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편 모아 소설집 '애쓰지 않아도' 출간
차기작으로 소설집과 에세이집 준비 중
[서울=뉴시스]신재우 기자 = "낭비 없이 완결된 이야기를 쓰는 게 저에겐 쉽지 않았어요."
소설가 최은영(38)이 돌아왔다. 그는 2016년 소설집 '쇼코의 미소'로 독자들을 만난 후 '내게 무해한 사람', 장편소설 '밝은 밤'까지 큰 사랑을 받았다. 젊은작가상, 허균문학작가상, 대산문학상 등 문학상도 꾸준히 수상했다.
그런 그가 이번에 출간한 책은 엽편(葉篇) 소설을 묶어서 낸 소설집 '애쓰지 않아도'(마음산책)다. 200자 원고지 30장을 넘지 않는 소설 13편과 단편 소설 '무급휴가'를 엮었다. 책으로도 한 편당 10~20쪽을 넘기지 않았다.
짧은 이야기는 쉽게 쓰였을 거라 생각할 수 있지만 최은영은 "글을 짧게 쓰는 건 저에게 어려운 일이었다"고 했다.
"짧게 쓰려면 낭비가 없어야 하잖아요. 그러면서도 완결성이 있어야 하고. 짧은 분량 안에서 완결을 줘야 한다는 게 어려웠어요. 자꾸 분량이 넘치더라고요."
◆아동·동물학대 등 다양한 이야기…"대놓고 썼어요"
"인간이 다른 동물을 먹는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공장식 축산 시스템은 그 어떤 부분도 자연스럽지 않았다. 결국 도살당할 생명이라고 하더라도 살아 있는 한 최소한의 삶을 누려야 한다고 그녀는 믿었다. (…) '살아 있는 생명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을 바라.' 그녀는 꾸꾸에 대한 사랑을 더는 부끄럽게 기억하지 않는다. (수록작 '안녕, 꾸꾸' 중에서)
이번 소설집에는 10대 아이들의 기억(애쓰지 않아도)부터 아동학대(호시절), 동물학대(안녕, 꾸꾸)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담겼다. 짧지만 메시지는 더 직접적이다.
"그냥 대놓고 썼죠."
최 작가는 엽편 소설을 쓰며 하고 싶은 말을 대놓고 할 수 있는 자유를 느꼈다. "단편소설에서는 직접적으로 쓰면 소설로서의 모양이 좋지 않은 것 같은데 엽편은 그런 제약을 못 느꼈어요."
작품에서 다룬 사회적 폭력은 그가 직접 접하고 목격한 것들이다. 그에게 한국은 "약하고 가슴 아픈 존재를 보호해주지 못하고 몰아붙이는 사회"로 다가왔다.
"펫샵에서 동물을 너무 쉽게 사서 버리고, 어린이에 대한 차별은 '노키즈존' 같은 곳에서 뻔뻔하게 드러나죠. 관대하지 못한 어른들이 살아가고 있는 나라라고 생각해요."
◆소설의 역할은 "생각하는 즐거움"
그럼에도 최은영은 소설의 역할이 사회에 대한 고발이 아닌 '재미'라고 생각한다. 그에게 소설을 읽는 재미는 '말초적인 즐거움이 아닌 다른 인간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자신을 돌아보는 즐거움'이다.
"다른 매체를 통해서는 그런 즐거움을 누리기 좀 어렵다고 생각해요. 영상을 보는 건 수동적인 행위잖아요. 소설은 계속 능동적으로 상상하면서 생각하는 과정이 있으니까 그런 재미를 위해서 읽는 거죠."
엽편, 단편, 장편까지 모두 써본 그에게 가장 어려운 건 단편소설이다. 엽편소설처럼 하고 싶은 말을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으면서도 짧은 길이 안에서 캐릭터를 만들고 주제를 넣어 이야기 전개해야 한다. 문장 하나하나도 더 신경 써서 만들어야 한다.
"단편소설에 쓰는 문장은 하나하나가 저에겐 조금 더 예술 작품에 가까운 것 같아요."
그가 단편소설 하나를 쓰는데 걸리는 시간은 두 달 정도다. 평소에 책을 읽고 생활을 이어가다 "소설 쓰기를 시작해야지"라는 마음을 먹으면 매일 점심부터 저녁시간까지 도서관에서 글을 쓴다. 그렇게 두 달이 지나야 한 편이 완성된다.
◆엽편 소설은 마지막…"이젠 긴 글 쓰고 싶어"
이번 소설집은 예스24의 잡지 '채널예스'에 연재한 작품과 2016년부터 패션지 등에 발표한 작품들을 모아서 냈다.
엽편 소설이 어렵다고 했지만 쓰는 즐거움도 분명 있었다. "재미있게 썼던 것 같아요. 자유롭게 제가 하고 싶은 말을 노출해서 써보기도 하고, 그냥 아기자기한 이야기를 써보기도 하고, 어떤 특정한 순간에 집중한 이야기도 쓸 수 있었고. 읽는 사람에게도 부담이 없었을 거라 생각해요."
그러나 최은영은 엽편 소설은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했다.
"이제는 좀 더 긴 글을 써보고 싶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짧게 쓰는 게 더 어려워지는 느낌이 들고 앞으로는 호흡이 긴 글을 중심으로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는 내년 중 자신의 세번째 소설집 출간을 앞두고 있다. 첫 에세이집 출간도 준비 중이다.
"글을 쓰는 마음은 항상 똑같아요. 조금 더 떳떳한 작가가 되고 싶어요. 나의 몸과 영혼을 갈아 넣어서 글을 완성해 독자들 앞에서도 항상 떳떳해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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