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다로워진 '휴대폰·카톡' 압수수색…"수사 밀행성 어쩌나"

기사등록 2022/06/03 13:43:00 최종수정 2022/06/03 15:04:43

압수한 카톡 분석 땐 '소유자 참여권' 필요

최근 전합, 제3자가 낸 휴대폰 관련 판결도

제3자 압수 전자정보, 증거사용 요건 엄격

검찰 "적법절차 취지 공감…수사밀행 우려"

[서울=뉴시스]박문호 기자 = 검찰이 '가만히 있으라' 침묵 행진의 제안자인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과 정진우 당시 노동당 부대표의 카카오톡을 압수수색해 논란이 불거지자 정 부대표가 지난 2014년 10월1일 서울 중구 정동길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2014.10.01. (사진=뉴시스DB)

[서울=뉴시스] 김재환 기자 = 전자정보 압수수색에서 소유자의 참여권을 강조하는 대법원 판결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제3자로부터 압수한 휴대전화와 카카오톡을 분석할 때 소유자에게 참여권을 보장해야 적법한 증거로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무분별하게 이뤄지던 전자정보 압수수색에 경종을 울리는 판결들로 평가되지만, 검찰 안팎에선 수사 밀행성이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3일 법원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지난달 31일 검찰이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에 대한 압수수색 취소 결정은 부당하다"며 낸 재항고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수사기관이 용 의원의 카카오톡 대화내용을 추출·탐색하는 과정에서 계정 소유자인 용 의원에게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았다.

이러한 판단은 지난해 11월 나온 전원합의체 판결의 연장선상으로 볼 수 있다.
  
당시 전합은 수사기관이 제3자로부터 임의제출받은 휴대전화나 PC를 분석할 때는 소유자에게 참여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놨다. 소유자에게 참여 의사를 반드시 물어보고 분석을 마친 뒤에는 압수한 전자정보 목록을 제공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이번에는 카카오와 같은 인터넷 서비스업체로 범위가 확장된 셈이다. 제3자에 해당하는 인터넷 서비스업체가 보관하던 전자정보를 압수해 분석할 때 소유자에게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으면 재판에서 증거로 쓸 수 없다는 판단이다.

게다가 지난 1월 나온 정경심 전 동양대학교 교수에 대한 대법원 판결에선 실제 소유자를 판별하기 위한 기준도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전자정보를 압수수색할 당시 그것을 누가 현실적으로 지배·관리하고 있었는지 따져 그 사람에게 참여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이처럼 제3자로부터 압수한 전자정보를 증거로 사용하기 위한 요건이 엄격해지면서 수사기관으로선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다.

수사기관은 압수한 전자정보 목록을 소유자에게 제공해야 한다고 본 대법원 판단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다만 수사 밀행성에는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도 있다.

최근 카카오톡 등을 이용한 연락이 활발해지면서 피의자의 범죄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단서나 추가 공범의 존재가 메신저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앞으로는 분석 과정에서 실제 소유자에게 참여 의사를 물어야 하는데, 만약 소유자가 중요 사건의 참고인이거나 피의자라면 수사 사실이 외부로 알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압수 목록을 교부하는 부분은 법에서 그렇게 정했으니 지켜야 한다"라며 "다만 수사 밀행성에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검찰 관계자는 "향후 카카오톡 등을 압수수색할 때 주의해야 한다"면서 "(수사 밀행성 문제는) 감수해야 할 것이다. 강제수사 수단의 집행 선후를 잘 구별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대법원이 제3자로부터의 전자정보를 압수수색하는 모든 과정에서 소유자의 참여권 보장이 필요하다고 본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메신저와 같은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수색은 크게 두 단계로 이뤄진다. 

우선 수사기관은 카카오와 같은 인터넷 서비스업체로부터 압수하고자 하는 전자정보가 담긴 전체 서버 등을 확보한다. 이 단계에선 수사기관이 반드시 소유자에게 압수수색 사실을 미리 알릴 필요는 없다는 게 대법원 설명이다.

이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형사소송법 122조에 따른 사전통지 예외 규정이 적용된다는 이유에서다. 해당 법 조항은 압수수색 사실을 미리 알리면 증거를 은닉할 우려가 있을 때 사전통지를 생략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대법원이 참여권 보장을 강조한 건 이후 단계다.

확보한 전자정보를 분석해 범죄 혐의와 관련된 내용을 추출하기 전에는 소유자에게 참여 의사를 물어보고, 분석을 마친 뒤에 압수한 전자정보 목록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 이번 대법원 판결의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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