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오늘 데뷔 9주년…아미와 결속력 다지며 초심 다잡기

기사등록 2022/06/13 05:59:22

최근 발매한 '프루프', 과거·현재·미래 정리한 앤솔러지 앨범

타이틀곡 '옛 투 컴', 한 챕터 마무리하는 곡

국내 음악방송 사전녹화·우정 타투 화제

[서울=뉴시스] 방탄소년단. 2022.06.09. (사진 = 빅히트 뮤직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그렇게 흘린 피땀이 날 적시네 / 무대가 끝난 뒤 눈물이 번지네 / 매순간마다 자신에게 다짐해 / 초심을 잃지 않게 항상 나답게 / 처음의 나에게 부끄럽지 않게 / 소 위 고 위 고 위 고(So we go we go we go / 더 위로 위로 위로"('본 싱어(Born Singer)')

글로벌 수퍼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13일 데뷔 9주년을 맞았다. 올해 즉 10년차를 맞은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위상은 누구나 아는 것처럼 초창기 방탄소년의 위상과 확연히 다르다.

'팝의 본고장' 미국 빌보드 메인앨범 차트 '빌보드 200'에서 다섯 번 연속 1위를 차지했고, 메인 싱글차트 '핫100'엔 협업곡 포함 6곡을 1위에 올렸다. 음악적 권위를 인정 받는 '그래미 어워즈'엔 2년 연속 후보로 지명됐다.

특히 최근엔 한국 가수 중 처음으로 미국 백악관에 초청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환담하기도 했다. 방탄소년단이 속한 소속사 하이브(HYBE·옛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국내는 물론 세계에서 손꼽히는 대중음악 기획사가 됐다.

그 가운데 지난 10일 발매한 새 앨범 '프루프(Proof)'의 첫 트랙이 '본 싱어(Born Singer)'라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미발매곡인 이 노래는 방탄소년단이 2013년 7월 무료 음원 형태로만 공개했다. 앨범을 통해 발매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방탄소년단의 '본질', 즉 초심을 강조한다.

힙합 뮤지션 제이콜(J.Cole)의 노래에 당시 데뷔 1개월을 맞은 방탄소년단이 느낀 바를 진솔하게 풀어냈다. 팀이 래퍼 라인 RM·슈가·제이홉이 작사한 이 곡에서 멤버들은 "난생 처음 방탄이란 이름으로 선 무대 / 삼년 전 첫 무대의 마음을 다시 검문해"라고 노래한다.

그런데 방탄소년단의 팬덤 '아미' 중 일부 초창기 팬들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방탄소년단의 행보에 아쉬움을 표해온 건 사실이다. '다이너마이트' '버터' 등 방탄소년단을 명실상부 글로벌 스타덤에 올린 곡들은 '버블검 팝'(10대들을 타깃으로 한 대중음악 장르)이다. '상남자' '불타오르네'처럼 강력한 비트에 칼군무를 추던 멤버들을 그리워하는 것이다.

아울러 멤버들의 의지와 상관 없이 그들을 둘러싼 다양한 병역 논쟁, 하이브의 규모가 커지면서 어쩔 수 없이 고려해야 하는 상업성 그리고 '프루프'에 전 여자친구와 관련 구설에 오른 작곡가 겸 기타리스트 정바비의 '필터(Filter)'가 실린 것에 대해 일부 팬의 보이콧 등 악재도 잇따라 겹쳤다.

[서울=뉴시스] 방탄소년단. 2022.06.09. (사진 = 빅히트 뮤직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하지만 멤버들의 음악과 아미에 대한 초심에 대해선 대부분의 팬들은 의심하지 않는다.

'3초 현상'으로 압축 가능하다. 데뷔 당시의 마음을 되새기는 초심(初心)의 과거, 기존 K팝의 역사를 모두 바꿔 버리며 최고라는 수식을 달고 있는 초월(超越)의 현재, 그럼에도 음악이 가장 중요하다며 팬들을 자신들의 세계로 여전히 초대(招待)하는 미래.

'프루프'의 타이틀곡 '옛 투 컴(Yet To Come)'(The Most Beautiful Moment)'이 이를 압축한다. 현실에서 과거를 돌아보는데 그치지 않고 출발선에 모여 새로운 출발을 예고하는 방탄소년단의 모습을 '베스트 모멘트 이스 옛 투 컴(Best moment is yet to come·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이라는 가사에 담았다는 것이 소속사 빅히트 뮤직의 설명이다.

지난 뮤직비디오들의 콜라주로 부를 만한 '옛 투 컴' 뮤직비디오 역시 마찬가지다. '하루만', '상남자 (Boy In Luv)', '런(RUN)', '인트로(Intro) : 화양연화', '피 땀 눈물', '봄날', '페이크 러브(FAKE LOVE)', '노 모어 드림(No More Dream)' 등의 뮤직비디오 장면들이 현재와 연결된다. 뮤직비디오도 방탄소년단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향한 기대감을 보여 주는 셈이다.

'옛 투 컴'은 팀의 래퍼 라인인 RM·슈가·제이홉과 방탄소년단 초창기부터 함께 한 프로듀서 피독이 작사·작곡했다. 멜로디컬한 선율에 일가견이 있는 미국 싱어송라이터 맥스(MAX)가 힘을 보탰다.

"국내 대중에게 방탄소년단 하면 각별하게 기억되는 곡이 '봄날'인데 이 곡과 비견될 정도로 멜로디가 좋다"(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라는 평이 나올 정도로 선율적인 면에서도 호평을 듣고 있다.

방탄소년단 멤버 지민은 앞서 공개된 멜론 스테이션 내 빅히트 뮤직 전용 프로그램 '빅히트 뮤직 레코드(BIGHIT MUSIC RECORD)'에서 '옛 투 컴'에 대해 "'당신의 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라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았다. 굉장히 따듯한 분위기의 멜로디라서 팬들이 듣기에 편한 곡"이라고 소개했다.

방탄소년단 백악관(사진=빅히트 뮤직) *재판매 및 DB 금지
RM은 "2000년대 초중반에, 옛날 그 때 당시 유행했던 샘플링을 사용했다"면서 "요즘 트렌드가 'Y2K'(2000년대 유행한 밀레니얼) 아닙니까"라고 설명했다.

음악 소식·뉴스·리뷰 등을 전하는 플랫폼 '제너레이트'를 운영하는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한국대중음악상(KMA) 선정위원)는 '옛 투 컴'에 대해 "데뷔 이후 다사다난했던 방탄소년단의 챕터를 마무리하는 곡으로,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숨고르기, 그리고 '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는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담은 가사로 힘든 시기에도 방탄소년단을 믿고 기다려 오늘날 수퍼스타를 만든 팬덤 아미(ARMY)에게 감사를 표하며 그룹에 대한 믿음을 부탁했다"고 들었다.

뮤직비디오에 대해서는 "사막의 가운데서 방탄소년단의 대표곡들을 상징하는 오브제들이 대거 등장하고, 단체로 노래할 때와 멤버 개인이 노래할 때의 장면을 다르게 구성하면서 방탄소년단이 걸어온 길을 되짚고, 일곱 멤버들이 한 데 모여 '최고의 순간'을 향해 나아간다는 뜻을 담고 있다"고 봤다.

조혜림 플로(FLO) 콘텐츠 기획 매니저(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도 '옛 투 컴'에 대해 "어리고 불안했던 소년들의 청춘, 성장통으로 가득했던 시간들의 한 페이지가 마무리됐다. 화양연화 시리즈의 미성숙했던 소년 데미안, 싱클레어들은 이제 아직 오지 않은, 더 아름답고 새로운 미래를 꿈꾼다"고 파악했다.
 
뮤직비디오 의미에 대해서는 "간절하고 치기 어렸던 과거의 뮤직비디오 장면들을 오마주 한다.  하지만 아찔하고 무질서한 청춘을 딛고 성숙해진 방탄소년단은 과거와 같은 장면을 연기하지만 그때와 달리 평화롭고 안온한 미소를 짓는다. 그들은 마침내 혼란과 어지러운 청춘의 터널의 끝을 지나온 것"이라면서 "뮤비 속의 방탄소년단은 사막 한복판에 있다. 삭막한 사막과 대비되는 그들의 환한 표정에서 7명의 소년들은 아미와 함께라면 분명 어디서든 행복하고 충만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는 것을 증명하는 듯하다"고 봤다.

'옛 투 컴'에 대한 전 세계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공개 첫날 글로벌 최대 음원사이트 스포티파이 '데일리 톱 송 글로벌(Daily Top Songs Global)' 차트에서 3위를 차지했다. 또 '옛 투 컴'은 세계 97개 국가/지역 아이튠즈 '톱 송' 차트에서 1위(6월 11일 오전 8시까지 기준)를 기록했다.

[라스베이거스=뉴시스] 방탄소년단 BTS PERMISSION TO DANCE ON STAGE - LAS VEGAS. 2022.04.09. (사진 = 빅히트 뮤직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이와 함께 '프루프'가 발매 하루 만에 판매량 215만5363장을 달성함에 따라 방탄소년단은 신보 발매 하루 만에 '더블 밀리언 셀러'를 기록한 첫 아티스트가 됐다.

'프루프' 관련 트윗은 전 세계에서 300만 건 이상 쏟아졌다. 이는 앨범이 발매된 지 단 한 시간만인 지난 10일 오후 1시부터 2시까지를 기준으로 집계된 결과다. 앨범 발매일 하루 동안 관련 트윗량은 약 2200만 건을 기록했다.

올드 스쿨 풍의 곡이자 방탄소년단의 대표곡 '마이크 드롭'을 연상케 하는 곡으로 더 힘차게 달려 나가겠다는 방탄소년단의 정체성을 담은 '달려라 방탄', 방탄소년단이 팬덤 아미(ARMY)에게 바치는 노래로  방시혁 하이브 의장 등이 참여한 팬송 '포 유스(For Youth)' 등 다른 신곡들도 반응이 좋다.

방탄소년단의 초심 지향은 TV 음악 방송 활동에서도 증명된다. 이날 오후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케이블 음악채널 엠넷 '엠카운트다운'(16일 방송) 사전녹화를 진행한다. 참여 인원은 신청자 중 추첨을 통해 뽑힌 4000명가량이다.

방탄소년단은 '엠카운트다운'뿐만 아니라 KBS 2TV '뮤직뱅크'(17일 방송), SBS TV '인기가요'(19일 방송) 등의 음악방송 역시 사전 녹화를 진행했거나 한다.

방탄소년단의 국내 음악방송 출연은 지난 2020년 3월 이후 처음이다. 방탄소년단은 그간 활동 반경이 해외로 넓어지면서 국내 음악방송 출연 스케줄을 조정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초심을 다지는 이번 앤솔러지(선집) 앨범 활동을 통해 국내 아미와 최대한 접촉점을 갖겠다는 계획이다.

사실 음악방송 사전녹화는 기다리는 시간 등이 많아 멤버들이나 아미에게나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방탄소년단 같은 거물급에겐 굳이 필요한 일정도 아니다. 하지만 근거리에서 소통할 수 있는 기회인 만큼 모두 의미가 있다고 보고 있다.

[라스베이거스=뉴시스] 방탄소년단. 2022.04.09. (사진 = 빅히트 뮤직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사실 지난 4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콘서트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를 성료한 뒤 방탄소년단이 새 앨범 발매를 예고했을 때만 해도 정규 5집 형태에 무게가 실렸다. 하지만 방탄소년단은 예상과 달리 그간 발표한 곡들을 모은 선집을 뜻하는 '앤솔로지' 앨범을 들고 나왔다.

데뷔 10주년을 앞두고 자신들의 위상과 자신들을 둘러싼 환경이 급격하게 변한 만큼, CD 3장이 실린 이번 앨범을 통해 자신들의 역사를 한번 정리해야겠다는 필요성을 느낀 것이다.

앤솔로지 형태의 앨범은 전설적인 브릿팝 밴드 '비틀스', 영국 하드록의 전설 '딥 퍼플', '한국 록의 대부'로 통하는 기타리스트 신중현 등 오랜기간 활동하며 역사에 획을 그은 일부 뮤지션들만 발매했다.

그럼에도 '21세기 팝의 아이콘'으로 통하는 방탄소년단인 만큼 이들이 앤솔로지를 발매한다고 했을 때 크게 이의를 제기하는 이들은 없었다.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한국대중음악상(KMA) 선정위원)는 이번 앨범에 대해 "해외에서 정점을 찍기 위해 노력했던 시기에 우리 팬들을 만날 수가 없었는데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국내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는 동시에 뒤숭숭한 상황을 잘 헤쳐 나가겠다고 다독이며 결속력을 다지는 맥락"이라고 평했다.

이와 함께 이번 앨범 활동 중 또 팬들의 관심을 끄는 건 멤버들의 '우정 타투'다. 멤버들은 지난 4월 브이 라이브에서 '우정 타투'에 대해 언급을 한 적이 있는데 실제 RM과 제이홉의 발목과 아킬레스 건에서 멤버들의 숫자 '7'을 뜻하는 타투 흔적이 발견됐다. 음악방송 사전 녹화 등에서 팬들은 그 흔적을 찾느라 분주하기도 했다. 

이번 앨범으로 방탄소년단은 어김 없이 빌보드 200 1위에 오를 것이 확실시된다. 빌보드200 여섯 번째 1위가 된다. 다만 '옛 투 컴' 역시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100'에서 핫샷 데뷔는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나, 좋은 선율에도 한국어 곡이라 '다이너마이트'나 특히 '버터'처럼 장기간 상위권 흥행이 가능할 지는 두고봐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예상이다.

[서울=뉴시스] 방탄소년단_콘서트 BTS PERMISSION TO DANCE ON STAGE - LA. 2022.03.09. (사진 = 빅히트뮤직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중요한 건 이번 앨범 발매 이후의 활동이다. 입대 등의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방탄소년단이 어떤 행보를 보여줄 지 업계의 관심이 크다.

올해 초 예고됐던 미국 힙합 스타 스눕독과 방탄소년단의 협업이 기대를 모은다. 앞서 스눕독은 지난 1월 팟캐스트 방송에서 "방탄소년단 측으로부터 협업 제안을 받았다"고 밝혔다.

스눕독과 방탄소년단의 구체적인 협업 배경은 전해지지 않았다. 대중음악계에서는 방탄소년단 소속사인 하이브 산하 빅히트 뮤직의 피독(강효원) 수석 프로듀서가 이번 협업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피독은 활동 초창기부터 스눕독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내왔다. 피독이라는 활동명도 프로듀서(Producer)와 스눕독(SnoopDogg)의 '독(Dogg)'을 합친 것이다. 방탄소년단 멤버들도 피독이 참여한 정규 1집 '다크&와일드(DARK&WILD)'(2014) 수록곡 '힙합성애자'(Hip Hop Phile)에서 피독과 함께 스눕독에 대한 존중심을 표했다.

피독, RM, 슈가, 제이홉이 노랫말을 함께 만든 이 곡에서 "남들처럼 제이-지(Jay-Z), 나스(Nas) 물론 클래식한 일매틱(Illmatic)과 '도기스타일(Doggystyle)"이라고 언급하는데, '도기스타일'은 스눕독의 데뷔 음반(1993) 제목이다. '일매틱'은 힙합 거장 나스의 데뷔음반이자 힙합계의 전설적인 명반 제목이다.

힙합계의 전설과 명반들을 연달아 언급한 '힙합성애자'는 데뷔 초창기 힙합 아이돌 그룹을 표방한 방탄소년단과 이들을 프로듀싱한 피독의 힙합에 대한 애정을 엿볼 수 있는 곡으로 평가 받는다. 방탄소년단이 단순히 이지팝을 선보이는 것을 넘어 미국 본토 음악을 현지에서 선보이며 마니아들 사이에서도 입지를 다져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또 9주년 당일인 13일 오후 9시 방탄소년단의 공식 유튜브 채널 '방탄(BANGTAN)TV'를 통해 '프루프 라이브(Proof' Live)를 선보인다. '옛 투 컴'의 무대를 처음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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