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서 만났어도 한일관계 정상화 여전히 험난…강제징용 등 걸림돌"

기사등록 2022/06/30 11:32:22

강제징용 현안이 문제…기금안은 "불투명"

국방 당국간 '초계기 갈등'…"응어리 남아"

"기시다, 한일 관계 움직임에 신중" 목소리도

[마드리드=뉴시스] 전신 기자 = 윤석열 대통령(왼쪽)이 지난 29일(현지시간) 마드리드 이페마(IFEMA)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가운데),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미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2022.06.30.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예진 기자 = 한·미·일 정상회담가 4년9개월 만에 성사됐으나 한일 관계는 "평상(정상)화로 가는 길은 험난하다"고 일본 언론이 30일 분석했다.

요미우리 신문은 "문재인 정권 때에 전후(2차대전 후) 최악이라고 불릴 정도로 얼어붙었던 한일 관계에 대한, 개선을 행한 첫 걸음이 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이 같이 보도했다.

29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미일 정상회담이 열렸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의 대면 만남은 그 전날 스페인 국왕 주재의 만찬에서 이뤄졌다. 양 측은 약 3~4분 가량 대화를 나눴다.

한국 정부 해당 사실을 발표하며 윤 대통령이 일본 참의원(상원) 선거 후 한일 관계 현안을 조속히 해결하고, 미래지향적으로 나아갈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언급을 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에게 기시다 총리 인상과 관련 "공동 미래를 위해 양국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는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고 밝혔다.
[마드리드=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마드리드 이페마(IFEMA)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미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22.06.30. photo1006@newsis.com

이번 한미일 정상회담을 위해 한일 정상을 연결한 것은 조 바이든 미국 정부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5월 한일을 순방했다. 당시 어려운 안보 환경을 감안한 한일 관계 개선을 촉구했다.

그러나 요미우리는 한일 최대 현안인 이른바 '강제징용 문제'를 관계 개선의 걸림돌로 봤다. 한국 대법원이 일제 기업에 대해 강제징용 피해자를 대상으로 배상 판결을 내릴 현안이다. 한일 국방 당국간 풀지 못한 문제도 남아있다.

일본 기업들은 대법원의 배상 판결을 따르지 않고 있다. 일본 정부와 함께 해당 판결이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을 위반한 것이라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따라서 국제법을 위반한 한국이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일본 기업의 한국 내 자산 현금화 절차가 연내 돌입될 우려가 있다. 일본 정부는 현금화를 한일 관계의 레드라인으로 보고 있다. "실행되면 관계 복구는 극히 어려워진다"고 신문은 짚었다.

요미우리는 한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윤 정부가 한일 기업이 300억원 규모 기금을 설립하도록 해, 이를 피해자들에게 보상금으로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런 방안도 "일본 정부는 강제징용 문제가 1965년 한일 청구권·경제협력협정으로 해결됐다는 입장이다. 애당초 윤 정권이 원고 측과의 협의가 정리될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외무성의 한 간부는 "윤 정권은 의욕만 (보일 뿐만) 아니라, 해결책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며 경계를 풀지 않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아울러 "(한일) 국방 당국간 응어리는 남아있다"며 2018년 12월 한일 초계기 갈등 문제를 들었다.

기시 노부오(岸信夫) 일본 방위상은 지난 11일 아시아 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를 계기로 열린 한미일 국방장관 회의에서 "일한(한일) 국방 당국 간 해결해야 할 우려가 있다"고 못박기도 했다.

게다가 기시다 총리 주변에서는 "(기시다) 총리는 한일 관계를 움직이는 데 신중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기시다 총리는 외무상을 지내던 2015년 한일 합의로 위안부 문제의 '최종적이며 불가역적인 해결'을 추진했다. 하지만 해당 합의는 사실상 파기됐다.

이런 경험을 가진 기시다 총리가 타협한 후 “한국 측이 사다리를 빼버린다면 정권에 대한 타격은 피할 수 없다”고 요미우리는 분석했다. 한국과 합의 후 다시 파기된다면 기시다 내각의 구심력이 위험하기 때문에, 신중하게 움직일 것이라는 뜻으로 읽힌다.


◎공감언론 뉴시스 aci27@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