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20년 9월 당시 이씨와 6시간 대화
남남 갈등 지켜보며 도발 기회 노릴 듯
정부는 지난 16일 해당 사건과 관련해 "(살해 당한 공무원 이모씨의) 월북 의도를 인정할 만한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2020년 9월 사건 발생 후 이씨가 자진 월북했다고 판단했다. 그랬던 군과 해양경찰이 나란히 1년9개월 만에 당시 판단이 성급했다고 밝힌 것이다.
이씨가 자진 월북하지 않았다는 근거 역시 확인된 것은 아니다. 해경과 군은 물론 대통령실도 이씨가 자진 월북하지 않고 실수로 넘어갔다는 것을 입증할 근거를 대지 못했다.
이에 따라 이씨가 스스로 월북했는지 아니면 실수로 북쪽으로 넘어갔는지 여부는 사실상 확인할 수 없게 됐다.
다만 북한은 진실을 알고 있다. 북측 인원이 이씨에 총격을 가하고 시신을 소각하기 전에 이씨와 장시간 대화를 나눴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유입을 극도로 꺼리던 북측은 이씨와 일정 거리를 둔 채 표류 경위를 확인하면서 월북 이유에 관한 진술을 들었다. 이후 6시간 동안 북한 선박과 일정 거리를 유지한 채 이씨가 유실되지 않도록 하는 활동이 이뤄졌다.
그러던 22일 오후 9시40분께 북한군 단속정이 나타나 상부 지시로 이씨에게 사격을 가했다. 방독면을 착용하고 방호복을 입은 북한군이 해상에 있는 시신에 접근해 기름을 붓고 불태운 정황이 포착됐다. 연평도에 있는 한국군 감시 장비도 시신을 불태우는 불빛을 관측했다.
이 때문에 북측은 당시 장시간의 대화 등을 통해 이씨가 어떤 상태였고 어떤 의사를 표명했는지 알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다만 북한이 이번에 다시 입장을 표명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자진 월북 여부를 둘러싸고 한국 내 남남 갈등이 확산되면 북한으로서는 나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핵 실험을 앞두고 한국은 물론 미국 등 국제 사회의 압박에 직면해 있는 북한으로서는 한국 내 국론 분열이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에서 2007년 남북정상회담 NLL 대화록 논란이 거세던 2012~2013년에도 북한은 사건 내내 침묵하다가 국가정보원에 의해 대화록이 공개된 2013년 6월에야 입장을 내놨다. 북한이 입장을 내놓은 것은 최고 존엄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했던 발언이 공개된 대화록에 포함돼있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최고 존엄인 김정은 위원장의 위신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 한 북한이 굳이 공무원 피살 사건에 개입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신 북한은 한국 내 남남 갈등 확산 추이를 지켜보며 핵 실험과 재래식 도발 등 기회를 엿볼 것으로 전망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daero@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