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나토 가입 신청에 쿠르드족 출신들 불안감 표출"

기사등록 2022/06/21 16:02:19

스웨덴 거주 쿠르드족 난민 10만명 넘어

"스웨덴의 나토 가입 더 많은 분쟁으로 이끌 것"

"쿠르드족 겪은 역경 부각하는 데 도움돼" 반론도

[쇠데르만란드=AP/뉴시스]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이 13일(현지시간) 마그달레나 안데르손 스웨덴 총리와 스웨덴 쇠데르만란드카운티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06.13.
[서울=뉴시스] 권성근 기자 = 스웨덴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공식화하면서 스웨덴에 거주하는 쿠르드족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CNN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스웨덴과 핀란드는 오랫 동안 유지해온 중립국 원칙을 깨고 지난달 18일 가장 강력한 군사동맹인 나토 가입 신청서를 공식 제출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터닝 포인트가 됐다.

나토에 회원국으로 가입하기 위해서는 30개 회원국 전체 동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스웨덴과 핀란드가 자국이 테러집단으로 간주하는 '쿠르드 민병대'를 지원하고 있다며 이들 국가의 나토 가입을 막겠다고 위협했다.

여기에는 쿠르드족 독립을 놓고 터키를 상대로 수십년 간 유혈 투쟁을 벌여온 쿠르드노동자당(PKK)와 PKK의 분파인 인민수비대(YPG)와 민주동맹당(PYD)가 있다.

스웨덴은 PKK는 미국, 영국, 유럽연합(EU) 등 세계 여러 국가에서 활동이 금지돼 있다며 이 단체들과 연계된 사람들을 보호하고 있다는 의혹을 부인했다.

반면 YPG는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격퇴를 도와 일부 서방국가들의 지지를 받았다.

소수의 쿠르드족 난민을 수용한 핀란드는 자체적으로 테러에 대한 강경 입장을 밝혔다.

나자드 바히르는 쿠르드족 난민으로 2014년 이라크전을 피해 스웨덴의 제2의 도시 예테보리에 정착했다. 스웨덴에 거주하는 쿠르드족 난민은 1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를 차지한다.

쿠르드족은 모국이 없으며 대부분은 이라크 북부와 이란 서부 등 중동과 터키 동부에 산다. 소수는 시리아 북부와 아르메니아에 터를 마련했다.

바히르는 스웨덴이 나토 가입 신청서를 제출한 것에 대해 "마음이 편안하지 않다"고 말했다.
[앙카라=신화/뉴시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앙카라에서 연설하며 손을 흔들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핀란드와 스웨덴은 유럽연합(EU)의 대테러 명단에 올라가 있는 쿠르드노동자당(PKK)에 우호적"이라며 "테러 조직을 지원하는 나라와는 군사 동맹을 맺을 수 없다"라고 밝혔다. 2022.05.19.
바히르의 친구로 이란에서 스웨덴으로 건너 온 카림 하지 라술리는 "에르도안은 당신이 어디서 왔던 상관 없이 당신이 쿠르드족이고 자유를 원한다면 테러리스트라고 말한다.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스웨덴의 나토 가입 결정에 스웨덴 국민들의 의견은 갈렸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스웨덴의 나토 가입에 찬성하는 국민은 절반을 약간 넘는다. 예테보리에 거주하는 쿠르드족들 상당수도 이에 회의적이다.

예테보리 시청 외곽에서 열린 반 나토 시위에 참가한 이라크 태생의 파우지 바반은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반대했다.

그는 "스웨덴의 나토 가입은 우리를 더 많은 분쟁과 어쩌면 더 많은 전쟁으로 이끌 것"이라며 "쿠르드족으로서 나는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바반은 두 번의 걸프전쟁과 그 이후 IS의 맹공을 언급하며 "몇몇 나토 회원국들이 내 나라에 한 일을 봐라. 그들을 나라를 완전히 파괴했다"고 비판했다.

반면 쿠르드족 출신의 예테보리 주민인 헤와 카르도이는 스웨덴의 나토 가입이 쿠르드족이 겪은 역경과 쿠르드족이 출생 국가에서 직면한 차별을 부각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카르도이는 "많은 나토 국가들이 민주적이고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다"라며 "우리는 이들 국가가 터키가 하는 일을 받아들이지 않길 바란다"고 전했다.

노벨 문학상 후보에 오른 쿠르드족 인권 운동가 라지프 자라콜루는 터키가 요청한 범죄인 인도 명단에 올라 있다

그는 "나를 테러리스트로 지칭하는 것은 우스운 일"이라며 펜을 높이 든 채 "내 무기는 이것이다"라고 말했다.

자라콜루는 "물론 스웨덴이 나를 터키로 보내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렇지만 나는 괴롭힘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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