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망사용료 이중과금?…자체 OCA가 망중립성 위반"

기사등록 2022/06/10 07:05:00 최종수정 2022/06/10 07:56:41

한국미디어정책학회 대담…넷플릭스 주장 쟁점으로 논의

콘텐츠 구독료·데이터 전송료 '별개'…망접속료 한 번은 내야

OCA는 캐시서버, ISP와 달라…부가통신사업자 행위

배타적 OCA 이용은 망중립성 위반…SKB에 설치 요구도 부당

[뉴저지=AP/서울] 넷플릭스 애플TV 앱 아이콘 로고. 2022.01.27.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심지혜 기자 =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에 망사용료를 지불하는 것은 이중과금이 아니다. 오히려 넷플릭스의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가 망중립성을 위반하고 있다."

9일 한국미디어정책학회가 개최한 '공정하고 자유로운 인터넷 생태계: 당면과제와 해결방안 모색' 특별대담에서는 이같은 주장이 제기됐다. 이날 패널로는 로슬린 레이튼 올보르대 박사와 조대근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겸임교수(법무법인 광장 전문위원)이 참석했다.

대담에서는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의 소송에서 쟁점이 된 '이중과금'과 '망중립성 원칙 위반', 넷플릭스 오픈커넥트얼라이언스(OCA)의 의미'와 관련한 의견이 오갔다.

◆ 망 사용료 요구는 이중과금?

넷플릭스는 CP가 콘텐츠를 서버에 갖다 두면 이용자들이 그 콘텐츠를 가져가는 것이기 때문에 대가를 지불할 책임이 없다고 주장한다. 이후 ‘전송'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ISP가 져야 한다는 것. 이미 이용자가 인터넷 사용료를 지불했는데 CP에게 추가적으로 대가를 요구하는 것이 이중 과금이라는 주장이다.

레이튼 박사는 "넷플릭스의 이같은 주장은 이율 배반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넷플릭스의 초기 사업 모델인 'DVD판매' 구조를 언급했다.

넷플릭스는 현재 아직도 미국에서 200만명의 DVD이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우편으로 DVD 판매하면서 수익을 벌어들이지만, 배달하는 우편 서비스에 대해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이를 SK브로드밴드 상황에 대입하면 넷플릭스는 우체국에 배달 비용을 내는 것처럼 콘텐츠를 전달하는 ISP에도 적절한 비용을 내야 한다는 설명이다.

최종 소비자가 넷플릭스 구독료와 네트워크 이용료를 내는 것과 별개로 넷플릭스가 소비자에게 콘텐츠를 전달하기 위해 이용하는 망에 대한 사용료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레이튼 박사는 "넷플릭스는 도로 위에서 엄청난 자리를 차지하는 트럭이라고 볼 수 있다"며 "이중 과금이라는 표현은 맞지 않고, 전송료가 있고 또 구독료가 있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조대근 서강대 교수는 9일  한국미디어정책학회가 개최한 '공정하고 자유로운 인터넷 생태계: 당면과제와 해결방안 모색' 특별대담에서 OCA 설치를 근거로 빌앤킵이 적용돼야 한다는 넷플릭스의 주장에 대해 반박했다. (사진=조대근 교수 제공) 2022.6.9 *재판매 및 DB 금지


◆ 망사용료 소송에 ‘망중립성' 개념 적용 가능한가.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에 대가를 요구하는 것이 망중립성에 반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ISP가 CP로부터 대가를 받는 것은 정말 망중립성 원칙을 위반한 것일까.

망중립성은 ISP가 데이터 트래픽을 처리하면서 콘텐츠나 이용 단말기, 이용자 등에 대한 차별 없이 ‘선입 선출’로 데이터를 처리하라는 뜻이다. 차단·조절·차별하지 말라는 것이다. 웃돈을 받고 특정 트래픽을 우선 처리해서는 안된다.

이와 관련, 조 교수는 "결론적으로 상관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CP든 최종 이용자든 돈은 한 번은 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접속 수수료로 인터넷망에 접속하기 위해 지불하는 비용이다.

조 교수는 "CP가 돈을 한 번 냈는데 ISP가 트래픽을 빨리 처리해 줄테니 웃돈을 달라고 요구하면 망중립성 위반이지만 단 인터넷망 접속을 위해 처음 내는 돈은 망중립성과는 무관한 돈"이라고 짚었다.

이어 "트래픽이 늘어나서 돈을 더 받는 건 쉽게 말하면 도로를 넓혀준 것과 같다"며 "한 도로에서 이메일 이용자의 트래픽은 막고 동영상 트래픽을 먼저 보내주는 조작을 하면서 돈을 더 받는 게 망중립성 위반"이라고 설명했다.

레이튼 박사는 “SK브로드밴드는 한국에서 2300만명의 가입자를 가지고 있는데, 이들이 넷플릭스를 구독하는 500만 가입자를 위해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지, 반대로 트래픽을 발생시키는 넷플릭스가 망사용료를 내야 하는게 맞는지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넷플릭스가 오히려 망중립성 원칙을 남용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를 이용해 사업상에 폭리를 취하고 수익성을 담보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 OCA, 트래픽 전송하니 ISP와 동일하다?

넷플릭스는 2심에서 자체 구축한 OCA가 트래픽을 전달하는 기능을 하고 있기 때문에 ISP와 동일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OCA는 넷플릭스가 CDN 기술을 기반으로 자체 개발한 캐시서버다. 이를 통해 트래픽을 절감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를 근거로 SK브로드밴드와의 피어링(ISP간 네트워크를 연결하고 트래픽을 교환한다는 뜻)은 ISP간의 연동과 동일하다고 해석했다. 빌앤킵(Bill and Keep·상호무정산)이 기본으로 적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OCA를 구축한 ISP로 볼 수 있을까.

조 교수는 "CDN의 핵심 기능은 원래 데이터가 저장돼 있던 서버로부터 이용자와 가까운 곳에 데이터를 주기적으로 임시 저장해 뒀다 필요할 때 빠르게 보내주는 역할을 한다"며 "이는 ISP의 행위가 아닌, 부가통신사업자의 행위"라고 언급했다.

레이튼 박사는 "넷플릭스가 망중립성을 원한다고 하지만 통신사 망에 배타적인 OCA를 만들어 놓고 자신들만 이용한다"며 "이는 콘텐츠 전송의 우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디즈니+ 등과 같은 다른 CP는 이용할 수 없다. 이 것이야 말로 망중립성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특히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에게 자사 OCA를 설치하라고 하는 것은 부당한 주장"이라고 꼬집었다.

이날 레이튼 박사는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간 소송을 두고 "골리앗과 다움의 싸움과도 같다"고 표현하며 "전세계 ISP가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에 맞서는 것을 보고 ‘우리도 할 수 있겠다'라는 용기를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천일 한국미디어정책학회장(숙명여대 교수)은 “넷플릭스는 개방성을 바탕으로 하는 혁신기업인데도 최근의 행태는 권리만 공격적으로 보호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레거시 미디어로 회귀하는 건 아닌지 반문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넷플릭스의 기업문화는 자유와 책임인데 사회적 책임 역할은 축소하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simi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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