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공 100일]러 국방부 "우크라 곡물 수출 위한 인도적 회랑 개방할 것"

기사등록 2022/06/03 11:09:21

유엔 사무부총장과 면담서 밝혀…"선박 안전 보장할 것"

우크라 "러, 제3국 불법 판매 위해 점령지서 곡물 약탈"

아프리카연합, 푸틴 만나 식량 수출 봉쇄 해제 호소 예정

[하르키우( 우크라인) = AP/뉴시스] 우크라이나의 하르키우시 교외의 테르카스카 로조바 지역 농민들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해바라기씨를 파종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2022.06.03.

[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항구 봉쇄로 전 세계 식량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러시아가 흑해에 인도주의적 회랑을 개방해 곡물 수출길을 열겠다고 밝혔다.

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알렉산드르 포민 러시아 국방차관은 이날 인도주의적 회랑을 통해 우크라이나 흑해 항구에서 곡물이 수출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포민 차관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출발하는 곡물 화물선 안전을 보장할 용의가 있다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특별 군사 작전'을 위해 인도주의 상황을 이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별 군사 작전'은 러시아 정부가 우크라이나 침공에 사용하는 표현이다.

러시아 국방부에 따르면 이번 발표는 이날부터 이틀간 러시아를 방문하는 마틴 그리피스 유엔 인도주의·긴급구호 담당 사무부총장과 회담 중 나왔다.

회담에서 포민 차관은 미국과 다른 서방 국가가 러시아에 부과한 제재로 식량 위기가 초래됐다고 재차 주장했다. 우크라이나가 해상에 설치한 지뢰를 제거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앞서 레베카 그린스판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사무총장은 지난달 30일 식량 위기 관련 러시아를 찾아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러시아 제1부총리와 회담했으며, 만남이 "건설적이었다"고 전했었다.

우크라이나는 세계 최대 해바라기유 수출국으로, 옥수수와 밀 점유율은 각 4위와 5위를 차지하고 있다.
[오데사(우크라이나)=AP/뉴시스] 지난달 2일(현지시간) 플래닛랩스 PBC가 촬영한 위성 사진에 우크라이나 남부 오데사 외곽 소재 다리가 러시아 미사일 공격을 여러 차례 받은 모습. 2022.06.03.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군이 흑해와 아조우해를 장악하면서 곡물 수출길이 막힌 상태로, 미국 정보 당국은 러시아 해군이 흑해 북부 3분의 1을 통제 중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서방 관계자들은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이 국제 식량 안보에 필수적이라며, 러시아가 식량을 인질로 삼고 있다고 규탄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해상 교역을 대체할 수단으로 철로, 육로, 강 등을 이용하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기반 시설 공격이 계속되는 만큼 안전을 보장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는 지난달 25일 푸틴 대통령과 통화에서 러시아가 흑해 항구에 묶인 우크라이나 밀 수백만t이 반출될 수 있도록 하는 데 원칙적으로 동의했다고 전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 측은 해로를 통한 곡물 수출을 위해 유엔 지원 아래 파트너국과 국제사절단을 구성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올렉 니콜렌코 외무부 대변인은 러시아의 항구 봉쇄로 우크라이나가 해상으로 농산물을 수출할 기회를 잃었다며, 대체 육로는 문제를 해결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호소했다.

이와 함께 제3국에 불법 판매할 목적으로 러시아가 점령 지역에서 우크라이나 곡물을 약탈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니콜렌코 대변인은 "러시아의 행동은 국제 식량 위기와 일부 지역에서 기근을 야기할 것"이라며 "러시아는 즉각 항구 봉쇄를 해제하고, 오데사 등 해안 도시 폭격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식량 위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아프리카도 러시아에 곡물 수출을 허용해달라며 호소에 나섰다.
[브뤼셀=AP/뉴시스] 마키 살 세네갈 대통령이 지난 2월18일(현지시간) 브뤼셀에서 열린 EU 아프리카 정상회의 폐막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2.06.03. *재판매 및 DB 금지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아프리카연합(AU) 의장을 맡은 마키 살 세네갈 대통령은 3일 러시아 소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날 예정이다.

살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 곡물과 비료 봉쇄를 해제해달라고 호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아프리카 밀 수입 40% 이상 차지하고 있다. 르완다, 탄자니아, 세네갈 등은 60% 이상, 이집트는 80%까지 의존하고 있다. 베냉과 소말리아는 밀 100%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수입한다.

우스만 센 다카르 서아프리카연구센터 소장은 "전 세계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고통받고 있지만, 아프리카에 사는 우리는 이미 2차 피해에 직면해 있다"며 "살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에게 '나머지 세계를 생각해 달라'고 말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세네갈 대통령실 한 보좌관은 살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에게 전쟁이 아프리카에 미친 영향과 함께 곡물 수출 허용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크렘린궁은 성명을 통해 "두 정상은 러시아와 아프리카 국가 간 정치적 대화 및 경제적, 인도적 협력 확대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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