금 결정과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악, 반노동 정책을 폭로하고 이를 저지하기 위한 결의를 보여줄 것"이라며 "벼랑으로 내몰리는 노동자의 분노가 무엇인지 확인시킬 것"이라고 했다.

노동계의 다른 하반기 대정부 투쟁도 줄줄이 예고돼 있다.

다음달 중순에는 약 20만명이 참여하는 민주노총 금속노조 총파업이 예정돼 있다. 8월15일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 9월 민주노총 공공운수·보건의료노조 결의대회, 10월 민주노총 총파업 등도 예고된 상태다.

이에 따라 새 정부와 노동계의 노정 관계는 갈수록 경색될 것으로 보인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대규모 집회 및 파업 등 노동계 투쟁을 언급하며 "우리 산업 현장에선 법과 원칙이 훼손되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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