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201건 발생 지난해 200건의 6배…천연기념물 8마리도
'새들의 무덤' 투명벽, 방지 규정 미봉책…"사회적 합의 필요"
광주시 조례·가이드라인 권고사항인데다 시설 관리 주체 모호
"투명벽 방지물 설치시 민간영역 지원책 등 사회적 합의 필요"
민간 영역에서 조망권·사유재산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고 시민공감대를 형성한 뒤 실효적인 조류충돌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19일 국립생태원 등에 따르면 광주지역 조류의 투명 방음벽·건물 충돌 사례는 2019년 280건, 2020년 209건, 2021년 200건이다. 매년 200마리를 웃도는 새들이 투명한 건물 유리창과 방음벽에 부딪쳐 죽고 있는 셈이다. 올해에는 5월 기준으로만 벌써 1201건에 이른다. 이는 모니터링단이 본격적으로 꾸려져 활동한데 따른 것이지만 지난해의 6배에 이르는 것이다.
올해에만 새매·참매·솔부엉이·황조롱이 등 천연기염물 8마리가 방음벽에 부딪쳐 죽거나 다쳤다.
눈이 측면에 위치한 새의 경우 비교적 다른 동물보다 전방구조물을 인식하는 감각이 부족하다. 이 때문에 새들은 비행 중 투명한 방음벽을 자연 환경으로 착각해 구조물에 충돌하게 된다.
문제는 정부와 지자체가 조류 죽음을 막기 위한 가이드라인이나 조례를 마련했지만, 모두 권고 사항에 그치고 규정도 촘촘하지 않아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환경부 '야생조류 투명창 충돌 저감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투명 방음벽·건물 유리창·버스정류장 유리 인공 구조물은 조류의 시야 각도를 고려해 충돌방지 무늬스티커나 테이프 간격을 가로 5㎝, 세로 10㎝로 설정해야 한다.
그러나 이는 권고에만 머물고 있어 아파트 측이 투명 방음벽에 조류충돌 방지 구조물을 설치해야 할 의무는 없다. 설치가 됐다 하더라도 가이드라인을 따르지 않은 채 맹금류 스티커만 듬성듬성 부착된 곳이 대다수여서 충돌 예방 효과도 떨어진다.
광주시도 지난해 4월 조류 충돌 저감 조례를 제정했지만 시설물 탈락이나 변색 시 관리주체나 재 부착 등 세부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은 실정이다. 조례 내용은 '공공기관 관리 건축물의 투명 방음벽 시설물은 조류방지 테이프를 부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조류 충돌이 예상되는 일반 건축물은 소유주에게 조류 충돌 저감 사업을 권고할 수 있다'고만 명시했다.
실제 광주시가 관리하는 상무교 투명 방음벽에서도 조류충돌이 일어나고 있지만 저감조치 시설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이 다리는 광주천 인근에 위치해 조류와 철새들이 이동하는 길목이기도 하다.
민간 건축물에 대한 조망권 침해 문제와 동물보호의 당위성이 사회적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영준 국립생태원 동물관리연구실장은 "국내 730만 채에 이르는 모든 건물에 저감조치를 시행할 경우 사회적으로 막대한 비용이 발생한다. 카페·아파트와 같은 개인 건물에 강제할 경우 조망권과 사유재산 침해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며 "조류 충돌 사례를 홍보해 시민공감대를 형성하고 민간 건축물을 지원하는 등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성난비건 복희 활동가는 "시민들과 160곳의 아파트와 건물화단을 점검하고 있는데 매달 평균 200마리의 새가 피해를 입었다. 실제로 이 보다 더 많은 새들이 인공 구조물에 죽거나 다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광주시는 조류 충돌 방지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조류충돌 실태조사를 추진해 공공기관과 민간 건축물에 대한 조류 충돌 예방 조치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 10일 공공기관 조류충돌 실태조사와 저감조치 의무를 골자로 한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개정안이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오는 2023년 6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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