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아시아 개도국 큰 타격…스리랑카·파키스탄 위기감"
스리랑카, 연료 탱크 채우려 끝없는 줄서기에 경찰-시민 충돌
방글라데시, 상점들 오후 8시에 문닫아…파키스탄 주5일 근무
인도 전력난으로 학교·기업 문닫아…스리랑카 등 연일 시위도
[서울=뉴시스] 유자비 기자 =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으로 전 세계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는 가운데 아시아 개발도상국들이 큰 타격을 입고 있다고 27일(현지시간) CNN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여러 국가들이 수년만의 최악의 에너지 위기로 신음하고 있다.
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진 스리랑카에선 사람들이 연료 탱크를 채우기 위해 몇 마일의 줄을 서며 경찰과 시민들간 충돌이 일어나고, 방글라데시에선 에너지 절약을 위해 상점들이 오후 8시에 문을 닫고 있다.
파키스탄에선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해 기존 주 6일 근무제에서 주5일 근무제를 도입했고 인도에서도 전력난으로 학교와 기업들이 문을 닫고 있다.
스리랑카와 파키스탄에선 위기감이 팽배하다. 파키스탄에선 지난 4월 총리 축출이 진행되고 스리랑카에서도 시위가 연일 펼쳐지고 있다. 라닐 워크레메싱게 스리랑카 총리는 지난주 "경제가 완전히 붕괴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에너지 가격은 코로나19에서 회복되며 연료 수요가 급증하자 뛰었고, 세계 3위 석유 생산국이자 2위 수출국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상승세가 더욱 가팔라졌다.
국제 석탄 가격이 1년 전보다 5배, 천연가스 가격은 지난해보다 최대 10배 높아지는 등 전세계적으로 에너지 수입 가격이 급등했지만 일부 아시아 경제, 특히 수입 의존도가 높은 개발도상국들은 더 큰 타격을 받고 있다.
마크 잔디 무디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스리랑카와 같은 신흥경제국에게 정말 힘든 일"이라며 "필요한 물건에 대해 훨씬 더 많은 돈을 지불하고 있지만 판매하는 물건 가격은 오르지 않았다. 경제를 유지하기 위해선 동일한 제품을 사기 위해 훨씬 더 많은 돈을 지출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콜럼비아 대학 글로벌에너지 정책센터의 앙투안 하프 선임연구원은 "새로 산업화된 가난한 나라들은 부유한 국가들과 경쟁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지며 더 많이 수입할수록 문제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들 국가는 가격 타격도 받고 있지만 공급 타격도 받고 있다"며 "파키스탄과 같은 일부 국가에선 실제 에너지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CNN은 특히 이들 국가가 저렴한 에너지원인 석탄 사용량을 늘리는 식으로 대응해 물가 상승보다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미 때 이른 더위 속에서 전국적인 정전 사태를 겪은 세계 3위 탄소배출국 인도는 지난달 2015년 이후 처음으로 석탄을 수입하겠다고 발표했다.
CNN비즈니스는 "13억 인구의 인도에서 석탄 수입을 늘리기로 한 결정은 훨씬 더 심각한 환경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산딥 파이 전략국제연구센터 에너지 프로그램 수석 연구원은 "인도의 결정은 일시적인 대응일 수 있지만 만약 1~2년 내 국가들이 석탄에 계속 의존한다면 지구 온난화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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