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준 피해자 무기징역 선고에 "법 못 믿어"
무기징역수, 20년 복역 후 가석방 가능성 생겨
전문가 "사형 폐지하고 종신형 도입 논의해야"
이에 일각에서는 사실상 사문화된 사형제를 폐지하는 대신 종신형인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 입법에 대한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6일 법원에 따르면 신변보호를 받고 있던 여성의 어머니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이석준은 지난 21일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다. 검찰은 사형을 구형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시 재판부는 "이석준은 사회로부터 영원히 격리할 필요성이 있다"면서도 "사형은 생명을 영원히 박탈하는 극히 예외적 형벌임을 감안해 누구라도 인정할 만한 객관적 사정이 분명히 있는 경우 허용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피해자 유족은 "이석준이 사회에서 완전히 격리돼야 하지만 그 만한 형량이 나오지 않았다"며 즉각 반발했다.
현행법 체계에서 사형 선고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여성 지인을 살해한 뒤 시신 유기를 도운 공범마저 살해한 권재찬에게 1심 법원은 지난 23일 교화 가능성이나 인간성 회복을 기대할 수 없다는 이유로 사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사형은 1997년 이후 20년 넘게 집행되지 않아 사실상 폐지된 제도로 여겨진다. 사형을 선고할 수 있는 양형기준이 엄격해 현재 국내 교정 시설에 수감 중인 사형수는 총 55명일 정도로 실제 사형이 선고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사형 집행이 이뤄지지 않지만, 사형과 무기징역과 처벌 수위에 차이가 없는 것은 아니다. 형법 제72조에 따르면 무기징역 재소자가 모범적인 수형 생활을 하고 있다고 판단되면 20년 후 가석방할 수 있다. 반면 사형확정수는 가석방할 수 없다.
이석준의 경우에도 무기징역을 확정받을 경우 향후 가석방으로 풀려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확정받은 김태현(26) 사건에서도 피해자 유족 등은 법원 판결을 비판했다. 김태현 역시 검찰이 사형을 구형했으나 가석방 가능성이 있는 무기징역을 선고받았기 때문이다.
법무부의 '2021 교정통계연보'를 보면 무기징역 이상을 받은 성인수가 가석방된 사례는 2015년 1명, 2016년 2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7년 11명, 2018년 40명, 2019년 14명, 2020년 18명에 달해 꾸준히 두 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다.
때문에 흉악범들의 가석방을 방지할 수 있는 종신형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법무부의 가석방 지침상 살인·강도 등 강력범 재소자들은 가석방 제한사범으로 분류돼 가석방 조건이 엄격히 적용되지만 제도의 유무 차이는 크다는 것이다.
광주고법은 지난해 4월 여성 2명을 살해한 최신종(32)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면서 "실무 경험상 살인죄, 강간죄 등 강력 범죄로 무기징역을 받은 이가 가석방돼 다시 강력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며 "입법부는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 제도를 조속히 입법해 대한민국에서 국민들이 흉악한 범죄로부터 안전하게 지켜질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사문화된 사형제를 폐지하고 종신형인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행법에 따르면 무기 징역형도 뉘우침이 뚜렷한 때는 가석방이 가능하도록 돼 있어 형벌의 종류로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없다"며 "사형이라는 형벌이 존재하지만 사실상 집행되지 않아 가석방 없는 종신형 도입을 하루빨리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유기형의 경우 최대 50년 복역인데 가석방 기간은 10년을 넘을 수 없어 40년을 살아야 가석방이 가능하다"며 "유기징역보다 무기징역이 더 쉽게 가석방이 되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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