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의장 "러, 식량 스텔스 무기화"…러 유엔대사, 안보리 퇴장(종합)

기사등록 2022/06/07 10:32:58

미셸 EU의장 "식량 위기, 전적으로 러 책임"

러 "미셸 발언 너무 무례해 회의장서 나와"

EU 외교수장 "푸틴, 수출 보장 약속 안 지켜"

[베오그라드(세르비아)=AP/뉴시스] 샤를 미셸 유럽연합 정상회의 상임의장
[서울=뉴시스] 신정원 기자 =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러시아가 식량을 무기화하고 있다고 비난한 뒤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가 회의장에서 퇴장했다고 AP통신, 뉴욕타임스(NYT) 등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셸 의장은 이날 안보리 회의에서 바실리 네벤자 러시아 대사를 향해 러시아가 식량 공급을 "개발도상국에 대한 스텔스 미사일"로 사용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네벤자 대사에게 회의장에서 퇴장할 것을 요구했다.

그는 몇 주 전 우크라이나 오데사항에서 수백만t의 곡물과 밀이 컨테이너와 선박에 갇혀 있는 것을 봤다고 지적한 뒤 "흑해에 있는 러시아 군함과 수송 기반 시설, 곡물 저장 시설, 탱크, 폭탄, 광산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이 우크라이나의 파종과 수확을 방해했다"고 비난했다.

미셸 의장은 "이것은 식량 가격을 상승시키고 사람들을 빈곤으로 몰아넣으며 지역 전체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다"며 "이러한 (글로벌) 식량 위기의 책임은 전적으로 러시아에 있다"고 규탄했다.

이어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곡물을 약탈하면서 오히려 다른 데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며 "비겁하게 정치적 선전 선동을 펼치고 있다"고 비난했다.
[유엔본부=AP/뉴시스]바실리 네벤자 주유엔 러시아 대사가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민간인 학살 의혹 관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2.04.06.

발언을 이어가던 미셸 상임의장은 네벤자 대사를 향해 "(이 같은) 진실을 듣는 것이 쉽지 않을지 모른다"며 "당신은 이 방을 나가도 좋다"고 말했다.

그러자 네벤자 대사는 미셸 의장의 발언 중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NYT는 동영상을 통해 비어 있는 네벤자 대사 빈 자리를 보여주기도 했다.

드미트리 폴리얀스키 유엔 주재 러시아 부대사는 이후 텔레그램을 통해 "미셸 의장의 발언은 너무 무례했다"며 이 때문에 네반자 대사가 회의장에서 퇴장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는 당초 우크라이나 전쟁 중 발생한 성폭행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었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인 글로벌 식량 위기와 물가 상승도 다뤄졌다.

우크라이나 유엔 대사는 회의에서 글로벌 식량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남부 항구 도시 오데사에서 수출을 재개하기 위한 '필요 조건'을 만들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다만 "문제는 어떻게 러시아가 도시를 공격하기 위해 교역로를 공격하지 않도록 할 지"라고 덧붙였다.
[브뤼셀(벨기에)=AP/뉴시스]지난달 27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외교정책을 담당하는 호세프 보렐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가 브뤼셀 EU 본부에서 언론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2022.03.02.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도 별도의 트위터에서 러시아가 주말 사이 우크라이나 항구 도시 미콜라이우의 대형 곡물저장소를 미사일로 공격했다면서 블라미디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한 입으로 두 말을 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그는 "또 다른 러시아 미사일이 우크라이나에서 두 번째로 큰 곡물저장소를 타격했다"며 이것은 우크라이나산 곡물을 선적할 선박의 흑해 접근 및 이동을 보장하겠다는 푸틴 대통령의 약속에 배치된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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