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구팀 러 무기 추적 결과…무전기 속 반도체 제조사 위조 확인
고강도 제재에 러 반도체 수출입 봉쇄…민간 유통망 작동 가능성
NYT에 따르면 러시아 첨단 무기와 통신시스템을 추적해 온 '미국 컨플릭트 아먼 리서치(CAR)' 팀은 최근 우크라이나에서 확보한 3개의 러시아 암호 무전기 가운데 2개의 반도체 칩 제조사 마크가 지워진 것을 확인했다. 나머지 1개의 무전기에는 미국 회사에서 제조된 반도체가 러시아 제품인 것처럼 위조돼 있었다.
해당 연구를 진행해 온 데미언 스플리터 조사관은 "반도체 칩 제조사 마크가 어떤 도구를 통해 한 줄로 깔끔하게 지워져 있었다"면서 "누군가는 그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플리터 조사관은 "누가, 언제 반도체 출처를 위조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면서도 "다만 미국은 2014년 러시아의 크름반도 침공 이후 군사력에 도움이 될 만한 자국 첨단제품 수출을 통제해 왔다"고 덧붙였다.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름반도 흡수합병 이후 취해진 미국의 첨단 제품 수출통제 조치 이후 반도체 제조사의 출처를 가리기 위한 위조 행위들이 이어져 왔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몰래 들여온 러시아 측에서 위조를 했거나, 수출 단계에서 적발을 피하기 위해 위조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스플리터 조사관은 "러시아 군은 과거부터 민간 유통업체를 통해 외국 제품을 수입하는 등 수출 통제 조치를 회피해 왔다"면서 "(미국 등) 제재를 피하기 위해 (이번에도) 같은 방법을 사용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제재 조치의 일환으로 국방·항공우주 분야 등 첨단 제품에 대한 고강도 수출통제에 나서자 러시아가 민간 업체의 유통망을 통해 반도체를 몰래 들여오고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 제재가 시작된 이후 미국의 대러 첨단기술 제품 수출은 70% 가까이 급감했다. 러시아의 탱크 생산업체 두 곳은 부품이 모자라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군은 수입길이 막힌 상황에서 군수물자가 부족해지자 냉장고나 식기세척기 속 반도체를 수거해 탱크와 전차 생산 등에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미국 상무부는 러시아와 벨라루스에 대한 추가 제재와 규제를 발표하면서 러시아 군의 핵심 기술 차단 목적으로 71개 기관을 추가 제재 대상 명단에 올렸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러시아 정부와 러시아 기업들은 수출통제에서 벗어날 방법을 모색해왔지만, 지금까지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며 "러시아가 제재를 회피하도록 돕는 국가나 기업 등도 미국 기술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고 제재 효용성을 강조한 바 있다.
해당 연구팀은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러시아가 운용 중인 무인기 3대도 분해했다. 터키가 개발한 오를란(Orlan)-10, 타키온(Tachyon), 카르토그라우(Kartograf) 등 3대다.
연구팀은 터키 드론에서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회사의 각기 다른 6개 부품을 확인했고, 스위스와 일본에 본사를 두고 있는 회사로부터 각각 1개씩의 부품을 발견했다. 타키온과 카르토그라우 등 나머지 2대 드론에서는 중국·독일·네덜란드·한국·스웨덴·대만 기업으로부터 부품을 조달해 조립됐다.
스프리터 조사관은 익명의 우크라이나 보안국 관계자에게 러시아 무기에 쓰이는 서방 부품에 대한 조사 결과를 물었지만 "그냥 하나의 사업일 뿐"이라며 즉답을 피했다고 NYT는 보도했다.
이 관계자는 "그것은 큰 사업이고, 사람들은 반도체 칩을 팔 뿐이며, 결국 그 칩이 무엇에 사용될지는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다"며 "누가 어떤 목적으로 사용했는지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NYT는 "미국은 자국의 기술과 군수품을 전 세계에 수출하는 공급망 능력에 대해 오랫동안 자랑스러워 해 왔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은 불행한 현실에 직면해 있다"며 "러시아 군의 전쟁 도구들은 미국 혁신 기술 제품에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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