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이언트 스텝'에 국내 대출 금리도 출렁일 듯
매수 심리 위축 '뚜렷'…이자 부담 커져 영끌러 곡소리
서울 25곳 중 21곳 하락…중저가 밀집 노도강 충격 커
전문가 "금리 압박 상당, 다주택자 팔아야 하는 시기"
16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미국이 이날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면서 우리나라 기준금리 수준 1.75%와 같아졌다. 한국은행은 내달 13일 금통위를 여는데 빅스텝(0.50%포인트 인상)을 밟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문제는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이 다음달에도 0.75%포인트 인상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는 점이다. 실제 미국이 다시 한번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경우 미국 기준금리는 7월 2.5%로 오르게 된다. 미국에서는 올 연말 기준금리 수준이 3.4%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당장 내달부터 미국 기준금리가 우리나라 금리보다 높아져 역전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한국은행도 추가적인 빅스텝을 고민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이렇게 되면 시중 금리 역시 오를 수 밖에 없다. 이날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 상단은 5.83~7.09%로 나타났다.
지난 1월 연 5% 중반에 그쳤던 금리가 가파르게 올라 7%를 넘어선 셈이다. 연말에는 8%에 육박할 것으로 시장에서는 내다보고 있다.
통상 기준금리 인상시 가계대출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지는 만큼 부동산 투자 수요가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실제로 최근들어 시장에는 아파트 매수심리가 급격히 위축되는 양상이 나타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 지수는 89.4로 5주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주담대 금리가 올해 연말 연 7%로 오르면 대출을 활용해 서울에서 전용면적 84㎡ 아파트를 산 사람이 매달 상환해야 하는 원리금이 291만원에 달한다는 민간 업체 조사결과도 나왔다. 이는 가구당 가처분소득의 70%에 육박하는 수치다.
최근 집값도 조정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어 가파른 금리인상 사이클이 부동산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6월 둘째 주(13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보다 0.02% 떨어져, 지난주 보다 하락폭이 확대됐다.
올해 들어 누적 변동률도 -0.13%로 지난해 같은 기간(2.03%)과 비교하면 시장 상황이 급격히 달라졌음을 알 수 있다. 25개 자치구 중 서초구(0.02%), 용산구(0.01%)를 제외한 23개구가 보합 내지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특히 서울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지역에 대출이 가능한 중저가 아파트가 밀집해 있다 보니 금리 인상 여파가 두드러지는 경향이 나타난다.
매매거래량도 마찬가지다. 올해 1~4월 거래량을 보면 도봉구가 410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80.1% 감소했고, 성북구(-78.5%), 강북구(-77.4%), 양천구(-77.3%), 노원구(-75.7%) 순으로 감소폭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주택시장 과열이 저금리에 따른 과잉유동성에 기인하는 만큼 금리인상은 주택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금리는 한 번 오르기 시작하면 가파르게 오르는 경향이 있다"며 "최근 몇년 동안 영끌로 집을 산 사람이 많았는데 연말에 금리가 7%, 8%까지 오르면 지금 상환해야 하는 부담이 두 배로 늘어나기 때문에 압박이 상당히 커진다. 다주택자 입장에서는 팔아야 하는 시기로 보이는 만큼 시장에 매물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앞으로 금리인상이 지속될 경우 현재의 소득수준 대비 아파트 금융비용이 가계에 과도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이는 아파트 구매력의 저하로 이어지고 수요가 감소하면서 거래 침체로 연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추가 금리인상이 이어질 수 있는 만큼 하반기를 시작으로 중장기 집값 하방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주담대 금리가 7%에 육박하고 있어 집을 사려는 수요가 더욱 줄어들 수 밖에 없다"며 "정책 불확실성이 해소된다면 올 하반기에는 집값이 하향 안정국면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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