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철근 가격 급등, 물류 파업까지 겹쳐 '이중고'
"비축물량 바닥나면 다음주부터 공사 멈출 듯" 우려
"입주지연금 등 비용 부담만 커진다…조속한 타협을"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총파업이 엿새간 이어지면서 광주·전남 건설 현장도 시멘트를 비롯한 자재 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공사 중단 위기에 놓였다.
12일 지역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 7일부터 시작된 화물연대 총파업으로 광주·전남 각 건설 현장에서 자재 수급난이 이어지고 있다.
이미 핵심 건축 자재인 철근과 시멘트 가격이 급등한 상황에서 화물연대 파업까지 겹쳐 수급 상황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시멘트 가격은 지난해 t당 7만 원대에서 올해 초 9만2000원대로 최대 17%까지 급등했다. 레미콘 가격도 13%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초까지 t당 71만5000원이던 철근 가격은 현재 117만7000원(6월 유통사 공급가 기준)으로 65% 급등했다.
시멘트 생산업체 대부분이 육로운송으로 공급량을 조달하는 만큼, 화물연대 파업은 직격탄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건설업계 주장이다.
건축물 골조 공정의 핵심인 콘크리트 타설 공사부터 차질이 불가피하고, 결국은 모든 공정이 순차적으로 멈춰설 수밖에 없다고 건설업계는 호소한다. 파업에 대비해 각 건설사가 미리 확보·비축한 자재 물량에 따라 상황은 다르지만, 대부분 현장이 다음주께 '공사 중단'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한 건설업 종사자는 "가뜩이나 시멘트 공급 물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목재·철근·(유로폼) 거푸집 등 다른 건축자재도 대부분 화물차로 조달하기 때문에 수급이 더욱 어렵다. 다음주부터는 콘크리트 타설 공정부터 중단되는 현장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콘크리트 타설량, 자재 물동량이 바닥을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 비축 자재가 많은 대규모 아파트 단지 건설현장도 다음주부터는 공정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한다"며 "원자재 수입이 급감하면서 시멘트 생산량이 줄고, 다른 건축자재마저 가격이 오른 데다, 물류 조달마저 어려운 상황이다"고 했다.
이어 "건설 현장의 특성 상, 공사 진척 상황 등에 따라 수시로 필요할 때마다 자재를 반출입하기 때문에 보통 1~2주가량이면 자재가 동난다고 봐야 한다. 현장마다 시점 차이는 있겠지만, 파업 장기화 국면에선 셧다운도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지역 한 건설사 경영자는 "올해 2월부터 시멘트 가격이 20% 가량 폭등하고, 철근도 2배 가까이 뛰어 자재 값 감당이 어려운 실정이다. 이대로라면, 6월 중순께 지역 건설현장 대부분이 타설 공정부터 멈춰야할 판이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웃돈을 주더라도 너나할 것 없이 건축재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준공을 앞둔 현장 같은 경우는 입주지연금, 금융비용 등 부수적 피해도 발생할 수 밖에 없다"며 "정부가 양보를 하든, 화물연대가 물러서든 파업이 하루빨리 끝나기만 기다리고 있다. 더이상 선의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조속히 해결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전날 오전부터 10시간 넘게 진행된 화물연대와 정부(국토교통부) 간 3차 교섭도 결렬되면서 파업이 일주일을 넘길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일몰 폐지'와 '품목 확대'를 주장하며 지난 7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했다.
화물연대 측은 안전운임제는 과로·과적·과속 운행이 잦은 화물운송 종사자의 근로 여건을 개선하고 화물차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라며 개선 존치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또 다른 이해당사자인 화주 등 사업자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노사 자율적인 대화·타협을 통한 해결이 중요하다는 원론적 입장을 고수하며 화물연대가 파업을 철회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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