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장하고 화장실서 셀카 찍은 남교사 해임 부당 판결, 왜?

기사등록 2022/06/14 18:16:51 최종수정 2022/06/14 19:05:33

성적목적다중이용장소침입죄 다른 성범죄와 성격 달라

징계 기준상 성폭력 포함 단정 못해, 기타 성 관련 비위

"해임 처분 자체가 부당한 게 아닌 재량권 남용해 위법"


[광주=뉴시스] 신대희 기자 = 징계 기준을 잘못 적용해 여장하고 여자 화장실에 침입한 남성 교사를 해임한 것은 부당하다고 법원이 판단했다.

광주지법 제1행정부(재판장 박현 부장판사)는 교사 A씨가 광주시교육감을 상대로 낸 해임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고 14일 밝혔다.

남성인 A씨는 교원 연수 파견 중인 한 대학교에서 2020년 7월부터 10월 사이 3차례에 걸쳐 여자 교복을 입고 여장한 뒤 여자 화장실에 들어가 자신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었다.

A씨는 온라인 커뮤니티 여장 갤러리에 이 사진을 올리거나 자신의 성적 욕망을 만족시킬 목적으로 공공장소에 침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지난해 2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적목적다중이용장소침입) 위반 혐의로 검찰로부터 기소유예 처분(성폭력 재범 방지 교육 이수 조건)을 받았다.

또 지난해 4월 국가공무원법 제63조(품위 유지의 의무) 위반 등으로 해임 처분을 받았다.

A씨는 이에 불복, 교원소청심사를 청구했으나 기각당하자 행정 소송을 냈다.

A씨는 "교육공무원 징계양정 등에 관한 규칙상 품위 유지 의무 위반 중 성폭력(파면~해임)이 아니라 기타 성 관련 비위(파면~견책)에 해당한다며 징계위원회가 기준을 잘못 적용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성적목적다중이용장소침입죄는 다중이용장소의 평온을 침해하고 타인의 성적자기 결정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형사 처벌이 되는 것이어서 다른 성폭력범죄와는 성격을 달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헌법재판소도 이 죄로 형을 선고받아 확정된 자에게도 일률적으로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등에 10년간 취업 제한을 적용하는 것은 침해의 최소성 원칙과 법익의 균형성 원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의 취업 제한 조항에 대한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고 부연했다.

또 "성적목적다중이용장소침입죄가 이 사건 징계 기준의 성폭력에 당연히 포함된다고 볼 수 없는 점, 다른 성폭력 범죄와 동일한 징계 양정을 적용해 무조건 파면 또는 해임 처분만 하는 것은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상실한 점 등을 고려하면 재량권의 한계를 벗어난 처분이다"고 봤다.

재판부는 교육부장관이 2019년 3월 교육공무원 징계 기준 개정을 통해 '성폭행·강제추행 등 전통적인 성폭력가 아닌 행위'에 대해서는 '그 밖의 성 관련 비위' 항목으로 징계하겠단 의사가 표현됐다고 볼 여지가 있는 점 등까지 고려하면, 품위 유지 의무 위반이 아닌 기타 성 관련 비위 기준을 적용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

다만, A씨에 대한 해임 처분 자체가 부당하다는 것이 아니라 징계 기준을 잘못 적용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는 것이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A씨가 여장한 사진을 다른 장소에서도 촬영할 수 있었고, '여자화장실인 것을 알면 사람들이 더 좋아한다'며 찍은 사진을 온라인에 올려 이용자에게 성적 욕망을 불러일으키거나 성적 수치심·불쾌감을 줬다며 "성적 욕망을 만족시킬 목적으로 여자화장실에 침입한 것이 아니"라는 A씨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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